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휴대전화 판매를 직영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초부터 휴대전화 대리점 매장 운영방식을 바꿨다. 소상인들과 계약을 맺어 대리점을 입점 시키는 대신 계열사인 신세계 I&C에 위탁 경영을 맡긴 것이다. 휴대폰 상품구매와 기획은 신세계 I&C가 맡고 매장 관리는 아웃소싱 인력이 담당한다. 사실상 직영 매장인 셈이다. 이마트 홍보팀 황종순 과장은 “전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각각 계약한 소상인들에다가 인터넷, IPTV 등 온라인 결합 상품 판매자까지 따로 있어 고객에게 혼란을 줬다”며 “한 매장으로 통합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상품과 유선통신 상품으로 이원화돼 있던 판매를 일원화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마트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유무선 통신상품의 수요가 급성장함에 따라 대리점의 수익이 높아졌기 때문에 대기업이 직접 손을 뻗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거나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매년 30% 가량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이마트 성수점을 방문해 보니 입구 바로 옆에 ‘모바일 이마트’ 매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휴대전화, IPTV, 인터넷 상품 등 유무선 서비스를 모두 판매하는 매장이다. 휴대전화 진열대에는 여느 휴대전화 대리점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3사의 휴대전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휴대전화 옆에 ‘가격표’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는 점이다. 매장 관리자는 “모바일 이마트 매장은 정찰제로 휴대전화를 판다”며 “정찰 가격에서 10원도 빼지 말고 그대로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기 값을 깎아 준다고 해놓고 부가서비스를 강매하거나, 들쭉날쭉한 기기 값의 변동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점이 모바일 이마트만의 장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여러 통신 상품과 핸드폰을 비교해 가면서 안전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마트의 휴대전화 직영체제 전환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조 모(55) 씨는 “이마트가 휴대전화를 직영 판매하면 소매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신사에서 휴대전화를 공급받을 때 일반 대리점과 이마트의 물량 규모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소매점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돼 기업형 슈퍼(SSM)에 밀린 골목슈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소상인들이 운영하는 일반 대리점이 100개의 휴대전화를 ‘소매가’로 받을 때 이마트는 수천 개를 ‘도매가’로 받을 수 있어 출발선부터 달라진다는 것이다. 구매 단가도 문제지만 보조금 지급 여력도 소상인들은 이마트에 비해 열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휴대전화의 보조금은 ‘통신사+제조사+판매자’가 부담한다. 따라서 이른바 ‘공짜폰’은 판매업자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갖고 사업에 임하느냐에 따라 공급량이 달라진다. “휴대폰 소매는 ‘돈 깔고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본력을 가진 재벌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 이마트의 휴대폰 직영으로 시장 크게 흔들릴 것” 자본이 많은 판매자일수록 그만큼 싼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팔 수 있다는 말이다. 제조업체로부터 더 싼 값에 휴대전화를 공급받을 수 있고, 더 큰 자본으로 보조금 지원을 할 수 있는 이마트 같은 재벌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사가 핸드폰 장사라는 설명이다. 이마트가 ‘핸드폰 직영’으로 전환하면 다른 유통 대기업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핸드폰 구멍가게’ 입장에서는 두려운 사태가 되는 이유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신세계 관계자에게 ‘모바일 이마트가 판매자 보조금을 부담하는지’ 여부를 묻자 그는 “신세계 I&C 측의 영업상 기밀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움직임에 대해 방통위는 방관 자세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마트의 휴대전화 판매 방식에 대해 방통위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며 “휴대폰 판매는 허가-신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방통위가 판매 문제에 대해 관여한다면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핸드폰 직영과 관련해서는 통신사의 입장도 약간씩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KT 관계자는 “이마트가 휴대전화 판매 직영점을 운영하는 것은 단말기 판매 대리점이 하나 더 느는 것에 불과하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위협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상인 소유의 소매점에서 휴대전화 30대를 팔든, 이마트에서 30대를 팔든 KT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LGU+ 관계자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거래자본, 보조금 지급 여력이 더 많으므로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이마트의 직영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마트의 휴대폰 판매 직영전환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27만원 이하’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가격파괴 ‘이마트 폰’ 나올 것” 전망도 “이마트, 통신망 빌려 사업하는 MVNO 준비 중” 분석도 한편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휴대전화 직영 전환에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나서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란 주파수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저렴하게 임대해 독자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실은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에 이마트와 은행권 쪽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주로 유통능력과 자금력이 있는 업체에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에서 정부는 44% 할인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SK텔레콤이 이를 수용할 경우 소비자들은 2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 측은 “정부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가진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가 나오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다각화시키기 위해 유통망을 활용하도록 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리라는 예상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파수를 빌려 새로운 이동통신 상품을 팔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된다면 SK텔레콤으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료를 낮춘 ‘이마트 폰’의 탄생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 진출은 사실 무근”이라며 “검토할 단계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 측은 일부 영세 휴대폰 대리점 업자들이 ‘이마트의 휴대전화 직영전환을 규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경제 큰 틀에서 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가상통신망사업 진출을 이마트가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닌데 미리 필요 이상의 우려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