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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미지 제고와 특정 예술 장르의 접목

디지털 미디어 중심의 전문 전시관 아트센터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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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3-234호 왕진오⁄ 2011.08.08 14:14:30

대기업들이 미술관을 운영하며 미술계 후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과 경영의 확장성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재벌가 안주인들의 호사로 운영되던 미술관들이 전문가적 지식과 체계적인 경영을 접목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 미술관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디지털 통신시장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SK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아트센터 나비는 예술과 정보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로 미술과 영상기술, 이를 구현하는 장비와의 조화를 시도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한 예술창작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씨가 관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는 최 회장의 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가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이 모태로서, 미술학도였던 박 여사가 결혼 후 꿈을 접고 작품 컬렉션만 하다 소장품 위주로 개관한 순수예술 분야의 미술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동딸이자 최 회장의 부인으로, SK그룹 고 최종현 전 회장의 부인인 박 여사가 워커힐 호텔 내에 설립해 운영해 오던 워커힐 미술관을 1997년 박 여사 타계 후 맡으면서 미술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0년 12월 SK사옥에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하면서 순수미술에 치우쳤던 워커힐 미술관과 달리 멀티미디어 중심의 전시 운영을 하게 된다. 노 관장은 서울대학교 공대 섬유공학과와 시카고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을 거친 자신의 전문 지식을 미술관 운영에 접목했다.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 서울예대에서 디지털 아트 등을 가르친 노 관장은 미디어 아트와 예술경영에 관한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그가 선보이는 미디어아트는 IT와 통신,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이루어진 영상과 설치작품을 통해 세계 각국의 작가들을 연결하고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나비의 정체성은 SK와 SK텔레콤의 기업 성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 미술관들이 공익적 측면을 간과하여 운영하고 있는 시점에 대중의 관심이 적었던 시기부터 한국의 미디어 아트를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연계하여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의 지난 10년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최근 대기업 미술관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슈가 아닌 사회와 공익, 그리고 진정한 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미래 미술관을 꿈꾸다, 디지털의 등장과 디지털 미술관의 구축 중소 미술관으로서의 생존전략, 디지털 아트로 돌파구를 찾다 아트센터 나비가 세상에 날갯짓을 펼치며 다양한 미디어 전시활동을 전개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노소영 관장은 지난 10년에 대해 술회를 하였다. “1997년 나는 워커힐 미술관을 이어받아 이를 새로운 미술관으로 바꿀 궁리를 시작하였다. 왜 새로운 미술관인가? 우선 디지털의 영향이 컸다. 말하자면 중소 미술관으로서의 생존전략이었다. 당시 굵직굵직한 국내 기업미술관들은 너도나도 현대 미술에 투자하고 있었다. 비록 워커힐 미술관이 국내 최고의 사설 현대미술관으로 출발해 선구적인 전시와 작업들을 선보였지만, 다른 미술관들과의 투자 규모와 비교할 때 턱도 없이 작은 운영자금이었다.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순전히 사재를 털어 운영해 왔던 고 박계희 여사의 깔끔한 성품 탓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기업의 후원 없이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마침 정보통신업에 진출한 SK 최태원 회장이 지원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 새로운 미디어가 사용자의 인지와 감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관심이 있었다. 예술가들의 예민한 촉각으로 이를 탐구해 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투자라 여긴 듯하다. 반면, 디지털 예술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 보였다. 대중의 호응을 얻기엔 디지털 아트가 너무 첨단의 장르였던 것 같았다.” 한국 미디어 아트의 현주소와 아트센터 나비의 발자취 생소한 예술장르 그 뿌리 내리기 노 관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소위 통섭을 도모하는 모임을 2000년 6월에 발족했다. 그동안 각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활동을 하던 전문인 29명이었다. MIT 미디어랩의 최연소 박사학위 소지자인 윤송이 박사도 이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첨단이 학문적 예술적 성취가 그거 몇몇 뜻있는 사람들의 소망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안 이후 전문 모임에서 아마추어 그룹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준 작가를 시작으로 12명의 작가그룹이 만들어졌다. 