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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재계의 ‘포퓰리즘’ 논쟁

국회 “총수들, 국정조사 불참시 고발” vs 허창수 “정책결정, 원칙 지키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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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9호 심원섭⁄ 2011.07.04 13:45:42

재벌 총수와 경제단체장의 국회 출석문제, ‘포퓰리즘’ 정책 논란에서 촉발된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정면충돌 양상을 띠고 있다. 더구나 양측이 대기업 법인세 감세철회, 반값 등록금 정책을 놓고 한바탕 포퓰리즘 논란을 벌인데 이어 재벌총수의 국회 청문회 및 공청회 출석 문제를 놓고 또다시 대립하는 등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6월 21일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법인세 등 감세 철회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들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해 논란의 진원지가 되었다. 허 회장은 이날 “일부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감세 철회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세금을 더 많이 걷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어차피 선택의 문제이며 그분들이 선택하면 될 문제이긴 하지만 (기업들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 “‘반값 등록금’,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 이어 허 회장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성 정책이 쏟아지는 것 아니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들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당장 듣기는 좋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며,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서는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복지정책 경쟁에 직격탄을 날렸다. 뿐만 아니라 허 회장은 동반성장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허 회장은 “(동반성장의 경우) 금전적 보상보다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도와주기만 해서는 자생력이 안 생기며, 우리 중기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도 보탬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 회장은 6월 24일 경제5단체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진 첫 상견례 자리에서도 인사말을 통해 “경쟁국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일시적 흐름보다 경제원리에 맞게 신중하게 운용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뼈있는 한 마디를 던져 재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허 회장은 “올해 기업들은 120조원에 달하는 투자와 획기적인 고용창출 계획을 세웠고 동반성장에도 협력하고자 한다”며 “창의적이고 근면한 근로자에게 희망을 주고 활발하고 자율적인 기업경영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이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에 연일 뼈있는 말을 던진 것은 평소 신중히 생각한 뒤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발언들은 좀 거칠지 않나 싶을 만큼 직설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부 허 회장의 소신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과 재계의 관측이다. 즉 허 회장이 법인세 감세 철회, 초과이익공유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둘러싼 재계의 불만을 대변해 ‘총대’를 메고 나선 형국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허 회장의 이 같은 ‘작심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서민에 우선 순위를 두고 움직이는데 무원칙하다고 폄하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으며,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도 “고물가와 전세대란에 서민들은 한숨으로 날을 지새는데 세금 안 깎아준다고 볼멘소리 하는 재벌은 어느 나라 기업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가 공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법인세 감세 철회 같은 자칭 ‘친서민 정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을, 재계의 ‘반(反)포퓰리즘’을 표방한 공세에 어물어물 대응하다가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권, 재계의 ‘포퓰리즘’ 반격에 전면전 태세 또한 정치권이 서민을 위한다고 하는 ‘무상복지 시리즈’에는 무상급식, 무상의료와 같이 ‘반값 등록금’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구상들도 포함돼 있으며, 실제로 무상급식의 시행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첨예하게 맞서 주민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순수하게 친서민 정책을 편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천문학적 재원을 필요로 하는 이러한 복지 구상들이 ‘공짜’라는 꼬리표를 달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재계가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그럴 만한 틈이 보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상당 부분 “표(票)퓰리즘”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여야의 무상복지 정책의 한계로서, 허 회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정치권과 재계의 논쟁이 지겨운 ‘밥그릇 싸움’의 재연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정치권은 재계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서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조차 무시하는 ‘불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상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정치권은 6월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에 허 회장과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출석시켜 시시비비를 따져 보겠다고 했으나 허 회장 등은 모두 공청회를 보이콧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경위는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하고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사안을 놓고 공개석상에서 맞붙기는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막상 대놓고 지적하려고 들면 아픈 구석들을 양쪽 다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허 회장의 발언에 대해 ‘오기’, ‘놀부 심보’, ‘이유없는 반항’ 등 격한 언사로 반응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대기업 편을 안들었다고 해서 무원칙하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주 편협한 생각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같은 당 정태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렇다면 대기업집단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차원’에서 두부, 떡볶이 시장까지 독점하는 정책을 결정하셨느냐”며 “허 회장의 말에는 뼈는 없고 오기만 있어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회현상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성찰을 촉구했고, 같은 당 김영춘 최고위원은 “존경받는 부자, 존경받는 대기업이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을 목격 할 수 있었으면 너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7명의 당권주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국회를 경시하는 대기업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나아가 대기업 총수들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역할을 촉구했다. 