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하 ‘내조’)으로 붐을 일으켰던 배우 김남주가 이번엔 인생 역전을 꿈꾸는 당찬 주부로 돌아온다. 김남주는 10월 18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되는 MBC 새 월화 드라마 ‘역전의 여왕’(이하 ‘역전’)에서 깐깐한 노처녀 황태희로 분해 봉준수 역의 정준호와 호흡을 맞춘다. ‘역전’은 ‘내조’의 작가 박지은과 주인공 김남주가 또다시 호흡을 맞춘 ‘여왕 시리즈’ 2탄이다. 잘나가던 독신녀 황태희가 결혼 뒤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겪는 오해와 갈등·이해·감동을 다룬다. 이 드라마에는 부부로 출연하는 김남주·정준호 외에 채정안·박시후·하유미·김창완·안상태 등이 출연한다. 드라마 첫 방영을 일주일 앞두고 10월 11일 오후 4시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역전’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반짝이는 검정 미니 원피스에 복고풍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김남주의 모습은 영국의 다이애나(1961~1997) 왕세자비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의 복장과 스타일에서는 ‘여왕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 없어’라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황태희는 어떤 인물입니까? “‘내조’의 천지애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이번에는 성질머리가 더러운 직장 상사로 나와요. 골드미스지만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인데, 남자를 못 만나 갈구하던 중 엄마 친구 아들 봉준수를 만나 결혼에 골인합니다. 능력 없는 남편이 회사에서 잘리자 인생의 역전을 꿈꾸는 여성입니다.” -‘내조’에 이어 ‘역전’에 출연하는 유일한 배우입니다. 부담감도 크겠죠?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덜 웃기면 덜 웃긴다고, 또 전작에 못 미치거나 넘쳐도 질타할 것 같아요. 그 선을 지키기가 어렵겠죠? 저의 이런 모습을 남편(배우 김승우)이 보더니 ‘네가 개그맨도 아닌데 웃기는 데 왜 부담을 갖느냐’고 말하더군요. 저 또한 이리저리 생각은 많이 했는데 결국은 제자리여서 그냥 나답게 연기하기로 했어요.” -1년 반 동안 다른 작품의 러브콜은 없었나요? “‘역전’은 촬영 전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입니다. 물론 다른 작품의 유혹도 있었어요. 하지만 참고 기다렸죠. 왜냐면 ‘여왕 시리즈’는 내꺼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작품보다는 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털털한 실제 성격과 다르게 까칠한 역할을 연기하는데요, 소화할 자신이 있나요? “제가 SBS 4기 군기반장이었어요. 저 때문에 활동을 접은 후배도 있을걸요(웃음)? 워낙 서열이나 예의를 따지다 보니 무서워하는 후배도 있었어요. 그래도 쓸데없이 괴롭히진 않아요. 황태희처럼 남자친구 있는 애들을 미워하거나 그런 적도 없고요.” -김남주 씨의 인생은 드라마와 다르게 탄탄대로였죠? “탄탄대로는 아니었어요. 예전에 드라마 ‘왕초’에 주연으로 출연했다가 단역으로 쫓겨난 적도 있는 걸요. 그리고 1998년~2000년까지 연기자로 힘들던 시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저는 워낙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 저를 몰라봐도 ‘대한민국의 반은 내 이름을 알 거야’ ‘신인 때보단 많이 나아졌지’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어요.” -김승우 씨는 어떤 조언을 해 주나요? “웃긴 거 그만하고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작품을 하라고요. 선배 코미디 배우로서 아내의 이미지가 웃긴 모습으로 굳혀지는 게 걱정인가 봐요(웃음). 승우 씨는 제가 무조건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대요.” -역할처럼 실제로 일과 가정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결혼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가장의 무거운 어깨를 보게 됐어요. 드라마에서 준수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난 어떻게든 내 힘으로 당신(황태희)하고 소라(딸)를 먹여 살릴 거다’라고요. 이 대사를 말하는 정준호 씨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눈물이 났어요. 이건 아이들의 엄마이고 남편의 아내이기 때문에 공감되는 거죠. 미혼이었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뭡니까? “‘내조’입니다. 연기력에 자신이 없는데 2001년 우연히 좋은 작품을 만나서 광고를 많이 찍게 됐고, 강한 이미지 때문에 변호사나 여자 사장 같은 역할만 계속 들어와 거절하다 보니 광고만 계속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배우가 아니라 광고 모델 같다는 낙인이 찍히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는 없어져 있었죠. 배우 김남주라고 소개하고 싶어도 대중이 인정하지 않으니까 제 입으로 말하기도 쑥스러웠어요. 그런데 위축된 저의 기를 펴준 작품이 바로 ‘내조’랍니다. 지금은 드라마 덕에 여왕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전에는 연기자로도 기를 못 폈어요. 미남 배우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저 또한 같은 배우인데도 되게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나는 좋은 엄마, 좋은 아내이기만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내조’ 이후로 작아지는 느낌은 없어졌어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는데요, 남주 씨는 어떻게 생각하죠? “저는 신인 때부터 결혼이 꿈이었어요. 황태희도 결혼이 꿈인 여자로 저와 닮았습니다. 예전에 인터뷰에서도 말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일과 가정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가정을 선택할 겁니다. 가장이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돈을 잘 벌어오면 굳이 일할 필요가 있나요? 가정을 지키는 게 우선인 점에서 저와 황태희는 많이 닮았습니다. 또 남편이 기죽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성격 또한 저랑 비슷해요. 전 예전에 남편이 돈이 필요하다고 고민할 때 적금을 몰래 깨서 준 적도 있어요.” -이 드라마가 역전할 수 있는 포인트를 꼽는다면? “이 드라마는 내조와 외조를 함께 하면서 인생을 역전시키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웃음을 기대하고 볼 테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진한 감동으로 분위기를 역전하는 드라마가 되도록 연기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뭡니까? “극 초반에는 성질이 나쁜 여자지만 한 남자를 만나면서 물불 안 가리고 결혼에 골인하려는 모습은 천지애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황태희는 천지애보다 훨씬 유식해요. 두 인물 모두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는 점은 비슷하죠. 연기하면서 설득력 있는 깐깐함을 보여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