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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복원 이야기 - 1]“과학의 붓으로 그림을 쓱쓱 복원”

명작을 ‘불로장생’ 시키는 숨은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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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2호 김대희⁄ 2012.02.20 11:43:57

귀한 그림이 손상되면 어떻게 하나? 당연히 병원에 가야 한다. 미술 작품의 병원으로. 병원에 내과, 외과 등 여러 과가 있듯 미술품 복원에도 전문과가 있다. 유화, 조각, 드로잉/판화, 한국화, 고고 유물, 문화재 등마다 따로 전문가가 있으니 말이다. 미술품 복원 전문가가 생소하다면 2003년에 개봉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려도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준세이는 미술품 복원가로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젊은이다. 200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도 김래원이 미술품 복원가 역으로 나왔다. 물론 당시 이 영화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사실과 다른 과장된 설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0년 한국인을 충격에 빠뜨린 숭례문 방화 사건은 미술품-유물 복원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복원의 구체적 과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제대로 복원되는가?”라는 의구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복원이란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리 또는 재건과는 다르다. 숭례문에 대한 현재의 치료 과정은 재건이지 복원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 미술품-유물 복원에 대한 개념 규정과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작가의 혼이 담긴 미술 작품의 원형 보존은 예술적 가치의 척도가 된다. 복원 전문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복원 전문가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미술 작품의 복원은 물감이 떨어져나가고 뒤틀리고 찢어지고 부서진 미술품을 원상태에 가깝게 되돌려 주는 일이다. 미술관의 멋진 작품들은 사실 대부분 복원가의 손길을 거친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한 뒤 보람을 느끼듯 복원가들 역시 건강해진 작품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일반인들은 멀리 떨어져 보기만 할 수 있는 피카소나 고흐의 작품 같은 ‘보물’을 만지고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는 점은 복원가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작가 밖에 모르는 작품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는 재미도 있다. 즐거움과 보람이 큰 만큼 책임감과 위험도 크다. 귀중한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공부를 하며 전문적 지식을 쌓아야 한다. 미술사나 고고학 공부뿐 아니라 물리나 화학 같은 기술 부분도 공부한다. 오랜 실습 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론이다. 복원 작업은 의사가 환자를 찰진(눈으로 진찰)하듯 미술품의 상태를 자세히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확한 증상과 원인을 알아야 그에 맞는 처리 방법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작품에 사용된 재료와 제작 방법을 작성하고 엑스레이, 자외선, 적외선 촬영을 통해 표면 아래를 검사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피 검사를 하듯 화학적 분석 장비를 이용해 재료 분석도 한다. 의사와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눈으로 진찰하고, 화학분석기로 성분 분석하고, 진단카드 남기면서 바탕 작업 하고, 마지막 색칠하기까지” 이런 분석을 토대로 실제 복원 작업이 진행되는데, 일반인들의 상상과는 달리 매우 과학적인 과정을 밟는다. 치료에 사용되는 재료의 선택과 처리 과정이 매우 신중하며, 신소재와 레이저 같은 과학 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복원가에게는 또 다른 중요 임무가 있다. 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병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의사가 한 수 위이듯, 미술품 복원가의 중요한 사명은 미술관 등에 걸린 작품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잘 관리된 미술품을 볼 때 이들 복원가의 손길을 기억할 만 하다. 결국 미술품 복원가는 훼손된 작품을 깨끗하게 되살려 주는 것은 물론 작품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마법의 손을 가진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미술품 복원가로서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면 문호는 넓지 않은 편이다. 미술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관리, 박물관, 연구소, 문화재 발굴기관 등, 그리고 문화 기획자 및 코디네이터, 문화 행정가, 전통문화 코디네이터, 전통상품 디자이너 등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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