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정치의 해’로 기록될 2012년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4월11일 총선과 12월19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게 2012년이다. 양대 선거가 이어지는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연말에 날아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사 소식은 한반도를 격랑에 빠뜨렸다.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으로 삼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대선이 열리며,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개막하는 등 동북아의 지형은 그야말로 급변하는 국면이다. 이러한 한반도 주변 정세의 급변 등 이른바 ‘북풍’(北風), 즉 안보 이슈가 보수층의 결집을 부르는 등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사회 양극화로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중산층의 붕괴’가 거론되지만 정치권은 계파싸움과 폭력 등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또 한 번 혐오의 대상으로 떨어졌다. 정치가 시민들의 아픔을 해결해 주는 데 실패하면서 새 정치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세력들이 권력 쟁취에 직접 뛰어들면서 선거 구도는 매우 가변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는 등 총선-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런 정치 현상은 이른바 ‘87년 민주화 체제’에 기반을 둔 현재의 정당 정치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임진년 정국은 이러한 안팎의 요인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벽두부터 정치권력 쟁취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거세게 충돌하며 시계 제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입법부의 수장인 박희태 국회의장은 CNB저널과의 신년 단독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선거가 국민통합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정치권이 충돌하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박희태 국회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임진년 새해에 만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난해 급변하는 시대의 도전에 맞서 번영과 발전의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2전 3기의 도전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무역 1조 달러의 금자탑을 쌓으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 만방에 드높였습니다. 올해도 우리는 중단 없는 세계 대진출을 이어가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여전하고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합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하나가 돼야 합니다. 화합으로 하나 된 국민에게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습니다. 가정의 가화(家和)와 계층간의 균화(均和: 균등한 화합) 그리고 국가의 평화(平和)를 이룩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입니다. 우리 모두 가화, 균화, 평화의 3화(三和)를 하는 한 해를 만들어 국운 융성의 전기를 창출해 나갑시다.” - 지난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신다면…. “글로벌 경제위기,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 등으로 어렵고 힘든 한 해였지만 국민들의 하나 된 뜻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회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를 하는 등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운영되었으나, 간혹 국회가 순항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회다운 국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일층 노력하겠습니다.” -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라고 합니다. 의장님께서 2012년 새해에 거는 기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2년 임진년은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해입니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선거가 국민통합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경제 번영으로 따뜻한 온기가 모든 국민들에게 전달돼 웃음이 넘실거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의장님이 취임하신 뒤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배경을 말씀해 주신다면? “현재 우리 노동 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 여직원의 경우에는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에 안심하고 2세를 가지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장이 된 직후 국회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했지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회가 국민들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국가기관으로서는 국회가 처음 시작한 이런 조치가 최근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도 파급되기 시작해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제2 의원회관이 완공 단계에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현 의원회관은 보좌 직원 3인을 기준으로 1989년에 건립되었으나 현재는 보좌 직원이 9인으로 증원됐습니다. 당연히 사무실 공간이 절대적으로 협소할 수밖에 없죠. 제2 의원회관의 건립은 단순히 공간을 넓힌다는 차원이 아니라 의정 활동에 지장을 주는 업무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 올해는 제19대 총선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한꺼번에 있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책무가 적지 않을 텐데? “올해는 그야말로 선거의 해라고 할 수 있지요. 여야 모두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치적인 본능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주요 민생법안의 처리 등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 역시 국리민복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양자가 충돌하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하겠습니다.”
- 특히 세밑에 날아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 등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정세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의장께서는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중-러 등 주요국 지도자의 교체 등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뜻으로, 특히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난국을 이겨내겠다는 일치단결의 자세를 갖는다면 한반도 평화를 더욱 공고히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한반도 정세의 급변상황 등 이른바 북풍(北風), 즉 안보이슈가 보수층의 결집을 부르는 등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의장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우리 국민들에게 아직도 북풍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보 문제는 시대상황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나는 이슈가 아니라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근원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연착륙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이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북한이 세계와 맺은 약속인 비핵화도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남북간의 대화도 활성화돼 이산가족 상봉 같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대내적으로는 사회 양극화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판에서는 계파싸움과 폭력 등 구태를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새 정치에 대한 요구가 터뜨리고 있으며, 일부 시민세력들은 권력 쟁취에 직접 뛰어들면서 선거 구도를 매우 가변적으로 만들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존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어버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제가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기존 정치권을 자세히 살피셔서 잘한 분에 대해서는 어깨를 두드려 격려해주시고, 못한 분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질책을 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시는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정치인이 설 자리가 없어질 테니까요.” -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측근·친인척 비리 의혹 등 적지 않은 난관에 봉착돼 있는 상태입니다. 이를 타개해 슬기롭게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의장님이 조언하신다면? “우리나라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서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불거져 난관에 봉착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왜 이런 일들이 우리 정치사에 점철돼 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특별히 조언을 하지 않아도 잘 해내리라고 믿습니다.” - 4월 총선에 출마하실 예정인지. “상식과 순리에 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화(和)의 정치인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검사로서 22년, 국회의원으로서 24년 동안 법무부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맡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화(和)’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화는 단순한 화합을 넘어서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융화,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존의 정신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가 화의 경지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지난해에는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로 기억되는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를 치르며 느끼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대한민국의 국격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신장을 이루었다는 점입니다.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의 개최도 오타와 국회의장회의에서 주요국 의장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해줘 자연스럽게 유치됐습니다. 세계에 대한민국의 영향이 미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도로에 우리 자동차가 달리고, 세계인의 가정 곳곳에 우리 가전제품이 가득하며, 세계인의 손에 우리 핸드폰이 들려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배들이 오대양을 떠다니며 한류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국제질서를 수동적으로 따라야만 했던 피원조 국이 국제질서를 만드는 원조국으로 변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가 남긴 의미와 역사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국 의회가 법제화하고 정책화해 후속 조치를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주요국 의장들이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장회의가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회의 의원외교 역량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해외 진출에 국회가 든든한 레일을 놓은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국회의장으로서 종근여시(終勤如始)라는 말처럼 마지막도 처음처럼 부지런하게 최선을 다해 국민 화합과 국론 통일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더욱 큰 관심과 사랑으로 18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