컴퓨터 음악을 담당한 장재호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지망생 등 다양한 전공의 열의에 찬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10개월의 사전 제작기간을 거치고 탄생한 작품이 ‘삼자대화(Trialogue)’라는 작업으로 아트센터 나비의 첫 제작물이었다. ‘삼자대화’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종합적인 인터랙티브 설치작업이다. 어항에 든 물고기 앞에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와 함께 물고기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그 귀 벽면에는 인공생명의 스크린 투사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삼각형의 또 한 꼭짓점에는 인간의 손놀림으로 컴퓨터 사운드가 생성되는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이 있다. 소통이 절반 이상의 의미를 차지하는 미디어아트에서 관객과 코드를 맞추지 못함은 당시 미디어 아트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미디어아트를 갖다 놓아도 관객이 그 의미를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와 같은 맥락이었다. 2000년 서울시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야심차게 내놓은 ‘미디어시티-서울페스티벌’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유명 큐레이터를 동원해 동네가 떠들썩한 전시였으나, 관객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양 미술사의 좁은 맥락에서 해석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관객에 대한 배려 없이 쭉 늘어놓았다.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도 배울 수도 없었던 축제였다. 제1회 ‘미디어시티-서울페스티벌’ 전시는 아트센터 나비에게 있어서 새로운 의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세계적 예술의 조류라고 해서 해외의 것을 무조건 수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세상을 향한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없다면, 굳이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미술관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관객과 눈을 맞추지 못했던 초기 작업들 이후, 나비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나비 활동의 주 관객층인 한국의 2030, 소위 N-세대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인터넷 N-세대의 중추를 이루는 한국의 2030세대는 복잡하거나 난해한 사안들은 기피한다. 지적인 아이러니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은 단순하면서 즉각적인 메시지, 가슴으로 통하며 공유할 수 있는 것,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 그리고 다 함께 거국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산뜻하고 강렬한 카타르시스에 열광한다. 미디어 아트가 극장을 열다, 나비의 세상과의 다양한 교류 시도 디지털 아트와 산업과의 연계- 유비쿼터스 예술 나비는 미디어아트와 공연을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디지털 미디어와 무용, 영화, 고전음악, 게임 등 여러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한 작업들을 소개했고, ‘언집핑 코드(Unzipping CODE)’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디제인/브이제잉(Djing/Vjing)’을 하는 작업들도 선보였다. 단지 기존의 공연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하여 그것을 더 풍성하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기대하게 했다. 전통적인 공연장은 갇힌 공간이다. 물론 상상의 날개는 끝없이 펼 수 있겠지만 물리적인 환경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제 새로운 극장에서는 그 벽들이 스크린으로 작동해 세상 여러 곳과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남극 기지의 대원도, 히말라야의 고승도 심지어 우주인도 실시간으로 불러내어 극중 인물로 등장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전혀 새로운 개념의 공연을 만들려는 나비의 노력은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함께 만들 사람을 아직 찾지 못한 이유라 한다. 대신 그간의 아이디어를 모아 2007년에 ‘P. Art. y’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예술과 기술(People, Art and Technology)의 축제인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서울역의 프리 이벤트와 남산 드라마 센터의 2박 3일간의 여정동안 20여 개의 크고 작은 공연들을 선보였다. 당시 관람객 집계 결과 3,500명 정도가 참가한 이 행사에는 작가나 디자이너, 혹은 마케터나 기획자등 창의산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 서울의 크리에이티브 피플 중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이 일상에 얼마나 침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나비가 예술을 갤러리 밖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2003년부터 싸이월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웹상에 올리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였다.

