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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정치] 속은 더러워도 겉만 보기 좋으면 당선되는 현실 보여주는 영화 ‘킹메이커’

투표율 낮으니 이렇게 저질 정치가 판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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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1호 최영태⁄ 2012.04.24 08:54:56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두 명 있다.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므로 당내 경선에서만 이기면 바로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한 후보가 선거캠프의 젊은 여성 인턴과 불륜 관계를 맺고, 이 여성을 임신시키기까지 하고…. 흥미진진한 이 스토리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 민주당 얘기고, 더구나 영화 속 이야기다. 지난 주 개봉한 '킹메이커‘다. 선거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정치 영화가 개봉된다니 보지 않을 수 없다. 주연과 감독을 맡은 ‘꽃중년’ 배우 조지 클루니 등의 연기가 뛰어나지만, 미국 선거 얘기인지라 한국 관객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영화 속에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로서 강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분)는 클린턴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력남이다. 말도 멋있게 한다. 거의 종교국가나 다름없는 미국에서 거침없이 반(反)종교적 발언을 하고, 한국에서 빨갱이 때려잡듯 미국에서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를 때려잡을 때 쓰는 중요한 무기인 ‘낙태 허용’에 대해서도 당당히 소신을 밝힌다. 미남 주지사에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고,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는 ‘리얼 진보’ 대통령 후보이니 지지자들의 박수갈채도 뜨겁다. 정말 멋있는 대통령 후보다. 우리한테도 이렇게 쌈박하게 생기고, 시원시원하게 말해 주는 대선 후보가 있으면 정말 멋지겠다. 그러나 이렇게 겉으로는 멀쩡한 모리스 주지사는 미녀 인턴을 건드려 임신시키고,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선거캠프의 언론담당 부팀장 스티븐 마이어(라이언 고슬링 분)는 이를 근거로 모리스와 ‘빅딜’을 성사시키려 덤벼든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뒤에선 '성추행 집적', 겉으론 '진보 투사' 영화를 보고나서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어본다. 1987년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형식상의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경제 민주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서민들의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외침이 대지를 진동시키는 한국에서, 그 원인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한국만큼이나 한심한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미국 공화당은 친기업이고, 미국 민주당은 친서민을 표방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민주당 역시 공화당만큼이나 대기업의 지원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의 서민에 대한 고려는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 편’이어야 할 미국 흑인들이 정치 없음 세상에 사는 것은 그들을 대변할 정당이 없기 때문이고, 기존 양대 정당 시스템이 서민을 대변할 정당의 출현을 악착같이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서민을 편드는 정당이 없는 나라, 그래서 서민들은 대개 정치적으로 무지-무관심하고, 그래서 투표율이 형편없이 낮은 나라가 바로 한국과 미국이다. 이렇게 정치와 시민이 괴리돼 있으니 ‘킹메이커’ 속에서는 대선캠프에서 기자들을 접촉하는 언론담당이 날고 긴다. 어차피 내실-정책과는 별 상관없이 TV에 잘 보이기만 하면 당선되는 선거이니, 언론 담당관이 날고 길 수밖에 없다. 어떤 계층을 대표-대변하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인상-이미지만으로 이뤄지는 정치, ‘이 후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는 생각 않고 사소한 과거사로 후보를 때려잡는 한국의 정치판을 겪으면서, 투표율이 한국만큼이나 형편없이 낮은 미국의 대선 캠프 뒷얘기를 이 영화를 통해 엿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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