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화랑들은 불경기 탈출을 위해 여전히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획전을 마련하며 수준 높은 작품들로 전시를 준비했다.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보리밭 작가로 알려진 이숙자(3월), 특유의 두터운 붓터치가 매력인 사석원(상반기 예정), 사실적이면서도 깨끗하고 부드러운 화면을 보이는 정해윤(하반기 예정) 등 눈길을 끄는 작가들의 전시가 준비 중. 이숙자는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며 채색화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일관된 노력을 해왔다. 그녀의 작업 태도는 몇 년씩 걸려 한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열정적이면서도 매우 견고하며 고집스러운 집념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사석원은 2007년 개인전 ‘만화방창’에서 금강산의 사계를 선보였다. 이후 가나아트뉴욕에서 열린 ‘검은 무지개’ 그리고 2010년 개인전 ‘하쿠나마타타’에서는 캔버스 대신 칠판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사랑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해 사석원은 전통적인 서양화 재료로 회귀해 전국 곳곳의 명산에 숨겨져 있는 폭포를 소재로 삼은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계절에 따라 다른 감동을 전하는 폭포의 다양한 모습을 사석원 특유의 힘 있는 붓터치와 두터운 마티에르로 구현된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정해윤은 장지 위에 동양화 물감을 사용해 서랍 이미지를 화면 가득히 채우면서 사람 모양의 인형, 새와 나무, 풍경을 조합한 그림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다. 올해 3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9년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때 처음 선보인 스테인리스 그릇을 주된 오브제로 삼아 좀 더 단단하면서 견고한 구조를 통해 개인과 전체의 관계와 조화라는 작가의 화두를 보여줄 예정이다.
소격동 국제갤러리 폴 맥카시(3~4월 중), 에바 헤세(3~4월 중), 이기봉(여름 시즌), 전경·강임윤(8월 중), 김수자(9월 중) 전시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에는 함경아, 최재은, 가다아메르, 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산더 칼더, 에론 영, 유코 시라이시 등을 계획 중. 폴 맥카시는 현재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고 도전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데 작가만의 독특한 취향과 강렬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으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탐구해왔다. 특히 국제갤러리 제3관 프로젝트갤러리의 개관과 함께 맥카시의 최근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19세기 독일의 고전 설화 백설공주 연작을 난쟁이들의 조각을 중심으로 익살스럽게 연출해 과거 디즈니 문화의 상징성과 현대 문화의 가치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고 이면에 잠재하는 욕구와 허망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2010년 사망한 루이스 부르주아는 20세기 작가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작업 초기 판화가와 회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1940년대 말부터 기하학의 영향이 엿보이는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재료의 다양성과 주제의 과감성이 강조된 그의 조각은 페미니즘 열풍으로 더욱 강렬하고 파격적인 인상을 띠며 70년대 말부터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1982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국내외의 원로-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 준비되고 있어. 경기침체 여파에도 화랑가는 대형 전시에 안간힘 쓰지만…
갤러리 현대 올해 첫 전시로 1월 6일부터 2월 26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추상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시대별 작품을 총 망라해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김환기 전’을 사간동 본점에서 시작한다. 강남점에서는 1월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한국 작가 6인(김나영&그레고리 마스, 신미경, 박제성, 김민애, 강임윤)의 그룹전 ‘세상만큼 작은, 나만큼 큰’을 연다. 이어 5월에 △1959년생 미국 작가로 화가, 시인, 작곡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유명한 시인과 문필가에 자신을 대입해 그들의 삶을 재구성하고 회화화하는 독특한 작업의 ‘빌리 차일디쉬 개인전’ △딸과의 편지가 담긴 김종학 화백의 책 출간기념 전시 ‘김종학 개인전’이 준비돼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기존 삼청동에 이어 2011년 청담점을 새로 개관해 시세를 확장한 이 갤러리는 주요 전시로 이동욱(5월·삼청), 권오상(5월·청담), 나와 코헤이(9월·청담과 천안 동시 진행) 전시를 준비 중이다.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갖는 이동욱은 부조리하고 극적인 상황에 놓인 작고 극사실적인 인체 조각을 만드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스컬피라는 소재로 만든 사실적인 조각은 폭력적이고 낯선 상황에 놓인 서늘한 아름다움의 묘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현대 조각가 권오상은 ‘데오드란트 타입’ ‘더 스컬프쳐’ ‘더 플랫’ 등 다양한 형식의 시리즈를 통해 조각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세 가지 시리즈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일본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인 나와 코헤이는 디지털의 기본단위인 픽셀과 생물의 세포인 셀의 개념을 결합해 만든 ‘픽셀(pixcell)’이라는 단어를 소재로 작업한다. 동물의 박제 위에 크리스털 비드를 붙여 디지털 이미지를 구축한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시와 함께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조각 광장에 높이 13m, 가로 15m, 세로 12m, 무게 40톤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도 설치될 예정이다.
