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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걸어나가는 아트’ 공공미술

‘큰 게 좋아’에서 ‘주변과 잘 맞아야지’로 바뀌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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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7호 왕진오⁄ 2012.03.26 11:26:40

"갤러리나 미술관 안에 두는 게 아니라 확 열려진 공간에 내놓는 것이기에 더욱 도전적인 작업이다." 도심 속 빌딩이나 단지에서는 보통 예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1만 평방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는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만큼을 미술 작품 설치에 투자하도록 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따라 설치된 것들이다. 2012년 3월 현재 전국적으로 설치된 미술 작품은 1만 2000여 점이며, 서울에만 2500여 점이 넘는다. 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던 미술 작품들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권장사항이던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가 1995년 의무사항으로 개정되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품으로는 청계천 1가에 설치된 '스프링'(소라를 닮았다고 부르는 설치물)이 있다. 이 지역의 아이콘이 된 작품이다. 34억 원이라는 작품 가격과 작가 선정 배경-절차가 문제점으로 부각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 작품이다.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설치된 조나단 보롭스키 작 '망치질 하는 사람', 강서구청 앞에 새롭게 등장한 명물조각 '하늘로 향해 걷는 사람들' 등은 팍팍한 도심 생활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

'망치질 하는 사람'은 미국의 설치미술 작가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독일, 스위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지난 2002년 흥국생명빌딩 앞에 세워졌다.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귀뚜라미그룹이 강서구 화곡동 본사 앞에 세운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은 30m 길이 철 기둥에 7명의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조각으로, 보롭스키가 서울에 두 번째로 세운 공공조형물이다. 2008년 이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내한한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하늘로 사람들이 올라가느냐”고 물었다며 “기둥 위 사람들은 인류를 상징하며 그들은 서로 연결돼 미지의 세계, 혹은 미래로 걸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류가방을 든 남자, 청바지를 입은 여자, 춤추며 걷는 여자, 티셔츠를 입은 노인, 그리고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과 인종을 초월한 인물들이 75도로 기운 가파른 봉 위를 걸어 올라가는 그의 작품은 단순하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뿐 아니라 최근 대형아파트 단지에도 미술작품이 설치되고 있다. 미술작품을 통해 주민들의 예술향유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시도다. 아파트 내 미술작품들은 배기시설, 옹벽, 소화전 등 필요하지만 눈에 거스를 수 있는 구조물을 미술 작품으로 가림으로써 실용적 성과와 예술적 효과까지 거두는 효과가 있다. 단지 안에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은 시행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5, 6개의 공공미술 대행업체 및 작가를 협력사로 등록하고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대행업체 및 작가를 선정하거나, 또는 대행업체가 단독으로 4, 5개의 작품을 제안해 시행사 자체적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시행사가 선정한 작품은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한 심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건축주는 미술장식품 설치계획 심의신청서를 각 구청 및 시청 건축허가 부서에 접수해 미술장식품 심의위원회로의 심의를 받은 후 작품을 설치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른 아파트 단지와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에서 많은 시행사들이 예술성 있는 작품, 또는 주민 및 어린이의 안정성을 고려한 환경친화적 작품을 설치하는 추세다. 편안함을 주기 위해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나 신체를 소재로 한 작품은 기피하는 편이다. 사회적, 문화적 소통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공공장소, 그 속에서의 공공미술은 자유로운 소통을 이끄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이 결합된 공공장소는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뿐 아니라 세계적인 랜드마크도 될 수 있다. 상징 공간이 된다는 것은 공동의 시각언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공공 미술 작품들이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와 기업 연결하는 통역사 역할” 공공미술 컨설팅업체 아이안의 박수천·김미라 대표 국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때 '아이안(International Art Network)'이란 이름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이 컨설팅 회사는 여느 회사와 달리 국내 미술계에서 10여년 이상 다양한 전시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조각 작품 중심의 공공미술의 영역을 미디어아트라는 장르로 넓혀가는 회사다. 아이안의 박수천, 김미라 대표에게 공공미술의 영역과 비전을 들었다.

- 공공미술의 현재 상태는? 김미라 “저는 미술계에서 전시기획 관련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10여 년 동안 아티스트들과 일하면서 수동적인 전시와 달리 능동적으로 창작을 펼칠 수 있는 공공미술에 대해 눈을 뜨게 됐고, 이를 통해 한국미술 시장의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박수천 “미술시장에 아트컨설팅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화랑에서 주문자의 부탁을 받고 소규모로 작품을 납품하는 형태가 지배적이었죠.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미술 시장을 크게 키울 수 없습니다. 예술을 필요로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태에서 기업 같은 대형 소비자들에게 먼저 제안을 하고 일을 만든다면 시장 규모가 확대돼 미술인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도 차원에도 공공미술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전시장에서 보는 기존 전시형태와 다른 점이라면? “아티스트들의 기발한 상상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봅니다. 숫자화되기 힘들고 과학 또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감각 때문에, 기업 또는 공공기관과 공공미술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품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연결시키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인데, 기업의 언어와 예술을 부합시키는 일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문화-예술 수요가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미술 작품을 곳곳에서 볼 수가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서로 만나는 과정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서로가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통역사나 영매 같은 역할을 하는 저희 같은 기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업이 자신을 알리는 홍보관의 크기에 집착했듯, 공공미술 역시 과거에는 독창성보다는 크기로 승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본사에 경영이념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회사를 하나의 상징물로 이해시키려는 움직임, 더 나아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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