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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의 ‘통진당방지법’, 제목이 너무 빨간 것 아닌가

‘성추행-복사기 의원’은 괜찮고 ‘경선 과정에서의 부실’만 문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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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4호 최영태⁄ 2012.05.17 15:44:22

대권도전을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17일 문제 있는 의원에 대한 제적 요건을 더 쉽게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하면서 법안명을 ‘통진당사태방지법’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름 치고는 참 치졸스럽다.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현 사태가 민주주의 원칙을 어겨 공분을 사고 있지만, 과연 한국의 국회에서 제명해야 하는 의원들이 모두 통진당 소속이고, 아니면 제명해야 하는 의원은 모두 통진당처럼 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선발된 의원뿐이라는 것인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사실 한국의 국회의원 공천처럼 비정상적인 과정도 없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당원들의 투표로 비례대표 의원이 선정된다. 반대로 한국의 주요 정당들은 이런 경선 과정을 생략하고, 중앙당의 공천위원회가 일괄적으로, 하향식으로, 심지어는 ‘공천 헌금’이라는 뇌물까지 받아 챙기면서 중앙집권적으로 공천을 하고 있다. 그런 공천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를 뽑는 통진당만이 문제라는 듯한 ‘통진당사태방지법’이라는 작명은 정말로 너무 ‘색깔론스럽다’. 상명하달식 공천을 통해 ‘복사기 의원’ ‘성추행 의원’이 탄생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아직 경험이 일천한 진보 정당이 경선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 그 뒤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만이 정말로 한국 국회의 기반을 흔드는 사태인가? '30억 공천헌금 범죄'는 괜찮고 비례경선 부정만 문제되나? 갈 길은 멀지만 우리 정당의 갈 길도 결국 ‘당 내 경선을 통한 비례후보 선발’일 것이다. 통진당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당내 경선 절차를 선관위가 돕는 등 제도적 개선을 마련해야지,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그냥 “통진당이 문제야”라고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의 법안이 '비례대표 공천 경선 과정의 부정을 막자'는 의도라면 '통진당 사태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걸맞다. 그렇지 않고 '문제 의원 제적을 더 쉽게 하자'는 뜻이라면 법안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작명을 한 셈이다. 임태희 전 실장이 몸담고 있는 당에서는 ‘30억 공천 헌금’ 등의 범죄적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 공천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건지 묻고 싶다. 임 전 실장이 내놓은 법안에 걸맞은 객관적 이름은 아마도 ‘문제 의원 정리법’ 등이 될 것이다. 이런 객관적 이름을 놔두고, “빨갱이를 척결하자”는 구호라도 외치듯 작명한 의도에서 속좁음이 엿보여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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