싸이월드의 급속한 발전을 토대로 소셜 네트워킹 기반의 개인 미디어를 예술 활동의 무대로 삼은 기획을 선보인 나비는 김준, 김태중, 백현진, 장우석, 전민수, 정두섭, 글렌 토마스, 찰스 포맨 등 8명의 작가가 함께한 ‘러브 바이러스’를 웹진에서 제작하여 실시간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또한, 2004년 국내 최초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룬 LED 전광판 갤러리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SKT 을지로 사옥에 설치한 이 전광판은 약 7미터 높이의 위치에서 폭 1미터 길이 53미터 건물을 한 바퀴 돌아가고, 로비 안으로까지 연결되어 있다. 마치 가늘고 긴 띠처럼 생긴 LED 화면이 건물의 내 외부를 연결해 영상 예술을 보여주게 된다. 과도한 빛을 발하지 않으면서 인도를 걷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고, 사운드로 함께 들을 수 있어 복잡한 도심에 청량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중과 소통하는 열린 기업이 되고자 하는 SK의 경영 이념을 반영한 ‘COMO’라는 이름의 전광판 갤러리는 대기업이 사회와 예술로 소통하는 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총 300여 개의 작품이 ‘COMO’에 전시되었다. 디지털 아트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관객은 어린이들이다. 그들에게 디지털 예술은 자연환경이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마치 아름다운 꿈동산에 소풍 나온 것 같이 아이들은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행복하게 노닐며 해맑은 영혼을 펼치게 된다. 한편, 사회의 주변부에서 혜택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아이’는 예술의 사회 기부 프로그램이다. 공부방 어린이들, 탈북 청소년들 그리고 산간 오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작가들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그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아이들 안에서 그들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예술작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기성작가들인 양아치, 장우석, 최승준, 이정화, 남춘식, 우주, 임희영 등이 아이 작가를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하였다. 대기업 미술관의 사회 공헌에 대한 입지 정립 한국의 미디어 아트를 해외에 소개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그룹의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 10년 동안 순수미술이 아닌 디지털 아트에 대한 차분하고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이제는 국내 최고의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공간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여느 기업 미술관들에 비하여 모 기업에서의 지원이 일천한 까닭에 기업 이미지에 부합되며 자생적인 예술 장르를 선택하였고, 특화된 예술을 기반으로 국내와 해외에서의 지명도를 올리고 있는 운영에 대해서는 다른 재벌 미술관들이 참고로 해도 좋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트센터 나비가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업무 중의 하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국의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중국 베이징의 유서 깊은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의 초대를 받아 나날이 달라져 가고 있는 북경의 모습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하는 작업을 중국학생들과 함께 하였다. 2006년에는 중국 청화대에서 주관하는 ‘제2회 예술과 과학 국제 전시 및 심포지엄’에 참가를 하게 된다. 또한, 같은 해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ISEA(Inter Society for Electronic Arts)라는 국제미디어아트 협회가 주관하는 페스티벌에 참여를 하게 된다. 2007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미디어센터인 인터미디아에 개관 전에 10여 명의 한국 작가들과 50여 명의 스페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작업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되었다. 2010년 봄, 프랑스 엉겡레뱅 시에서 열린 ‘향기로운 봄’ 페스티벌은 한국 미디어아트전이 주 전시로 선정되었다. 이 전시를 계기로 2011년 ‘벵 뉴메리끄’ 페스티벌의 한국 유치를 하게 되는 계기도 만들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아트센터 나비에 대해 노소영 관장은 “미디어아트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예술이 아니었다”라며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작가들이 수많은 작업들을 쏟아내고, 그 다양성과 참신함에도 진력이 날 지경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수고와 노력이 무엇을 향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졌다.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 기술을 위한 예술, 예술을 위한 기술? 미디어아트 장르는 아직 어려서 사유나 사색의 깊이가 보이지 않았다. ‘반짝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잠시 끌다가 사라지는 작품들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2000년 12월에 개관한 미디어 아트 전문기관 아트센터 나비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 따른 문화적 욕구를 생명력 있는 활동으로 이끌어내는 매개자의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고민과 탐색의 시간을 날갯짓 삼아 예술과 기술, 사회를 잇는 미래의 오픈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아트센터 나비는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빌딩 4층에 위치하고 있다. 오는 8월 기존 아트센터 나비의 전시장과 라이브러리는 전시, 아카데미, 라이브러리 등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디지털 라이브러리’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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