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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 경쟁, 여야 갈등으로 기로에 선 ‘개헌론’

친이계의 ‘밀어붙이기’ vs 친박계의 ‘침묵 모드’…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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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9호 심원섭⁄ 2011.02.14 14:40:38

한나라당이 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이틀째 개헌 의원총회에서 의원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 문제를 좀 더 전문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당내 특별 기구를 구성하기로 의결함으로써 개헌 성사 여부가 중대 기로에 올랐다.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 개헌 동의를 확보함으로써 일단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어서 171석이라는 거대 의석수를 감안할 경우 당내에서 확고한 개헌 단일대오를 갖게 된다면 수월한 개헌 절차를 밟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한나라당의 '2대 주주'인 친박계가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친이계 일각에서도 반발이 없진 않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여당 내의 개헌 반대론자들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의 협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권 내에서는 이번 한나라당 친이계의 개헌의총 강행을 놓고 실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라기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친이계의 결집을 강화하려는 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야당이 개헌론을 정략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해 개헌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을 뜻을 밝히고 있어, 개헌선인 200석 이상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욱이 개헌이라는 고차원 방정식은 정권 초창기 권력이 극대화돼 있을 때 밀어붙여야 성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이 개헌에 별 관심이 없는데 정치권, 그 중에서도 친이계만 밀어붙이는 한계가 있는 데다 시기적으로도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친박계는 이번 개헌 논의를 고리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근혜 전 대표를 고립화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는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를 상대할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구도에서 일단 기존 판세를 흔들 공간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개헌론을 내놓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친이계의 개헌론은 단순히 개헌 그 자체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친박계 의원들 중 많은 의원들이 첫날 개헌의총에 참석했으나 토론에는 단 한 명도 나서지 않아 침묵으로써 반대를 표시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의 “나 다윗은 골리앗과 싸운다” 발언에, 친박계 “골리앗이란 박근혜를 말하느냐?“며 불쾌한 감정 내비쳐 즉 의총에 참석함으로써 개헌론을 외면하지는 않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향하는 친이계의 개헌 드라이브에 대한 그동안의 무대응 전략이 의총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유지된 셈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이콧에 가까울 정도로 극소수 의원만이 의총에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친박계에서는 평소 의총장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는 예상대로 불참했지만 서병수 최고위원을 비롯해 31명의 의원이 자리를 잡았지만 이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는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친이계 의원들의 ‘릴레이 발언’을 잠자코 듣기만 했을 뿐 아무도 연단에 오르지 않았다. 이들은 개헌론을 친이-친박의 의견대립의 구도로 보는 시각을 차단하면서도 대다수 현 시점에서의 개헌 추진에는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이 야당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안하다가 왜 지금 하느냐는 것이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의총 첫날의 소감에 대해서도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들이었다. 친박계의 한 중진은 “예상대로였다”며 “개헌 추진에 대한 일방적 홍보의 장에 우리가 굳이 구색 맞추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발언하지 않았고 내일도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나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개헌을 납득시킬만한 논리를 갖추고 있는지 들어보려고 갔으나 내가 설득 당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국민들에게도 역시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또 다른 의원은 “개헌은 국민의 90%가 지지하는 추동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런 공감대가 없는 현재의 개헌론은 당의 분란만 가져올 뿐 정치적 실익이 없다”며 “안 되는 일로 논쟁하지 말고 당이 단합해야 한다는 생각만 더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권의 최대 화두인 개헌 이슈는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논란 이후 잠복했던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계파 갈등을 또다시 촉발시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이 각개약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이슈는 향후 여권 내 권력 헤게모니 투쟁을 가속화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어 그 파장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며, 특히 이번 개헌 논의 과정은 지난해 세종시 수정 논란과 주체만 바뀌었을 뿐 형식과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 친박계가 세종시 원안을 ‘국민과의 약속이자 당론’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친이계를 몰아붙였다면, 이번에는 친이계가 ‘개헌이 17대 국회에서 정한 당론’이라는 이유로 친박계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 경선부터 쌓인 친이-친박간 계파 대립이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절정에 달했고, 세종시 수정 논란을 통해 고착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개헌 논쟁의 결과를 심상치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친이 주류 측이 본격적으로 개헌 드라이브에 나선 데는 차기 대권경쟁에서 독주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맞서 개헌을 축으로 친이계 내부의 결속을 다져 독자 세력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친이계 내부에서 박 전 대표에 맞설 확실한 '대항마'가 부상하고 있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될 개헌 밀어붙이는 모습, 세종시 때와 비슷” 지적에 친이계 “세종시 수정은 당론 아니었지만, 개헌은 당론인데 뭔 소리” 반발 반면, 친박계 내부에서도 친이계 주류 측이 개헌 자체보다는 친이계 내부의 세력 공고화를 통한 ‘친박 고립화’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가 현재의 판도를 뒤흔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특정인과 