통의동 아트사이드 1월 김희숙 개인전을 시작으로 △5명(김주호, 윤명순, 윤주일, 최정윤, 한애규)의 테라코타 작가들이 서촌을 주제로 진행하는 가상의 유물전 ‘서촌, 땅속에서 만나다’(2월) △송진화(3월) △인간과 친숙한 개를 소재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는 ‘견인지애’(4월) △박선기(5월) △정미연(6월) △히로시 고바야시(9월) △중국수교 기념전(10월) △장재록(11월) 전시로 관람객을 맞는다.
청담동 오페라 갤러리 익숙하고 쉬운 소재인 풍경과 인물을 주제로 한 전시를 4월과 6월 두 번의 상반기 기획전시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 두 전시는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재고하고자 기획됐다. 미술 작품을 쉽게 대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작품을 보는 이가 친숙하게 느끼는 주제 또는 소재를 지니고 있을 때 마음을 열고 그 그림과 대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풍경과 인물을 소재로 한 전시에서는 작가의 해석이 더해진 친숙하지만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4월에 열리는 ‘풍경과 추억’ 전시는 우리 눈에는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장면이지만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듯 소생하는 봄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풍경들을 펼친다. 꿈과 환상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장 프랑소와 라리유의 풍경, 추억의 장소를 열정적인 붓터치로 재탄생시킨 마크 카플란, 어디서 본 듯한 형상을 친근하게 풀어내는 몸짓을 지닌 톨라 인바의 조각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내재해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통의동 진화랑 2011년 12월 20일부터 1월 20일까지 신관에서 오브제에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입힘으로써 살아 숨 쉬는 조각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선보이는 ‘미디어 홀릭-김형철’ 전시를 연다. 같은 기간 구관에서는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인 이우환의 작품 세계를 회고해보는 ‘이우환 판화전’을 진행한다. 이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후원회가 만드는 아름다운 작품, 아름다운 인연(2월) △추상회화 작가와 가구 및 조명 디자이너의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 ‘박현수&정재엽’(3~4월 예정) △2011년 전쟁에 대한 부조리와 판타지를 소재로 열었던 개인전의 작품 시리즈 중 흰색을 기본으로 작업한 로맨틱 솔져 시리즈의 연장작업과 조형 설치물로까지 확장된 작업을 선보이는 ‘임안나 개인전’(5~6월) △케네디 동전과 마릴린 먼로의 우표를 조합해 앤디 워홀의 팝아트처럼 표현한 작품으로 스캔들 가십을 즐기는 대중성을 풍자하는 ‘지호준 개인전’(9월) △진화랑 40주년을 맞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오마주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일 ‘진화랑 40주년 기념전’(10~11월)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무용수의 몸에 칩을 달아 그 움직임을 빛의 그림으로 그려내고 그 영상작업의 외형을 한국전통 자개로 조형 작업함으로써 한국적 아름다움을 첨단미디어로 표현한 ‘미디어 홀릭-진시영’ 전시가 12월에서 2013년 1월까지 이어진다.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 이누리(2월·페인팅), 올라퍼 엘리아슨(4월), 헤르난 바스(6월·페인팅), 더그 에이큰(8월·영상 및 설치), 이상남(10월·페인팅) 전시가 예정돼 있다.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덴마크 왕립 미술학교에서 수학한 올라퍼 엘리아슨은 일찍이 북유럽의 신비로운 대자연의 풍광에 매료돼 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작업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는 과학과 현대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의 일부와 현상을 특정 공간에 재현함으로써 문명과 자연의 예술적 조우를 통한 색다른 경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빛, 물, 안개, 얼음, 온도 등 자연현상을 과학적인 원리와 기술적 방법을 통해 아름다운 현대미술로 승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