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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정치 ①] 눈물 쏙빼는 영화 ‘코리아’…남북 힘 합쳐야 한다는 새 선진화론?

남북대치 차가운 2012년에 21년 전 감격 다시 보여주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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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2호 최영태⁄ 2012.05.07 15:12:49

5월 3일 개봉한 영화 ‘코리아’는 최루탄성 스포츠 영화다. 대개의 스포츠 영화가 ‘고난을 극복한 감격’이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고난을 극복한 우승 감격, 그러나 그 뒤의 영원한 이별’이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구성된 남북 단일 팀이 역경을 뚫고 우승하지만, 남북분단 때문에 대회가 끝난 뒤에는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 단일 ‘코리아 팀’ 선수들이 우승하기까지의 고난도 눈물겹지만, 마지막 이별 장면은 어렵게 만난 이산가족이 다시 헤어지듯 눈물이 철철이다. ‘눈물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남북분단이란 상황이 워낙 비극적이니, 감독이 눈물을 조금 많이 뽑아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남북 단일 ‘코리아 팀’의 우승 스토리는 1991년산이다. 당시 한국의 현정화, 북한의 리분희 복식조가 세계 탁구계의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극적으로 우승했다. 벌써 21년 전 이야기다. 21년 전에 저렇게 감격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라는 아쉬움이 따라붙는다. "밥 잘 먹고 살면 돼야, 야"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중 하나는 헤어질 걱정을 하는 현정화에게 리분희가 하는 말, “밥 잘 먹고 살면 돼”다. 영원히 헤어지더라도 밥 잘 먹고 살 수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통일이 무슨 필요 있냐? 그냥 밥 잘 먹고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라고 말하는 ‘통일 유보론자’들의 말소리를 듣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밥만 먹으면 잘 사나? 남한 사람들은 밥에다 고기 반찬까지 먹으니 많이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 청소년-노인 자살 세계 1위, 출산 파업 세계 1위, 비정규직 세계 1위 등 열거하기도 숨차다. 영화 속 남북한 탁구팀은 합치기 전에는 세계 정상 중국에게 판판히 졌다. 그러다가 남북한이 힘을 합치자 세계를 제패한다. 이런 영화 속 스토리처럼, 한국 경제도 북한이란 변수를 끌어안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올라가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질문을 제기해 보게 된다. 전쟁이라도 일어날 듯한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그래도 한국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만나 성공을 이루는 스토리는 아직 개성공단에서 살아 있다. 남북한 정부가 쌍욕을 주고받으면서도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에서, 영화 ‘코리아’가 그리는 듯한 ‘합쳐서 세계 정상으로’의 작은 불씨가 살아 있는 것 아닐까. 허리띠 50년간 조르다 허리 끊어질 판 한국의 보수-수구 세력의 이론적 근거 중 하나인 ‘선진화론’은 이미 상당히 동력을 잃은 상태다. 선진화론은 바탕에 “조금만 더 허리띠를 졸이면 선진국이 될 테니 국민들은 더 참아라”는 의미를 깔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은 60년대 경제개발 시작점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허리띠를 졸이고 또 졸여왔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살림살이가 되기는커녕, 이제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다. 올해 선거의 최대 화두가 민생, 복지, 경제민주화가 되고 있는 이유다. 과거의 선진화론은 ‘남한 단독의 선진화’였다. 반대로 영화 ‘코리아’가 보여주는 것은 ‘남북의 힘을 합친 세계 정상’이다. 힘을 잃은 선진화론에서 벗어나 ‘북한을 끌어안고 가는 새로운 선진화론’의 가능성을 이 영화에서 본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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