정파가 몰아가기 식으로 전개하는 현재의 개헌 드라이브는 다분히 정략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개헌 의총은 친이-친박계 간의 계파대결이 본격화하면서 당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냐, 아니면 개헌 이슈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면서 소강상태로 다시 침잠하느냐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하지만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 세종시 문제에 이어 개헌론을 놓고 ‘계파 싸움’이 벌어질 경우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만큼 양측은 감정 대결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번 개헌의총에 ‘개헌 전도사’를 자처하며 그동안 개헌론을 주도해온 친이계 핵심 좌장 이재오 특임장관이 불참한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개헌의총 기간 중국을 방문하는 등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한 점 등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의총 첫날인 2월 8일 당 소속 지식경제-교육과학기술위 위원들에게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동 발의를 위한 서명을 요청하는 등 조용한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권이 지금 개헌 논의를 한다는 것은 본분을 이탈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국민의 머슴으로, 국민이 관심 없어 하는 일에 열심히 하다 보면 주인이 하라는 일은 제대로 못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역시 친박계인 이혜훈 의원도 PBC 라디오에서 “국민은 개헌에 관심 없으며, 그들만의 잔치라고 말한다”고 밝힌 뒤 ‘개헌 추진이 당론’이라는 친이계의 주장에 “당론을 정한 기억이 없으며,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4년 전에 정했던 당론을 지금까지 시행하지 않다가 갑자기 들고 나오는 것도 납득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 친이계가 주도하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정권 말기 정부 여당에 불리한 각종 현안을 덮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개헌 실기론’과 ‘민생 우선론’을 내세워 여권 발 개헌론의 확산 차단에 나섰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미 실기했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 개헌 특위 구성을 비롯한 어떤 개헌 논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과 물가-전세 대란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권이 대통령을 위해 국민과 민생은 제쳐놓고 있다”고 여론전에 고삐를 죄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실기했다”며 “사실상 총선이 1년여 밖에 안 남았는데 개헌에 합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의 개헌 의총에 대해 “한심한 작태로, 설 연휴 동안 국민과 함께 하고 지역 민심을 살피고 온 결과가 고작 소위 재집권을 위한 개헌 놀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개헌과 국민은 아무 관계도 없고, (국민은 개헌에)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대표 역시 최근 “여당의 진의는 개헌을 통해 정국 돌파를 꾀하고 종국적으로 정권 연장을 하려는 것”이라며 수차례에 걸쳐 여권의 개헌 논의 제안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여야 영수회담이 열리면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 개헌 특위 구성 논의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일단 개헌 특별기구 설치를 결의했으며, 아직 명칭과 구성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최고위 의결을 거쳐 최고위 산하에 설치하거나, 아니면 정책위 산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총에서 개헌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 구성이 의결됐지만, 특별기구 구성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별기구에 친박계 의원들이 불참할 것이 확실시 돼 '반쪽 특별기구'가 될 가능성이 높고,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개헌에 소극적이어서 최고위 의결부터 녹록치 않다는 게 당내외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홍 최고위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특별기구 구성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당내 타협도 없이 밀실에서 특정 계파 몇 사람이 쑥덕거리고 개헌을 추진한다고 개헌이 되나.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속닥거려 (특별기구를) 당 대표 산하에 두기로 합의 봤다는데 그런 식이면 최고위에서 의결 못해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개헌당론 확정했다지만 기억 없고, 왜 4년간 조용히 있다가 국민이 외면하는 개헌을 갑자기 해야 한다고 난리냐“ 반발 게다가 당내 특별기구가 구성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더라도 개헌의 내용과 폭, 방향 등에 대해 정파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단일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당내 개헌 특별기구를 구성하자는 의결에 대해 친이계 의원들은 당내 개헌 특위를 만들어 본격적인 개헌 드라이브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반면, 친박계와 중립파 의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당내 계파별로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험로를 예고했다. 친이계인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18대 국회 초에 개헌 논의를 못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모든 주제를 논의할 책임이 있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성실하게 (개헌을) 논의하는 게 18대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이해봉 의원은 "의총에서 개헌 특별기구 구성에 반대 의견을 냈다"면서 "모처럼 한나라당이 갈등을 극복한 상태인데 새로운 갈등을 초래하면 누가 책임지나.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중립 성향의 남경필 의원은 "개헌 특별기구를 구성해도 그 전제조건은 18대에서 (결론 내리는 일을) 안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진지하게 논의해 축적 결과를 19대 국회에서 대통령 임기 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혀 이 같은 분위기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특임장관은 2월 10일 자신을 ‘다윗’에 비유하며 개헌 추진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개헌을 위해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며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장관이 언급한 ‘가장 강력한 상대’, ‘골리앗’ 등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침묵 모드로 일관해 온 박 대표와 친박계를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으나 이 장관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편 이 장관은 전날 개헌 의총 결과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은 희망이 있다. 개헌 의총 2일간 갈등과 분열도 없었고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었다”며 “이제부터는 서로 존중하면서 선진 헌법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으자”고 주장해 과연 개헌론의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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