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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 “삼성은 ‘반도체 백혈병’ 규명하라”

“삼성이 자료 공개 않는 것은 정부가 기업 편들기 때문”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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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2호 심원섭⁄ 2010.10.18 14:18:42

‘백혈병 발병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최근 3년 째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이 지난 10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박재완 노동고용부 장관을 향해 질책이 쏟아지는 등 문제 해결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 관심을 끌었다. 사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이날까지 모두 96명의 삼성(전자·전기·SDI 포함) 전자제품 제조공장 노동자가 희귀질병에 걸렸는데 이 가운데 32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만 47명이 발병해 1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산재 승인 신청을 한 이는 16명인데, 9명은 불승인 결정이 났고 나머지는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불승인 결정을 받은 6명은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계를 봐도 산업재해성 질병을 얻은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에 나온 국감 자료를 보면, 업무상 질병임을 인정해 달라고 노동자가 낸 신청에 대한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의 불승인율은 2008년 55.3%에서 지난해 60.7%로 뛰더니 올해 5월까지는 64.5%로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사망한 이 사건의 최초 희생자로 알려진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의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 96명 중 32명의 꽃다운 20대 청년들이 죽었으나 단 한명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정부는 기업의 영업기밀 보호 핑계로 반도체 공장 화학물질 사용 실태를 철저히 비공개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미경 의원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꽃다운 20대 32명 죽었는데도, 미국에선 법 규제 때문에 반도체공장 화학물질 다 밝힌 삼성이 국내에선 ‘영업비밀’이라면서 안 밝혀” 이어 이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3년째 문제가 되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도 삼성에 공개질의서를 냈고, 전 세계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쓰는지 다 공개하도록 하고 현지 삼성 법인도 미국 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느냐. 이번 국감에서 정보공개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며 “정부가 두 번의 역학조사를 했지만 사업장과 백혈병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는데도 오히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상관관계를 밝혀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다그쳤다. 같은 당의 홍영표 의원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해당 회사들의 영업상 기밀을 들지만, 사업장 비밀 보호와 희생자가 충돌하니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하려면 자료를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도 “근로자나 유가족이 산업재해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 측이 산업재해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방향으로 산재승인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박 장관과 얼굴을 붉히는 설전까지 벌였다. 이어 주 의원은 “2차 대전 때 미군이 젊은이를 징집하면서 (군인의 사망 확률이 민간인보다 낮다며) ‘군에 들어오면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고 비유하며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 백혈병 노동자의 발병율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노동부도 통계적 유의미성만 계속 얘기하니, (당사자들로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지 않겠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박 장관이 “이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사실로 얘기해야지 감정 갖고 하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에 주 의원은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자료를 내놔라. 그럼 오해가 풀릴 것 아닌가. 1년 전 국감 때도 이랬는데, 오늘도 이러니 답답하다. 노동 당국이 삼성 재벌 때문에 덮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박재완 노동장관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기 전에는 피해 노동자에게 산재승인 내주기 어렵다. 안전성 입증 책임을 근로자 아닌 회사에 부담시키면 재정부담 가중되고 도덕적 해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당 손범규 의원 역시 질병에 걸린 노동자 쪽이 자신의 질병과 평소 회사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 산재 승인 방식을 문제 삼으며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너무 수동적이어서 산재 승인 관련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리고 손 의원은 “노동자에게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입증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건강한 사람이 그곳에서 근무하다 병에 걸렸을 때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추정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처리 요양 승인을 해주고, 강자인 사용자가 원하면 소송을 해서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승인해줬다(고 다투는)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음에도 박 장관의 태도는 완강했다.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기 전에는,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기 전에는 역학조사 결과 전면 공개도 힘들고 피해 노동자에게 산재 승인을 내주기도 어렵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박 장관은 “관련 역학조사에 유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했다”며 “반도체 사업장과 백혈병 발병과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근로자의 입증 책임을 사측으로 전환하면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도덕적 해이 현상이 다수 발생할 수 있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대답과는 달리 ‘백혈병 발병 논란’이 일어났던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이 노출된 적이 있다는 서울대의 자문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9월 28일 서울대가 삼성전자의 의뢰로 지난해 6~10월 조사를 거쳐 작성한 ‘삼성전자 기흥공장 화학물질 노출평가 부문 자문보고서’를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며 이 보고서를 공개했다. 