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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 국정기조 ‘공생발전’의 실체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복지지상주의의 ‘절충형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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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6호 심원섭⁄ 2011.08.22 11:00:32

‘공생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5일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철학의 ‘키워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공생 발전’은 ▲경제와 사회 발전이 양적인 향상만큼 질적인 제고를 담보하는 것이어야 하고 ▲발전의 결과물은 계층·지역간 격차의 확대가 아닌 축소로 나타나야 하며 ▲경제 성장은 `승자독식 구조가 아닌 함께 과실을 나누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이 돼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따뜻한 시장 경제’, ‘함께하는 성장’의 철학이 명실상부하게 국정 운영의 전면에 등장한 셈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공생 발전’은 이 대통령이 지난 해부터 강조해왔던 ‘동반 성장’, ‘상생’의 가치에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적인 개념을 융합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생태경제학을 ‘발전’이 아닌 ‘진화’란 표현을 쓴 것 역시 경제·사회 시스템을 유기체로 보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을 ‘자연 생태계’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개념은 특정한 한 종(種)이 멸종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번성할 경우 전체 종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자연 생태계처럼 우리 사회의 각 주체 중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공생 발전’은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론과 국가공동체의 막중한 책임을 수반하는 복지국가론의 절충점이기도 하다. 탐욕을 바탕으로 특정 계층의 희생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도, 자칫 한 순간에 공동체의 퇴보와 후대의 부담을 야기하는 복지지상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도 미래에 대한민국과 세계가 지향할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 ‘함께 잘사는 시장경제’ 천명 이와 관련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 재정을 지속 투입하는 복지국가 모두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도 극복하고 복지국가 모델도 극복하려는 대안으로 공생 발전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즉 청와대는 ‘공생발전’의 지향점으로 ▲경쟁과 협력을 통한 동태적 발전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공존공생의 ‘숲’으로 전환 ▲다양성과 개방성 지향을 꼽았다. 김 수석은 “경제적으로 보면 지속가능한 성장, 플러스 성장, 포용적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경쟁과 협력을 토대로 변화를 적극 수용해 자본주의 생태계를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또 “자연에서 근친교배나 순혈주의는 생태계를 취약하게 한다”며 “이념 대립, 학력과 지역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세대간 인종간 차별은 버리고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 대통령이 주장한 ‘공생발전’은 새로운 철학이라기보다 지난해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를 한 단계 더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정한 사회’ 역시 대·중소기업 상생 발전을 모색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이 대통령 임기 전체로 볼 때 해마다 국정 방향을 설정하면서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는 게 참모진의 설명이다. 과거 광복절 경축사를 비교해 볼 때 2009년 집권 초기 제시한 ‘잘사는 국민·따뜻한 사회·강한 대한민국’의 국정 철학이 그 기저를 유지한 채 ‘친서민 중도실용’을 내세워 중산층 복원을 꾀했고, 지난 해에는 ‘녹색 성장’, ‘공정한 사회’로 삶의 선진화를, 올해는 ‘공생발전’으로 변모하면서 전 세계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등 외연을 넓혀온 셈이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 ‘공생발전’ 저작권자 그러면 사전에도 없는 ‘공생발전’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태어나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저적권자는 이 대통령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각 경제 주체가 함께 살아야 사회도 유지될 수 있다는 이 개념을 직역하자면 ‘생태계형 발전’이라고 결론지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느낌이 선뜻 와 닿지 않자 더욱 적확한 표현을 찾아 광복절이 임박해서까지 머리를 쥐어짜는 등 토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공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영어 단어 자체만 볼 때는 공생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이해를 명확하게 하려고 의역을 해서 ‘공생발전’이라는 개념을 정리하면서 ‘Ecosystemic Development’라는 영어 문구를 함께 표기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생발전’이라고 하면 약자가 강자에 기생하거나 공산주의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영어 단어를 덧붙이는 세심함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생발전이라는 개념은 지금껏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우리말로 아무리 해도 딱 맞는 말이 없었는데 토론을 거치면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경축사가 집권 4년차 하반기 이후 임기 말까지 국정운영 방향의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휴가지에도 원고를 들고가 수정 작업을 계속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도 미국·유럽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전이어서 이때만 해도 재정건전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보통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정치와 외교·안보,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대해 큰 틀에서 언급하지만 이번에 주로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이러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크게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뒤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원고를 거의 재작성 수준으로 다시 써야 했다고 참모진은 전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8월 11일 세계육상대회 점검차 대구를 다녀오는 차편에서도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축사는 이렇게 3차례 가량 원고를 통째로 바꾸고, 10차례 정도 독회를 거친 끝에 12일 최종 윤곽을 드러냈지만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주말 내내 퇴고 과정을 거쳤고, 몇 곳에서 표현을 달리하는 바람에 실제 연설 때까지 참모진도 세부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메시지는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와 김영수 연설기록비서관이 주도적으로 작성했으며, 김두우 홍보수석,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 등 제한된 인원만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친서민·공정”을 외친 MB정부 3년 반 동안 현실은 대기업들의 ‘승자독식’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그 실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핵심 공약이었던 ‘7·4·7’(연 7% 경제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앞세워 성장을 통한 발전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이른바 친기업 정책을 과감히 밀어붙였으나 양극화는 심화했고 서민들의 삶은 더 곤궁해졌다.