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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 전격 귀국 ‘판도라 상자’ 열리나

그림로비, 연임청탁, 태광 세무조사 등 ‘3대 의혹’ 조사 시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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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1호 심원섭⁄ 2011.02.28 15:09:10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2009년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출국한 지 2년 만인 2월 24일 갑자기 귀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 전 청장이 연루된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28일 오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본인도 출석 의사를 밝혀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림 로비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9년 3월 도미 이후 검찰은 물론 정치권의 귀국 요청을 계속 거부해오던 한 전 청장이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온갖 억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으나 암 투병 중인 부인의 병간호를 위해 돌아왔다는 말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태광실업에 대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세무조사 지시와 정치권 실세와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 밝혀질지 관심 한 전 청장의 부인 김 모 씨는 한 전 청장과 함께 출국했다 2009년 말 암 수술을 받으러 돌아왔고 검찰에 출두해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한 조사까지 받았다. 김 씨는 이후 국내 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암 수술을 받고 상태가 많이 호전됐으나 장기간 투병 생활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동안 검찰 안팎에서 한 전 청장이 부인을 돌봐주러 돌아올 것이라는 소문이 여러 차례 나돈 것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의 귀국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박연차 게이트’가 지난달 27일 핵심 인물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 사실상 막을 내린 것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한 전 청장은 현직에 있던 2008년 말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에 배당했다. 당시 재계 순위 600위권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 본청 차원에서 한 것에 대해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 했다. 급기야 한 전 청장이 도미한 뒤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한 전 청장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전 청장이 당시 세무조사와 관련해 모종의 결심을 하고 귀국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은 일단 한 전 청장의 귀국과 관련해 ‘입국시 통보 조치’에 따라 새벽에 비행기가 도착하면서 연락을 받았을 뿐이고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며 ‘기획 입국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우리도 아직 그가 왜 갑작스레 들어왔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다”며 “28일 그를 불러 제기된 의혹과 함께 정확한 귀국 이유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상대로 △그림 로비 △청장 연임 로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빚어진 직권남용 논란 등 3가지 의혹을 중점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림 로비 의혹은 한 전 청장이 2007년 초 인사 청탁 목적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고(故) 최욱경 화백의 고가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했다는 내용이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이 된 이후인 2008년 12월25일께 포항에서 이 지역을 비롯한 경북 출신 유력 인사들과 만나 골프 접대 등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현 정권의 핵심 실세를 만나 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검찰은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던 ‘박연차 게이트’에 앞서 2008년 8월 태광실업을 대상으로 표적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한 전 청장은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를 관할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배당,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당 측은 그가 2008년 11월께 세무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상률, 전군표, 안원구 등 ‘국세청 3인’의 대질신문 이뤄질지 관심 쏠리지만 검찰은 “필요성 많아 보이지 않는다” 부정적 반응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 김 모 씨, 태광실업 직원 등이 10여 차례 만나 ‘대책회의’를 했으며 한 청장 등 관계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9년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이 로비를 시도했으나 결국 국세청이 박연차 씨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세무조사 무마 로비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은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2009년 1월16일 자진사퇴했으며 2개월 뒤 미국으로 출국해 머물러 왔다. 이와 함께 검찰이 공식적으로 수사하는 대상 이외에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림 로비 문제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제기해 불거졌다.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국세청이 2007년 7월∼2008년 포스코건설을 세무조사할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과 관련한 문건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문건을 봤다고 밝힌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에게서 퇴임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초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의 차명 소유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한 전 청장과 전 전 청장, 안 전 국장의 대질신문 여부도 관심거리지만 일단 검찰은 “현재로서는 필요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기존 입장과 다른 진술을 검찰에서 하거나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여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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