서울대가 반도체 사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지난해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등 반도체 3사의 6개 공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는 2급 발암물질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상존하며 실제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2009년 2∼7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에서 독성 또는 인화성 가스를 감지하는 가스검지기가 총 46회 작동했으며, 가스 누출 시간은 10분 이내가 89%였지만 고농도 가스가 최고 1시간 35분간 누출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화학물질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흥공장 5라인은 화학물질 제품 99종을 사용하지만 측정을 통해 노출 수준을 관리하는 물질은 24종(28.9%)에 불과했다. 1급 발암물질인 카테콜이나 암모니아수 등은 법적 측정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측정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기업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6개월간 공장에서 가스검지기 경보가 46회 발령된 것은 가스감지 기준점을 법정기준보다 훨씬 낮고 엄격히 운영하기 때문이고, 가스가 작업자 근무 공간에 누출돼 작업자 건강을 위협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는 “1시간 35분 동안 가스가 누출된 것은 밀폐된 설비 안에서 센서에 감지된 상황으로, 설비 안에 있는 장치로 강제 배출돼 인체에 접촉되지 않았다”며 “법정 측정 대상 물질이 아닌 5종은 컨설팅 보고서 제안에 따라 이후 노출 평가에 포함토록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보고서 “근로자들이 직접 화학물질 들고 운반-교체하는데도 삼성 측은 ‘기계로 중앙공급’ 딴소리. 1시간30분 동안 가스누출 사고도 있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회사가 이상적인 작업 환경을 구축하고자 컨설팅을 받은 자문 보고서 내용일 뿐”이라며 “실제 작업 환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오해를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유기용제와 가스 누출 사고가 비일비재했고, 많을 때는 한 달에 두세 차례 사고가 나기도 했다”고 증언해, 삼성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화학물질 관리에 허점이 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학물질 제품 99종 가운데 라인을 이용한 중앙공급 방식으로 공급되는 경우는 32종에 불과하고, 작업자가 병을 이용해 직접 교체 투입해야 하는 물질이 65종, 드럼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2종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되풀이해온 “가스와 유기용제는 (안전을 위해) 모두 중앙에서 공급되고 처리가 끝나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이 보고서는 병이나 드럼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공급하면 용기의 개폐·분배·보관 등의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작업장 내로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서울대연구소의 보고서와는 별도로 삼성전자의 내부 발간물인 ‘그린 삼성’ 2007년 여름 호에 실린 기흥공장 안전그룹장의 ‘냄새 관리’라는 대목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이 기고문은 “가스감지 시스템은 구축돼 있으나 유기화합물의 경우 별도의 감지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으며 저농도-만성적 유기화합물 냄새로 인한 작업자의 건강 보호와 누출 시 발생원인 파악 및 개선 조치를 위해 2007년 6월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공장 내부에서 유기화합물 냄새가 지속적으로 났다는 사실을 삼성 쪽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당시 냄새에 대한 조사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더 나은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냄새를 측정·관리하는 시스템을 제안한 내용이었다. 냄새가 난다고 해서 모두 인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은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는 부분 부정의 뜻을 담고 있다. 시민단체의 ‘공장 내 유해물질 모두 밝혀라’ 요구에 삼성은 “납품업체가 안 밝혀서…” 답변. 시민단체들 “언제부터 납품업체가 이렇게 세졌나” 하지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36·산업전문의) 씨는 “냄새 관리에 대한 20007년의 문건은 당시 모니터링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1984년 공장이 생긴 이래로 23년 동안 그런 상황을 방치해 왔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정작 삼성전자 측에서는 ‘2007년에 모니터링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참여연대, 좋은기업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환경정의 등 시민단체들은 10월 1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학물질 노출 관리의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 등 희귀 질환에 걸린 삼성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삼성은 이에 합당한 보상과 작업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단체들은 “정부와 국회는 유해 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2008년·2009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시행한 반도체 제조공정 역학조사 결과와 서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가 모두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납품업체에서 영업상의 비밀을 이유로 삼성전자에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것”이라며 “공개를 못한 것이지 문제를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과 납품업체 사이의 일반적 관계를 고려하면 이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는 유해성 판단을 위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83종의 물질 중 평소 측정·관리되고 있는 것은 24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급업자가 제출한 자료 이외에 삼성전자 쪽이 화학물질과 관련해 자체 분석을 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 유치에서 보듯 경제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자부하고 있는 반면 ‘산재 후진국’의 오명을 못 벗고 있다. 그 원인은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에 기댄 기업들의 기회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어서 시정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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