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ㆍ비상장계열사 편법대물림 등 심화 MB 노믹스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친서민 기조로 선회해 상생과 동반성장 등의 구호를 쏟아냈지만 현실은 더 나빠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서민에게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추상적 개념에만 매몰된 탓에 경제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 등 소수에게 몰리고 국민 대다수의 입에선 “못 살겠다”는 한숨이 떠나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전문가들은 “공생발전이 또 한 번의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나 문어발 확장, 비상장 계열사의 편법 대물림 관행 등을 보면 ‘따뜻한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거듭 지적했다. 8월 17일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국내 자산순위 10대 그룹 산하 539개 제조업 계열사의 작년 매출액(756조원)은 전체 제조업체(자본금 3억원 이상 1만890개) 매출액 1,840조원의 41.1%나 됐다. 2008년 36.8%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이런 성장세는 주가에도 반영돼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008년 전체 주식시장의 44.5%(약 277조원)에서 2009년 46.32%(약 448조원), 지난 1일에는 52.2%(약 699조원)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재벌 기업이 부를 쌓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과 반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현재 30대 그룹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35개 비상장사의 총 매출(18조6,372억원) 중 가만히 앉아 계열사로부터 얻은 매출이 45.6%(8조4,931억원)나 됐다. 중소기업 영역까지 마구 잠식하면서 30대 그룹 계열사수는 2005년 702개에서 지난해 1,069개로 5년 새 52.3% 급증했다. 이들 그룹은 주식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을 주게 됐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인 8월 1일 기준으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98조7천389억원으로 전체의 52.20%에 달했다. 삼성그룹의 비중이 18.98%, 현대차그룹이 12.20%를 차지했다. 두 그룹을 합치면 그 비중이 30%를 넘는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다가 최근 ‘압박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경제 생태계에서 공생발전이 이처럼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온 국민이 땀 흘려 일궈낸 경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는 게 아니라 대기업에 편중된 탓에 ‘공생발전’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골목에서 하는 먹을거리 사업에도 대거 뛰어들은 것만 봐도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CJ와 롯데, 진로, 오리온 등이 막걸리 사업에 진출했으며 LG, SK, 롯데, 신세계, 보광 등은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더구나 CJ는 제과사업, 커피숍, 아이스크림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작년 5월에는 타니앤어소시에이츠를 세워 외식사업에 진출했다. 삼성그룹의 신라호텔도 같은 해 2월 자회사 보나비를 설립하고 베이커리 카페 사업을 본격화했다. 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계열사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로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서림개발은 소 사육과 원유(乳)업체임에도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동부그룹은 콜택시 서비스 업체인 비에스휴먼텍을, 동양과 롯데는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미러스생활건강과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성과 LG, SK는 작년에 콜센터서비스를 계열사로 설립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이나 주력사업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확장’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여야, ‘공생발전’ 화두에 반응 엇갈려 이에 한나라당은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자’는 취지로 시의적절 했다며 앞으로 친서민 정책을 더욱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민주당 등 야당은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제안한 공생발전은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비판하는 등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공생발전은 신자유주의에다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온정적 자본주의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정책이 구체화하는 과정이 나올 것”이라며 “내가 서민정책 강화를 계속 들고 나왔는데, 공생발전은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새로운 시장경제 시스템’은 공생발전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인 동시에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며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과 격차를 줄이는 발전 모델 제시는 보수의 최고 가치인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김 대변인은 “앞으로 공생발전을 통해 모든 국민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친서민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과잉복지’가 아닌 서민 위주의 ‘맞춤형 복지’를 실현해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복지에 대한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고 부자감세도 철회하지 않으면서 제안한 공생발전과 재정건전성 주장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비판하면서 “승자독식을 가속화하는 친재벌 정책을 거두지 않으면서 공생발전과 동반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평가절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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