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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치부를 드러내며 ‘독화살’을 쐈다

실명 거론하며 유력 인사들의 불법·비리·스캔들을 적나 라하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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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심원섭⁄ 2011.03.28 11:31:06

신정아(39) 씨의 자전에세이 ‘4001’이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사무실, 식당 어디를 가도 신 씨 얘기뿐이어서 흡사 ‘신정아 블랙홀’을 연상케 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수감번호를 따 ‘4001’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 책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한때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부터 파국, 그리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부도덕한 행위, 조신일보 기자 출신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C씨의 기자 시절 부적절한 행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책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국제적 스캔들을 일으킨 모니카 르윈스키가 냈던 책과 비슷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정아 “정운찬,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 제로” 우선 신 씨는 자신과의 스캔들을 일으켰던 변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밝혔다. 신 씨는 “처음부터 내가 먼저 원하던 관계가 아니었다. 끈질긴 똥 아저씨(변 실장을 지칭)의 사랑에 나는 무너졌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고 주장하면서 “똥 아저씨는 아빠였고, 친구였고, 한 남자였으며, 우리는 ‘사랑’이나 ‘불륜’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관계였다”고 썼다. 그녀의 이러한 언급은 ‘신정아 스캔들’이 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꽃뱀 설’, 즉 “신정아가 힘 있는 남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교묘하게 접근했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치정의 상대방인 변 전 실장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에서 신 씨의 책만 읽으면 “아, 변 실장이 이런 식으로 접근해 가서 이렇게 됐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앞으로 변 전 실장과 그 주변 인사들의 반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변 전 실장은 현직 정치인이 아니지만 신 씨의 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정치인도 몇 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 인물은 정운찬 전 총리다. 이 책에서 ‘부적절한 행동’ 또는 ‘말로 하기 힘든 행동’을 여러 번, 공개적으로 한 인물의 대표 격으로 꼽힌 것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27 재보궐 선거 경기도 분당을 후보자로는 물론 장래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정 전 총리의 정치적 앞날에 큰 정치적 암운이 드리운 상태다. 신 씨는 책에서 당시 서울대 총장이던 정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자신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내 사건이 터진 후 정운찬 당시 총장은 스스로 인터뷰에 나와서, 나를 만나본 일은 있지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은 제의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을 했다. (중략) 정 총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실소가 나왔다. 서울대 교수직이나 관장직 얘기는 둘째 치고, 자신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렇게 먼저 내 문제를 스스로 들고 나와서 극구 부인하는 모양이, 켕기는 것이 있으니 저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 (‘4001’ 중 97-98쪽)

신 씨는 정 전 총리가 밤늦은 시간에 호텔 바에서 여러 번 만나자고 하는 등 자신을 처음부터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려는 것 같지 않았다고 썼다.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 (100쪽) 이어 신 씨는 “서울대 총장이란 이 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자리”라며 “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썼다. (101쪽) 이 책이 나온 뒤 정 전 총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의 한 측근도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며 “책을 팔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을 세게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 입장에서는 책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자니 우스운 사람이 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신 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됐든 정 전 총리는 신 씨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당분간 도덕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에 대해서는 분당을 보궐선거에서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그가 최근 강도 높게 제시한 이른바 ‘초과이익 공유제’도 돌발변수에 의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신 씨의 책으로 현역 정치인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인물이 정 전 총리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자서전이 정운찬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기획출판 된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특히 출판사 ‘사월의책’ 사장이 민주당 486 인사들과 가깝다는 사실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만약 그런 목적으로 이 책이 기획출판 됐다면 정운찬 전 총리가 분당을 후보로 확정된 뒤에 나왔을 것이고, 후보자 되자마자 그를 탈락시키고 한나라당에 차기 후보를 급히 공천해야 하는 혼란을 안겨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신 씨의 책은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신정아 “조선일보 전직 C모 기자, 껴안고 단추 풀고…” 신 씨가 밝힌 세 번째 정치인은 실명이 아니라 ‘전직 조선일보 C기자’로 표현된 인물이다. 신 씨는 책에서 “당시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를 맡았던 C기자가 택시 등에서 나를 성추행했다”며 “C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고 썼다. 네티즌들은 C기자의 실체를 벗기는 데 집중했으며, 대체로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한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씨가 실제 있었던 일임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하는 저명 인사, 언론인 등의 이름을 거의 그대로 쓴 반면 거의 유일하게 ‘전직 조선일보 C 기자’만 익명으로 처리해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이 국회의원은 모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신정아와 출판사, 그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정철 “신씨 ‘노무현 전 대통령 일화’는 거짓말” 한편 이 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대목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신 씨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소개해 노 전 대통령을 만났으며 노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더 큰일을 위해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노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가끔씩 내 의견을 물었고, ‘홍보나 대변인을 해도 잘하겠다’고 칭찬했다”는 자기 홍보성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책의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즉각 노 전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나왔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3월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고인에 대한 악의적인 얘기는 없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주장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굳이 해명할 가치가 없다고 봤는데, 일부 신문들이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보도를 하니 진실은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양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말씀을 참 잘 하시네. 더 큰 일을 위해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냐’고 권했다는 신 씨의 주장에 대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전화통화를 해야 가능한 생생한 묘사요 어법이지만, 노 전 대통령께서는 신 씨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신 씨가 실명을 밝히지 않은 자신의 외할머니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신 씨에게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물었고, 말하는 것이 또박또박하다며 대변인을 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대목에 대해서도 “청와대 시스템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국민 담화나 회견은 관련 참모들 중심으로 보안을 유지해 작성한다. 바깥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자문을 얻는 것은 계선 상의 참모들을 통해 이뤄지지 대통령이 직접 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은 큰 틀이나 최종 문안에 대한 지침을 주는 시스템이다. 업무를 담당했던 참모 입장에서 보면 쓴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 스타일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양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대변인을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 씨가 청와대 인사 대상에 올랐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청와대 내부를 너무 모르는 사람의 자작극 같은 얘기”라며 “노 전 대통령이 신 씨를 기억하는 건, 학력 위조 파문으로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청와대가 곤욕을 겪었던 사건 때문일 뿐인데, 그런 대통령에게 ‘귀국 반대’ 운운 얘기를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신 씨는 학력위조 사건이 터진 뒤 노 대통령이 자신에게 귀국을 만류했다고 썼다. 양 전 비서관은 “신정아 씨가 누구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은 걸 갖고 그런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 그런 주장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금도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신 씨의 책에 대해선 현재 정가에서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력 인사들의 ‘허리 아래 사건’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지난 4년간 세인들의 웃음거리로 조롱당한 과거에 대해 까놓고 한번 해보자’라며 도전하는 자서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신 씨의 자서전과 관련해 도중만(49)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는 “(신 씨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가십거리’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파장이 큰 것을 보면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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