한나라 7명의 당권주자들, 강하게 재계 질타 나경원 후보는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총수들이 도가 지나친 것 같다.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며 “장자가 동생도 돌보라는 요구가 동반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공정 자본주의’를 내건 원희룡 후보는 “재벌이 우는 소리를 해도 공정 자본주의를 하기 위해 선두에 서는 것은 국가권력”이라며 “재벌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후보는 “총수가 비아냥거리는 말로 (국회에) 불출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별것도 아닌데 툭하면 총수를 오라가라 한 부분도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홍준표 후보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대기업 총수는 당연히 국회에 출석, 사회적 논쟁을 해야 한다”며 “콩나물, 두부까지 대기업이 하는 것은 재래시장을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대기업 위주 정책의 전환을 주장한 남경필 후보는 “콩나물, 떡볶이까지 하는 게 부를 승계하는 원칙이냐”고 반문하고 “이런 오만과 탐욕을 막아야 한다. 특권은 없으며, 국회에 나와야 한다”며 주문했다. 박진 후보는 “문어발식 대기업 확장은 막아야 하며, 상속세·증여세 등으로 규제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재계를 압박하면서도 “대기업 길들이기·때리기 차원에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후보는 “대기업 총수·임원이 법망에 걸리면 절대 사면해선 안 된다. 이들은 법대로 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며 “총수들의 포퓰리즘 지적은 오만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 지경위가 29일 개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서는 포퓰리즘 논란을 두고 장외 공방을 벌였던 정치권과 재계가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대립각을 세웠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공청회 불출석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주무장관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불참해 눈총을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공히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 대기업의 횡포를 질타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으나 재계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공청회에 앞서 “세 분의 경제단체 대표들이 국회에 포퓰리스트라는 낙인을 붙였다”며 “국회가 나라도, 기업도 안중에 없이 표만 생각하는 무책임한 정치집단으로 내몰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타이슨 같은 권투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랑 한 판 붙자고 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이해하겠느냐. 어린아이 손목비틀기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대기업이 단가를 후려치고 지네발 식으로 업종을 침해하는데 어느 중소기업이 버티겠느냐”며 “상도의를 잃은 것은 물론 기업가 정신도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응 경총 전무는 “동반성장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도 “동반성장은 누군가 일방적, 시혜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게 모양새가 훨씬 더 좋다”고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정치권ㆍ재계 충돌 바람직 하지 않아” 하지만 재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회장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으나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경제단체장들이 불참한 것에 대해 “오만불손한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단체장을 대신해 출석한 인사들을 회의장에서 내보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최중경 장관이 코스닥대상 시상식 참석을 이유로 공청회에 불참한 것에 대해 “제1차관이 장관을 대행하고 장관은 청와대나 왔다갔다 하도록 하는 게 속편할 것같다”고 비꼬았으며, 김 위원장은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는데 전경련 회장에게 배운 것이냐. 오늘 안 오면 상임위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같은 정재계의 갈등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NB저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권과 재계가 부딪치는 문제는 청와대도 심각하게 보고 우려를 하고 있다”며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두 축인 경제계와 정치권이 부딪치는 것은 국제 경제상황, 국내적으로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이러한 갈등 양상이 자칫 경제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슬기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기업들도 일자리나 투자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했는지 돌아봤으면 하고, 정치권도 무슨 일이 있으면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서로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재계 비판을 자제하라고 직접 요청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그런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실 정치권과 재계의 이러한 ‘힘겨루기’에 대해 국민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정치권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선 누르고 보려는 듯한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행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돼 안타깝게도 이런 자세로는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또한 최근 한나라당이 발표한 ‘반값 등록금’ 대책에서도 나타났듯이 재원확보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무상복지 정책은 포퓰리즘 논쟁을 피하기 어러우며, 더구나 당장 내년 선거를 의식해 서민복지를 앞세운다고 해서 과거의 정책실패로 인한 후유증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선심성 구호를 자제하고, 구체적 실행을 담보하는 복지정책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문제는 외면한 채 조금이라도 정책적 불이익이 예상되면 반대하기에 급급한 재계의 기회주의적 태도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라는 시선도 여전하다. 특히 재계는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 공정거래위 조사 강화 등을 비판하는 것이 일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가진 자’들의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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