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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을, 극사실화로 시작해 여백많은 ‘방긋미소’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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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2호 왕진오⁄ 2012.04.30 14:44:05

전시장 가득 해맑은 웃음을 띤 이미지가 가득하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것 같은 동심의 세계다. 이 그림을 그린 주인공을 확인하는 순간 놀라움으로 멈칫하게 된다. 바로 과일을 소재로 한 극사실화로 유명한 이목을(50)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완전히 달라진 작품을 보면서 과연 이 작품이 우리가 알고 있던 작가 이목을의 것일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그러면서도 그가 변화를 위해 겪었을 정신적 고통과, 작가로서의 고뇌를 생각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목을 작가는 “제 그림이 아닌 줄 아셨죠?”라며 웃었다. “달라진 것은 없어요. 그냥 보이는 이미지가 변화된 것 뿐”이라고 했다. 이 작품들을 준비하면서 마음의 공황 상태를 거쳤다는 작가는 과거의 극사실화에서 보여준 사람 냄새 나는 의미를 그대로 지금 작업에도 담고 싶었다고 했다. 화면에 담은 이미지가 너무 디자인적이고, 간략화돼 마치 갓 그림을 시작한 학생의 작품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 그는 “저의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에서 신진 작가의 마음으로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며 “단순하지만 국제적으로 통하는 스마일(smile)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삶의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가로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를 버리고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작가 이목을에게 스마일이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국제적인 단어다. 스마일을 주제로 단순함 속에서도 가장 동양적이며 여백의 미까지 담을 수 있기에,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발견했을 뿐”이라고 그는 전했다. 한 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미술 작업을 접어야 한다는 절명의 시간에, 그를 새롭게 눈뜨게 만든 것이 동심의 미소였다. 스마일은 그만큼 그에게 세상과의 대화를 나누는 또 다른 언어로 드러난다. 어릴 때부터 화가의 꿈을 꾼 그는 지난 15년 동안 지속해온 작업을 접고 새로운 여행의 이정표를 세웠다. 작업의 방향을 바꾸면서 남에게 알리기 싫었던 신체의 불안정까지 공개해 그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 대신에 폐기처분된 널빤지나 도마, 책상, 밥상, 나무소반 등에 자신의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그런 작업을 통해 그에게 붙은 ‘극사실 정물화 화가’라는 성격 규정을 스스로 떼어버린 것이다.

이목을은 “새로운 변화가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의도적인 변화라기보다는 10여 년 동안 지속한 작업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내 화면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단지 가시적인 이미지와 양식의 변화일 뿐”이라고 작업의 연속성을 밝혔다. “닥치는 대로 모든 형체를 흡수하려 해요, 서점에서 아동용 교과서 특히 3세 이하 어린이용 서적을 교과서로 삼고 나만의 세계를 그리고 싶어요”라며 “내 철학과 의식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보다는 미술을 통해 시각의 즐거움을 가장 중요하게 삼으면서 작업을 전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와 허상의 관계를 넘어서 사진 같은 그림은 작가가 제시하는 허구의 이미지를 진실로 믿게 만드는 눈속임일 수도 있다. 실제와 이미지, 실물과 허상의 관계를 넘나는 것이 이목을 작품의 상징이다. “화가의 작품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체이자, 소통의 도구인 것 같아요.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림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죠.”

숙명적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직면한 그에게 시각적 장애는 절박함을 더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로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니 더욱더 활발한 창작을 위해 그는 그렇게 사진 같은 그림에 천착했을 수도 있다. 그는 새 작품을 선보이면서 “인생의 여정에서 삶이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먼 것으로 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예술가의 본질이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이목을(李木乙) 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1994년부터 2010년 현재까지 기획 초대 개인전 28회를 진행했으며 KIAF, SOAF, 대구아트페어, KCAF, 화랑예술제, 마이애미 아트페어 등 국내외 아트페어와 그룹전을 통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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