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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작가, 도시 풍경에 기억을 입히다

첩첩이 쌓인 서울의 빛을 그리는 ‘따뜻한 도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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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2호 왕진오⁄ 2011.12.12 14:19:27

송지연(30) 작가는 낯익은 자신의 서울 거리를 끊임없이 바라본다. 자신의 기억이 틈틈이 스며 있는 그 거리에서 ‘나’를 찾기 위해서다. “나라는 사람이 따로 고정돼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변하고 발전하는 주변 환경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역할에 따라 저 스스로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의 작품 속 서울 풍경은 그가 요즘 항상 지나다니는 길 그리고 과거에 지나다녔던 길의 모습이다. 이렇게 지나친 거리는 물리적으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숲이기도 하지만 그의 기분에 따라, 그날 그때의 삶에 따라 새로운 색채가 뒤덮여 씌워진다. 그리고 송 작가는 이렇게 기억의 흔적이 덧씌워진 풍경을 그린다. 대도시의 헝클어진 도로 위에 서로 엉켜서 지나가는 버스와 승용차, 그 도로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빛 속에서 거니는 사람들. 가로 길과 세로 길이 만나는 융합점, 언덕 너머 다른 세상으로 가는 고갯길 등이 그의 소재들이다. 도시를 그리는 이유를 물어봤다.

〃어린 시절이 매우 즐거웠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저만의 즐거움보다는 무언가 특별함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평범함보다는 특별함을 찾는 성향 때문에 자연풍경보다는 도시 풍경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낯익은 서울 거리는 내 경험에 따라 어느덧 색채가 덧씌워지고…최종 작품을 미리 구상하지 않고 그리기 시작하면서 색깔을 덧칠한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다.” 그녀에게 서울풍경은 그냥 자연이다. 건조하고 평이한 생활의 공간이지만,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의 뇌리에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으로 남아 있지 않다. 풍경이 주는 느낌은 바라보는 주체의 몫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자신의 주관적인 감성을 그림에 듬뿍 담는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서울 풍경은 서정적이며 온화하다. 삶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거리의 사람들, 옥상에서 바라본 지붕들, 아래에서 쳐다본 빌딩 숲의 모습에는 시간의 흐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복잡하고 혼잡한 도시 풍경은 작가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송 작가의 그림을 보면 드는 첫 느낌은 어둡다는 것이다. 폐광촌처럼 생명력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듯한 화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어두운 느낌은 처음뿐이다. 작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 담긴 따스한 색이 겹겹으로 피어나면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송 작가는 “느리게 그리는 그림”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다른 작가들처럼 순서와 도식을 정해 놓고 작업하는 게 저에게는 힘듭니다. 그래서 붓을 잡고 즉흥적으로 그립니다. 그러면 스스로를 찾는 과정을 걷게 됩니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게 느껴져요.” 작가는 ‘그린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최종 결과를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물감을 중첩시킨다. 대상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모양을 두터운 물감의 질감을 통해 강하게 표현한다. 화면의 두터움은 작가에게 섬세한 개념들이며, 물감의 물성이 변화하면서 삶의 시간성,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는 무수한 이야기가 된다. 송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다시 보기’를 요구한다. 시간을 갖고 다가가서 봐야 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또 봐야 한다. 작품들이 자유로운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이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탐색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송 작가는 자신의 시공간을 새롭게 연출하는 타고난 이야기 전달자라는 생각이 든다.

송지연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06년 아카서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서울, 토포하우스, 미술공간현에서 개인전을 펼쳤다. 또한 2005년 뉴욕, 관훈갤러리, 2006년 경향갤러리, 2008년 부산국제아트페어, 2010년 장흥아트파크에서 진행된 그룹전 활동과 함께 2009년 서울아트살롱, 2011년 한국현대미술제(KCAF)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2004년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분 입상을 시작으로 2005년 제9회 나혜석 미술대전 입상, 제4회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단원미술대전 특선 및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는 현재 선화예술고등학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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