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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돌풍’ 어디까지?

4·11 총선 결과가 향후 행보 분수령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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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9-260호 심원섭⁄ 2012.02.06 11:29:19

지난 1월12일 부산 사상구 사상지하철역 근처 건물에 문을 연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4·11 총선 선거사무소 이름은 ‘문이 열린 캠프’다. 그리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문 고문의 어깨띠에는 ‘바람이 다르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 뜻은 ‘wind와 hope’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예전과 달리 정권교체를 원하는 바람이 낙동강에서부터 불어오고 있다는 중의적 표현인 것이다. 그동안 정치 참여를 권유 받을 때마다 손사래를 쳤던 문 고문이 이번 4·11총선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출마 지역인 부산 사상구를 샅샅이 누비고 있다. 사실 문 고문은 지난해 4·27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중재자로 나섰을 때 그를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민주통합당 백원우 의원은 “신부님이 속세로, 시장통으로 나왔다”고 표현했을 만큼 문 고문은 그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었었다. 그러나 문 고문이 후보 단일화만으로는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야권 통합운동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10·26 서울시장과 부산 동구청장 보궐선거 때는 생전 처음으로 유세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급기야 12월 26일에는 문성근 최고위원과 함께 부산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문 고문은 지난해 12월31일 트위터를 통해 “제겐 참 특별한 해였다. 책 베스트셀러, 북 콘서트, 통합운동, 출마까지. 새해 제 삶은 또 어떻게 될까요?”라고 쓰기도 했다. 문재인, 박근혜와 일대일 대결서도 접전 그런데 지난 2월1일자 주요 신문 지면에 다소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의 조사 결과를 갖고 “문재인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추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오차범위 내 박빙”이라는 뉴스였다. 이 조사는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한 것으로, 대선 다자구도 대결에서 박 비대위원장 35.4%, 문 고문 25.3%, 안 원장 22.7%의 지지율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문 고문이 안 원장을 2.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처음으로 ‘추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날 역시 리서치뷰와 정치전문 인터넷신문 뷰앤폴이 전국 만19세 이상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 고문의 상승세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선후보 다자대결에서 박근혜 35.9%, 문재인 27.6%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8.3%포인트로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좁혀진 것이었다. 반면 안 원장은 22.7%(1월말)→17.9%(2월1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경쟁자인 박 비대위원장과 안 원장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거나 내림세로 돌아선 것과 비교하면 문 고문에 대한 유권자들의 주목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 추세대로라면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추월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일대일 가상대결에서도 그는 줄곧 박 비대위원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의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박근혜 45.6%, 문재인 42.8%’로 오차범위 안에서 박빙이란 결과가 나왔으며, 선호도가 상당히 결정된 탓인지 “모르겠다”는 무응답은 11.6%로 낮았다. 두 사람이 대선 양자 대결에서 박빙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등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 박 비대위원장을 뛰어 넘는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이후 안 원장을 집중 견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안 원장 한 명이 아니라 문 고문이라는 만만찮은 경쟁자가 등장했다. 이런 여론조사가 오는 4월까지 같은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새누리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 고문은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정치적 텃밭이라는 부산 지역에서 태풍을 몰고 오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문 고문의 만만찮은 경쟁력을 확인시킨 이번 여론조사대로 4월 총선에서 PK 지역 돌풍이 일어난다면 대선구도는 급변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고문 본인의 총선 당선은 물론 ‘바람’ 덕분에 부산·경남의 야권 후보들이 줄줄이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면 대선 구도는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장면이다. 따라서 부산·경남에서 ‘문재인 바람’을 차단하는 것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셈이다. 12월 대선구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파전 사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문 고문의 지지율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한 자리 숫자를 면치 못했으나 지난 연말부터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정치를 할지 말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사이 그에 대한 지지세가 주춤하면서 관심이 문 고문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설날 직전인 1월 21일 안 원장이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여야가)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등으로 발언한 것이 적잖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안 원장이 당분간 ‘링’에 오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당장 총선을 앞둔 야권은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친노(親盧)의 부활 분위기와 맞물려 문 고문이 뜨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통합당 핵심 관계자도 “4·11 총선이라는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한 사람(안 원장)보다 이미 올라가 있는 사람(문 이사장)이 더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즉 야권의 전통 지지층과 중도 성향의 무당파 등 두 그룹으로 구성돼 있는 안 원장 지지층 가운데 야권의 전통 지지층이 주로 이탈해 문 고문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호남, 연령대별로는 20~40대가 주류다. 이들의 지지는 작년 4·27 분당 재보선 직후에는 단기필마로 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쏠렸다가 이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을 거치면서 안 원장에게 몰렸고, 이번 4·11총선을 앞두고는 문 고문에게로 몰려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러 후보에게 기회를 주는 유동성을 발휘해온 셈이다.

