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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 새누리의 ’주적’은 이정희?

새누리 대변인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 끌고가"…진보당 위상 언제 이렇게 높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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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6호 최영태⁄ 2012.03.26 22:53:14

이상일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이 “이번 총선은 민주통합당보다는 민주통합당을 끌고 가는 통합진보당의 종북 노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한 새누리당 관계자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는 야권이 연말 대선까지 내다보고 짠 선거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꺾기 위해선 현 정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박근혜'라는 상품을 앞세워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말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을 새누리당 vs 야권연대로 생각하고 있고, 야권연대의 ‘몸통’이라면 역시 현재의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누리당 대변인은 ‘주적은 통합진보당’이고 ‘덩치 큰 민주당을 미니 정당인 통합진보당이 끌고 다닌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가?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진통을 겪던 야권연대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지난 3월9일 한명숙 민주당 대표에게 “만나서 타결하자”고 제안해 하루 만에 타결을 이끌어냈으며, 지난 17~18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후보 사이의 단일화 경선에서 일어난 파탄을 역시 이정희 후보가 사퇴 용단을 내리면서 봉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야권연대는 ‘이정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한명숙이 마지못해 응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비교가 안 되는 약자인 통합진보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현상이지, 야권연대 전체를 통합진보당이 이끌어가고 민주당은 그 뒤를 졸졸 따를 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통합진보당의 ‘색깔’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색깔론을 부각시키는 것과, 주적으로 부각시키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이 아닐까? 섣불리 주적으로 설정했다가는 하찮은 상대가 정말 주적으로 클 수 있다. ‘김대중, 김영삼을 정치거물로 키운 것은 결국 박정희’라는 설이 있다. ‘탄압받는 영웅’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는 드물기 때문이다. 강자가 ‘너는 나의 주적’이라고 선언하는 그 순간, 왜소했던 상대방은 어느덧 강자로, 주적으로 클 수 있다. 새누리당 대변인의 성격 규정이 정말로 통합진보당을 ‘주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섣부른 주적 규정은 별 것 아닌 상대를 정말로 강력한 주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한번 생각해 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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