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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왜 중수부 폐지를 두려워하나…

이 대통령의 마지막 보신책은 ‘중수부 존치’…여당을 ‘거수기’ 전락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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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6호 심원섭⁄ 2011.06.13 15:04:46

청와대가 정치권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민주당 등 야당은 청와대의 ‘검찰 눈치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잠깐 일어났으나 끝내 ‘중수부 폐지 반대’로 돌아서는 ‘거수기’ 노릇을 서슴지 않아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 검찰소위에서 6월 3일 대검 중수부의 직접수사기능 폐지안에 대해 의견이 모아진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이 반대하고 나서자,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여야가 ‘중수부 폐지’를 합의한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없던 일’이 돼버렸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박영선 사개특위 검찰소위 위원장은 6월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제19차 검찰소위 회의를 열고 대검 중수부 폐지 법제화, 압수수색 제도 개선 사항 등에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김준규 검찰총장은 6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끝까지 갈 것이고, 향후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겠다”는 성명을 직접 발표하며 방어선을 쳤다. 이어 김 총장은 부패수사 본산으로서 중수부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칫하면 우리 사회의 거악(巨惡)과 큰 부패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하면서 중수부는 결코 힘없는 서민을 표적으로 삼은 적은 없다”고 항변하면서 검사들이 흔히 쓰는 경구 중 하나인 “수사로 말하겠다”는 말로 ‘중수부 사수’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현재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중수부는 일단 수사가 외부의 영향을 받는 듯한 오해를 사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나 격앙된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중수부 관계자는 6월 9일 CNB저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0년간 국회의원만 93명을 기소한 바 있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한다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피조사자들이 부른다고 순순히 제 발로 걸어 나오겠느냐”며 “다들 (중수부가 폐지될 때까지) 두 달만 버티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6월 6일 오후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한나라당에도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 ‘중수부 폐지’ 반대 청와대는 그동안 사법개혁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최근 국회 사개특위 소위에서 중수부 폐지 문제가 급부상하자 갑자기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 핵심 참모는 “중수부를 폐지하면 권력은 누가 견제하겠느냐”면서 “중수부의 대안으로 야당이 생각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여당이 고려 중인 서울중앙지검내 별도수사 조직 설치는 전국단위 수사 등에서 여러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핵심 관계자도 “‘거악’의 척결을 위해서는 관할 제한을 받지 않고 지역 이해관계도 초월한 전국단위의 강력한 수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치권 실세 등이 수사대상일 경우 위축되지 않고 수사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이 직접 책임지는 수사기구가 필요하며, 따라서 중수부 폐지 여부는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수석회의에서는 대검 중수부를 현행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를 이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수석들의 뜻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가 권력, 토착, 교육 비리 등 3대 비리 척결과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전국단위의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대검 중수부의 존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여당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권력형 비리 수사의 업적이 있는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자칫 부산저축은행 등 현재 불거져 있는 각종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까지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은 대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한 ‘전국단위 수사체계’인 중수부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현재 여야가 검토 중인 ‘대안’이 오히려 중수부 존치보다 못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검찰에 저축은행 수사 힘 실어주기도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도 국회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결정에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반발하는 데 대해 “검찰개혁은 국민의 요구”라고 선을 그으며 단호히 대처하고 나섰다. 그리고 저축은행 로비의혹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하자 국회가 중수부 폐지 결정으로 ‘방탄막’을 친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등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특히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 일시 중단 사태에 청와대와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꼬리 자르기’ 수사에 대한 사전 교감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국민의 공복인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하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일련의 행위는 결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중수부 폐지의 옳고 그름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지 이해 당사자인 검찰이 수용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 위원장인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국회의 중수부 폐지 결정은 4월에 합의된 것”이라며,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수부 폐지는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거악척결 문제와 직결됐다기보다는 검찰총장에게 직접적 수사권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와 연결돼 있으며 대부분 선진국에서 검찰총장은 직접적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의장은 강원랜드 등 공기업 비리, 박연차 정·관계 로비, 태광실업, C&그룹,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 현 정부 들어 중수부가 수사한 5건의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前)정권 수사와 호남 죽이기 논란만 낳았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청와대가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 간의 ‘막후 빅딜설’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은 정치권을 겨냥한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과의 사전 교감 속에 나온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관한 청와대의 움직임에 6월 7일 예정에 없던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청와대는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검찰에 동조하고 있다”며 “국민 권익을 지키려면 검찰은 검찰을 지키고 청와대는 청와대를 지켜야 한다”고 두 기관의 밀착관계를 비판하면서 국회 사개특위에서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진 특별수사청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은 청와대·검찰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청와대를 향해 번져가던 저축은행 사건의 불길을 검찰이 꼬리자르기 수사를 통해 차단하는 대가로 중수부 존속을 약속받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이처럼 청와대와 검찰을 향한 공세를 강화한 것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여겼던 중수부 폐지가 여야 합의에 도달한 시점에서 무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중수부 폐지를 관철해야 할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명분과 실리’라는 문제를 떠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 폐지에 소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판하면 검찰개혁에 나선 민주당의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지만 자칫 여야 갈등으로 중수부 폐지안의 국회 처리가 물건너 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민주당은 중수부 폐지가 지난 3월 사개특위 6인소위에서 여야가 의견을 모은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청와대-검찰 간의 빅딜설에 대해 청와대는 “말도 안 되는 얘기여서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한나라당, 청와대 한 마디에 ‘거수기’로 입장 바꿔 그러나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공저자인 김희수 변호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도 검찰을 어떻게 부릴 줄 알게 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만 흔들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기다.”라며 “지금 이대로 가는 것이 정권 유지나 권력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보신책이라고 할 수 있다.”로 주장한 바 있어 민주당의 주장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저축은행 수사 수위를 놓고 제기된 청와대와 검찰의 사전 교감설은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사법개혁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CNB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시대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또 검찰이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이치에 닿지 않는 얘기에 말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합의에 반대입장을 밝히자 한나라당 의원 49명이 “대안없는 중수부 폐지에 반대한다”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해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반대 의견이 주를 이뤄 끝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청와대 입장에 상관없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렇게 급격하게 입장이 변화된 이유는 ‘청와대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날 의총에서 발언을 한 16명의 의원 중 검찰 출신인 박준선, 정미경 의원 등 15명이 폐지에 반대했고, 주성영 의원 1명만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주 의원의 의견도 “당장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되 여론 흐름상 지금 하는 것은 어려우니, 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연장하고 특수수사청 등 대안 마련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에서는 6월 말로 예정된 사개특위 시한을 연장해 하반기로 이 문제를 넘기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실제 이날 사개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0명은 따로 간담회를 열고 시한 연장에 대해 의견을 나눠 한나라당측 간사인 이주영 의원 등 6명은 시한 연장 쪽에, 검찰 출신의 장윤석 의원 등은 시한 연장을 반대하는 바람에 결론을 못내렸다. 정치권에서 이렇듯 우와좌왕 하는 동안 검찰이 강한 반발을 통해 ‘중수부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여당의 내부 혼선으로 중수부 폐지 논의가 6월 국회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인 데다, 야당은 6월 말로 시한이 정해진 사개특위 시한 연장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 폐지 반대에 앞장선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중수부 폐지 논의 자체가 검찰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고, 잘못하면 언제든 사개특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중수부 폐지 문제는 이미 여야가 검찰소위에서 합의했고, 여야 원내대표도 본회의 통과를 약속했다”며 “이제와서 6월 국회에선 불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어 정치권, 검찰, 청와대 등이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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