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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보다 더 똑똑한 QR코드 아세요?

‘불규칙 흑백무늬’에 스마트폰 갖다대면 사진-동영상이 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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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0호 양지윤⁄ 2010.10.04 14:24:08

“처음엔 매직아이를 붙여놓은 줄 알았어요.” 잠원동에 사는 나똑똑 씨는 최근 출근길에 지하철 스크린 도어 벽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림인지 암호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호피 무늬의 표가 있었기 때문.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무늬는 낯설지 않았다. 광고 전단지, 버스정류장, 신문 등 나똑똑 씨가 스쳐 지나는 곳곳에 이 검정색 무늬의 그림이 있었다. 나똑똑 씨가 정체를 궁금해 하는 그림은 ‘QR코드’다. QR코드는 '빠른 응답(Quick Response)'의 줄임말로 기존의 바코드보다 더 똑똑해진 2차원 바코드이다. 그가 호기심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이게 웬일! 화면에 해당 상품의 여러 정보가 줄줄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바로 QR코드의 파워다. 세로줄 아래에 숫자가 적힌 1차원 바코드는 전용 단말기를 이용해야만 상품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1차원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전용 단말기는 상품 판매자만 소유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바코드를 이용해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QR코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풍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판매자 뿐 아니라 소비자도 상품 정보를 다양하게 알 수 있게 됐다. QR코드는 사진, 동영상, 인터넷 주소, 지도, 추가 텍스트 등 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입체적으로 담을 수 있다. 바코드에 담긴 정보의 해석 독점 현상이 점점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QR코드는 정사각형에 흑백 무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S 등 스마트폰 사용자는 카메라를 QR코드에 갖다 대기만 하면 셔터를 누르지 않고도 관련 정보로 이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쇼핑 카탈로그를 보다가 상품 페이지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상품의 상세정보와 실시간 상품 평을 확인하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음 등에서 앱 내려받아 설치 QR코드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내려 받아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은 쿠루쿠루(QROOQROO)로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누구나 쉽게 QR코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기존의 바코드와는 다르다. 프린터만 있으면 바로 인쇄해 원하는 곳에 부착할 수 있다. 쿠루쿠루, m2appl, 다음 등의 웹사이트에 가입하면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QR코드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의 개인 정보, 블로그 주소, 이미지, 동영상 등 원하는 정보를 추가해 자신만의 QR코드 명함을 만들거나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QR코드에 담아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은 지난 6월부터 자신의 정보를 삽입한 QR코드를 만들어주는 ‘다음 코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신만의 로고를 삽입하거나 테두리 색상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홍보수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최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QR코드 활용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QR코드를 도입해 각종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1994년 일본의 덴소웨이브에서 QR코드를 개발한 이래 일본 백화점이나 레스토랑, TV, 잡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QR코드를 삽입하는 일이 일반화 됐다. 특히 지난해 7월 일본의 인기 배우 후지키 나오히토가 출연한 NTV 드라마 ‘이케멘 신 소바가게 탐정’에서는 드라마 초반부, 화면 상단에 QR코드를 삽입해 5분가량 노출시켜 시청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밖에 QR코드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음식점 전단에 주소와 전화번호, 간단한 약도 등의 정보를 QR코드에 담아 휴대전화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레스토랑 메뉴판에 새겨진 QR코드를 휴대전화로 확인하면 요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요리 사진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QR코드는 상품과 서비스 정보 제공의 외연을 넓혀 소비자들을 능동적으로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QR코드 도입이 지난 2004년에 처음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그해 11월부터 국내선 탑승권에 QR코드를 사용했다. 기존 바코드에 비해 QR코드는 보안성이 높은 것은 물론 100%에 가까운 인식률을 보이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QR코드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특히 유통업계가 QR코드 사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가정으로 배송하던 할인 쿠폰을 없애고 전단지, 신문 광고, 홈페이지에 QR코드를 삽입해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할인 쿠폰 제공을 받을 수 없어 속이 쓰리겠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한결 간편해졌다. 쇼핑을 할 때 할인쿠폰 종이를 일일이 오려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부 이현주(33) 씨는 “예전에는 신문 광고 전단지에 붙어 있는 할인 쿠폰을 일일이 오려서 모아야 했다”며 “깜빡하고 오려 놓은 쿠폰을 안 가지고 갈 때도 많았는데 QR코드를 사용하면서 일일이 쿠폰을 챙기는 수고를 덜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발 QR코드 돌풍은 최근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QR코드를 이용해 전방위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형 아반떼 출시에 맞춰 시내 대형 옥외건물, 영화관, 지하철 스크린도어, 버스정류장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QR코드를 삽입한 광고물을 설치했다. 기업·스타마케팅에 적극 이용돼 현대차의 아반떼 QR코드는 새 차에 대한 정보와 함께 출시 예고 동영상 등을 제공했다. QR코드 출시 보름 만에 이용자가 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에 현대차는 10월 중순에 출시할 신형 그랜저와 앞으로 나올 새 차종에도 QR코드 마케팅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히 2030 세대들의 참여율이 상당히 높다”며 “QR코드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특정 URL(웹사이트 주소)을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접근성이 아주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QR코드는 기업 홍보뿐 아니라 스타 마케팅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수 보아는 지난 8월 신작 앨범 발표와 함께 앨범 정보, 뮤직비디오 등이 담긴 ‘다음 코드’(다음 커뮤니케이션의 QR코드)를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디지털뷰 웹, 앨범, 포스터, 버스 광고 등에 게재했다. 최근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걸그룹 2NE1도 다음 코드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지하철 역사 등에서 다음 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앨범, 뮤직비디오, 미공개 폴라로이드 사진, 동영상 인터뷰 등을 즐길 수 있다. 새 홍보 수단으로 QR코드가 보편화 될 조짐이 보이자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지난 9월 말 국내 1위 코드인식 어플리케이션 ‘쿠루쿠루’를 개발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인투모스의 지분 67%를 인수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다음은 150만 명 이상의 코드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를 확보해 사실상 시장의 절반을 선점한 셈이다. 다음의 김지현 모바일본부장은 “인투모스 지분 인수를 통해 QR코드 시장의 활성화와 신규 비즈니스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인투모스와의 협업을 통해 QR코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반의 모바일 비즈니스 추진을 가속하고, 코드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광고 상품을 론칭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QR코드의 거센 열풍을 두고 ‘껍데기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내실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브랜드를 알려주는 데 그쳐 QR코드만의 눈에 띄는 콘텐츠가 없다는 설명이다. 웹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화면이 작은 콘텐츠에서 즐기는 것 이상의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쏠려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QR코드 이용이 활발한 일본의 경우 일반 피처폰으로 QR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QR코드의 명운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심하다”며 “호기심으로 QR코드를 써보는 일회성 이용이 아닌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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