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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 화랑이냐’ 따라 화랑 구조 달라진다

즐기고 나누는 미술의 진정한 의미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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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5호 김대희⁄ 2012.03.12 11:57:36

화랑을 열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호(264호)에 화랑을 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화랑의 의의와 시작 그리고 성격 등 기본적인 사항들을 짚어봤다. 화랑을 열고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수익성이다. 화랑은 초창기 투자로부터 시작해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성격의 미술관이나 대안공간 등이 아니고, 상업 화랑이라면 작품 판매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부분은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화랑을 열고 처음부터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오랜 시간 버티면서 점차 자리를 잡고 인정받아야 한다. 화랑가에서는 당연시 되는 절차다. 많은 화랑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신생 화랑보다는 꾸준히 자리매김해온 화랑이 인정받는 이유다. 그만큼 버텨낸 화랑이라야 작가뿐 아니라 컬렉터에게도 믿고 찾을 수 있는 화랑으로 자리잡는다. 여기에 물론 참신한 기획과 좋은 전시가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신생 화랑으로서는 모두 쉽지 않은 점이다. 서류상으로만 따지자면 실질적으로 화랑을 설립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화랑을 열고자 하는 공간을 확보한 이후에 관할 구청에 가서 사업자 신고 과정만 거치면 된다. 이 경우 개인사업자로 할 것인가 아니면 법인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세부 구비 서류는 달라진다. 어떤 경우건 일련의 서류를 준비해 관할 구청과 세무서에 신고 절차만 거치면 화랑 설립은 끝난다.

하지만 화랑을 열고자 함에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랑도 성격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어떤 목적으로 화랑을 운영할 것인가 미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에 따라 화랑의 운영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시 형식 따라 달라지는 수익금 배분율 화랑은 미술 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하는 통로 중 하나이기에 작품 판매는 화랑을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화랑에서 열리는 기획전이나 개인전 등을 통해 작품이 출품되고 매매된다. 작품이 매매된 수익금은 전시 형식에 따라 배분이 달라진다. 가령 전시 진행에 대한 경비를 화랑이 부담하는 ‘초대전’일 경우엔 일반적으로 작가 50% : 화랑 50%의 비율로 배분하게 된다. 간혹 화랑과 작가의 인지도나 상황에 따라 60:40이나 그 이상인 예도 있다. 일부에선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작가보다 화랑이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화랑은 초대전을 열 경우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을 경우까지 감안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전시장 대여료, 운영비, 인건비, 도록 제작비, 홍보비 등의 실질적인 경비 지출을 화랑이 떠안기 때문에 작가가 작품을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성공적인 전시를 위한 화랑의 역할도 중요하다. 많은 작품이 팔려야 화랑이나 작가 모두에게 좋기 때문이다. 초대전 형식으로 전시가 이뤄졌다면 작품 판매에 대한 권한은 해당 화랑이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품 가격의 산출은 화랑과 작가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작품 가격을 정하는 이 부분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한다면 비효율적인 마찰이 생길 수 있다. 통례적으로 작가의 고집보다는 시장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화랑의 의견이 존중될 때 더 큰 효과가 발휘되는 예가 많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만약 작가의 자비 부담으로 전시회를 열게 된다면 작품 판매에 관한 모든 사항은 작가의 몫이 된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 김윤섭 소장은 “작가가 자비로 전시 공간을 빌려 전시하는 경우 간혹 전시 기간에 대여 화랑의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예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관념상 작가가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작품 판매 상담을 하는 것에 대해 ‘모양새가 안 좋다’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좀 더 적극적일 경우엔 프리랜서 아트 딜러를 고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역할을 맡는 도슨트와 작품 판매 아트딜러의 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배송에서 보관은 어떻게?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게다가 작품 매매까지 이뤄졌다면 작품 배송이 남아 있다. 미술작품은 비싼 가구나 가전제품 못지않은 고가가 많아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래서 이삿짐을 나르는 용달과는 다른 방식으로 옮겨진다. 보통 미술 작품은 운행 중 진동을 최소화하고 박스처럼 생긴 소위 미술품 전문용 탑차라 불리는 트럭으로 운반한다. 다음은 작품 운송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운송 전 먼저 작품에 파손된 곳이 있는지, 흔들리는 곳은 있는지 확인한다 ▲작품을 옮길 때는 면장갑 등을 착용해 직접 피부가 닿지 않게 한다. 단, 도자기류는 맨손으로 옮기며 손을 청결하게 한다 ▲작품은 하나씩 옮기며 작은 것이라도 두 손으로 든다 ▲작품을 끌지 않는다 ▲여러 작품을 서로 기대어 놓지 않는다 ▲차에 실을 때에는 작품을 고정시키고 다른 종류의 작품을 함께 싣지 않는다 ▲큰 작품일 경우 바닥에 가깝게 들고 다닌다 ▲작품을 너무 팽팽하게 묶지 않으며 남은 줄은 정리한다 ▲작품 훼손 우려가 있으니 비닐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다 ▲유화 작품은 눕혀두지 않고 항상 세워서 보관한다 등이다.

이밖에 화랑을 운영하다보면 간혹 미술 작품을 보관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수장고의 역할을 할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소장품 보관뿐 아니라 고객의 작품을 보관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5년 째 화랑을 운영 중인 청담동의 한 화랑 대표는 “고객이 작품을 구매했지만 집에 걸지 못 하는 경우 화랑에 보관을 의뢰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미술 작품이 감상용을 넘어 투자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작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들인 미술 작품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맡기는 일도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 작품 관리를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이 있다. 가장 적합한 온도는 평균 18℃±2℃ 수준이다. 습도(상대 습도)는 평균 55%±5% 내외여야 작품 훼손을 막을 수 있다. 조도 100~200 룩스(lux)의 조명을 유지하고 자외선 차단, 최소 발열 램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무기질 채색의 경우 햇볕이나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 색감이 바랠 수 있다. 습기가 60% 이상 되면 캔버스가 늘어지고 색이 번져 작품을 망칠 위험도 높아진다. 유화는 건조한 상태에서 보관하면 물감이 부스러진다. 대기 오염으로부터 인한 훼손을 방지하려면 아황산가스 0.06ppm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보관법도 까다롭기 때문에 사실 전문 소장고가 있지 않으면 맞추기 쉽지 않다. 화랑을 운영한다면 그만큼 작품 보관에 주의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미술 사랑하며 나누는 마음가짐 중요 김윤섭 소장은 “상업 화랑은 미술 시장의 꽃으로 볼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가장 일반적인 창구이며 보편적인 유통 경로다. 또한 상업 화랑을 통해 1차적인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다. 미술품이 선보이는 첫 관문이자 수요자를 만나는 창구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화랑의 역할은 미술 시장의 건강 상태를 좌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얘기다. 화랑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편으론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도 지나치면 애증이 되듯이 화랑을 열고자 하는 꿈의 출발과 과정은 다를 수 있다. 화랑은 미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분명히 매력적이고 도전해 볼 만한 일일 수 있다. 무엇보다 삶 속에서 즐기고 나누는 미술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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