정치와는 거리를 둬왔던 문 고문이 지난해 여름 자서전 ‘운명이다’를 내면서 책 내용에서 군 복무 당시 특전사 사진은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수십여 년에 걸친 인연, 자서전 말미의 ‘운명이다’는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여부 등을 밝힌 것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그는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작년 말부터 야권 통합,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언론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데 이어 올 1월에는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나와 소탈한 인간미를 선보이며 매력도 배가시키며 경쟁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총선 승리하면 지지율 더 상승할 듯 이와 관련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 고문의 지지율 상승에는 연예 프로그램 출연 영향도 있겠지만 실제 본인이 직접 부산 출마에 승부수를 던짐으로서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문 고문을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총선이 끝날 때까지 안 원장은 유권자들의 뇌리에서 점점 멀어져갈 것이지만 문 고문에게는 부산, 경남, 울산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인지 등 본인의 당선 여부를 포함해 여러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더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는 인물 못지않게 세력과 구도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총선 결과와 이후 대선 레이스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이겠지만 안 원장이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않는 이상 유권자들도 안 원장이 ‘과연 대통령감이냐, 그만한 검증을 받았느냐?’라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안 대표는 문 고문의 4월 총선 출마와 12월 대선까지의 연관성에 대해 “매우 일정하고 일관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문 고문은 부산 사상구에 출마를 했는데, 지난해 추석 전에 연제구 출마설이 나돌 때 당시 한나라당 현역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6% 이상 문 고문이 앞섰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현재 민심의 흐름이라든가 부산 쪽 기류를 봤을 때 그가 성과를 낼 개연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종합해 볼 때 문 고문의 상승세는 4월 총선 성적표에 따라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 고문이 정치적 불모지 부산에서 승리하고 민주통합당의 영남 지역 총선 성적표가 좋을 경우 지지율 상승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지지율 하락 또는 정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에선 사실상 ‘박근혜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맞수가 하루 빨리 나타나야 하는데 여권은 박 비대위원장 얼굴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보수신문과 보수진영 모두 ‘박근혜 띄우기’ ‘박근혜 보호’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으로는 국민의 시선을 붙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신선함은 떨어지고 식상함이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안철수-문재인’이라는 만만찮은 카드가 있고,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등 다크호스들도 줄줄이 2012년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새누리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솔직-강인하고 언행일치” 김현 민주통합당 수석부대변인(참여정부 시절 춘추관장)이 얘기하는 ‘정치인 문재인’ 문재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과 행동이 일치할 것 같은 정치인’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트위터의 자기소개란에 “운명, 대화, 공감, 동행”이라고 썼다. 솔직하고 강인하지만 부드러운 분이다. 문 고문은 야권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석패율제와 관련해 1월 21일 ‘석패율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일련번호를 붙인 글을 몇 개 트위터에 올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앞서 1월 20일에는 “국회 정개특위에서 나온 이번 석패율 제안은 두 가지 요건(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입법 약속, 진보정당도 같은 혜택)이 모두 갖춰지지 않아 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다음날에는 “석패율제는 근본적 해결에는 미흡하지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 내용을 묻지 않는 무조건 반대는 지역주의 극복의 고민이 없는 것이다. 석패율제가 진보정당엔 혜택이 없다거나 양당의 기득권 유지란 주장은 근거가 없다. 과거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로 선전한 민노당 낙선자가 부산, 광주, 전남, 대구, 인천, 경기 등 전국 각지에 많았다. 석패율제가 중진 구제용이란 주장은 좀 웃긴다. 생판 안 되는 지역에 무슨 중진이 있나”라고 밝혔다. 문 고문이 이틀 동안 쓴 글을 요약하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석패율제에 찬성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문 고문은 1월 24일 “석패율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논쟁을 지켜보면서 무조건 반대는 곤란하다고 생각해 글을 썼다”며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강조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 고문은 지난해 집필한 자신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솔직하게 평가한 바 있다. 그런 솔직함 때문에 문재인을 만나면 좋아하게 된다. 문 고문이 지역주의 타파와 국가균형발전을 실천하기 위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양극화 해소와 그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와 소신을 밝힌 데 대해 지지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모습을 통해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는지 알게 됐다. 문 고문은 노 전 대통령 유서, 88년도 국회의원 출마 당시 노무현의 명함 등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의 사람 됨됨이를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역에서 그의 선거운동을 지켜본 자원봉사자들은 “100집 중 한 집도 건너뛰는 법이 없고, 혹시라도 악수를 하지 않고 지나간 시민들을 쫓아가서 인사를 나눌 정도”라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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