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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BMW 사면 바보”에 BMW는 ‘깨갱 재규어’로 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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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6호 정초원⁄ 2012.05.29 11:43:21

일명 ‘디스(disrespect의 줄임말) 광고’로 불리는 비교 광고가 소비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디스 광고란, 라이벌 업체를 우스꽝스런 방식으로 깎아내리고, 자사의 브랜드력과 제품 등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힙합 음악을 통해 널리 퍼진 디스 문화가 이제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디스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판과 호응을 넘나든다. 미묘한 선을 넘어버리면 상대 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작은 차이에 의해 “재치 있다”와 “도가 지나치다”로 반응이 갈려버린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유머를 섞은 비교 광고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경쟁업체의 도발에 ‘한수 위’ 광고로 맞불 작전을 놓는 경우가 많다.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를 도발하는 명차들의 광고 싸움을 지켜본 국내외 네티즌들은 불쾌하다기보다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세계 명차들의 ‘디스 광고’ 열전 가장 대표적 사례는 BMW와 아우디가 벌였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경전이다. 지난 2006년 BMW는 “남아프리카 올해의 차로 선정된 아우디, 축하합니다… 2006년 전세계 올해의 차 BMW로부터”라는 카피의 지면 광고를 내보냈다.

“축하한다”는 내용의 첫 문장만 봤을 때는 경쟁업체임에도 상대방의 위상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차원의 광고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포스터 아래로 시선을 내려 두 번째 문장을 읽는 순간, 이 광고의 진짜 의도가 곧 나온다. 남아프리카에서 상을 받은 메이커가 아무리 도전해 봐야 전세계가 인정한 BMW에는 절대 못 따라온다는 자신감을 얄밉게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아우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얼마 뒤 아우디는 “2006년 전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2000~2006 르망 레이스 6회 연속 우승자 아우디로부터”라는 광고를 내보내 BMW의 도발을 받아쳤다. 당시 두 독일 차의 광고 공방전을 소비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에 착안한 일본차 스바루는 한 박자 늦게 이 싸움에 동승했다. 당시 스바루는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아우디와 BMW를 축하한다”는 광고를 냈다. 디자인만 뛰어난 차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며, 스바루는 멋에 쓸 돈을 실용성-성능에 쓴다는 암시였다.

이렇게 메이커들이 말싸움을 하는 사이 디스 광고의 종결자가 나왔으니 바로 영국의 고급차 벤틀리였다. 벤틀리는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신사를 내세워 가운데 손가락을 확실히 들이밀었다. 광고 카피도 없다. 아랫것들의 말싸움 소동을 지켜보던 신사가 “같잖은 것들”이라는 듯 온화한 미소를 띠며 확실하게 모욕감을 주는 이 광고에 대해 네티즌들은 “역시 제왕” “짧고 강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독일 고급차의 1인자 BMW와 이에 도전하는 아우디의 신경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년이 지난 2009년에는 2라운드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아우디가 선방을 날렸다. 아우디는 A4를 출시하면서 “네 차례야, BMW”라는 광고카피를 썼다. 따라올 테면 한번 해보라는 도전이었다. 그러자 BMW는 3시리즈 사진과 함께 “체크메이트(체스 용어로, 상대편 왕을 잡아 완전히 이긴 상황)”라는 말로 응수했다. 그래봐야 왕을 잡는 것은 BMW라는 응수였다. 이처럼 라이벌 업체의 차량, 심벌, 브랜드명까지 드러내며 공격적인 광고를 선보인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BMW는 독일 차뿐 아니라 재규어, 벤틀리 등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를 한 번씩은 건드리며 위트 있는 디스 광고를 게재했다.

BMW의 한 지면 광고는 벤츠를 타깃으로 제작됐다. 벤츠 트럭이 여러 대의 BMW 차량을 싣고 가는 모습을 담았다. BMW 광고에 대형 벤츠 로고가 등장하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 광고의 의미는 간단하다. ‘그래봐야 벤츠는 인기 좋은 BMW를 옮겨주는 일꾼밖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광고카피로 말싸움 벌이는 독일 업체들에게 영국 명차 벤틀리는 신사가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 들어올리는 것으로 “올킬” 승용차만을 전문 생산하는 BMW와 달리 벤츠는 트럭 등 다양한 차량을 생산한다. BMW의 “너희는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라. 우리를 못 당할 테니”라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생산 영역은 작지만 승용차 품질 면에서 자신들이 벤츠를 압도한다는 얘기다. BMW는 광고에서 이탈리아 명차 페라리에 굴욕을 안겨준 적도 있다. 광고는 페라리의 상징인 백마를 BMW 앞에 세워 놓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을 연출했다. 페라리의 로고를 안다면 이 이미지를 보면서 그 유머 감각에 웃지 않을 수 없다.

BMW는 이탈리아의 종마에 먼저 굴욕을 안겨 줬지만, 영국의 고급차 재규어에게는 먼저 선방을 당하기도 했다. 2009년 신모델 XFR을 내놓은 재규어는 지면 광고에서 ‘최근에 M5를 사셨다구요? 괜찮아요. 신은 루저를 아직도 사랑하시니까’라는 카피를 들이밀었다. 고성능으로 이름 높은 BMW M5가 이제 XFR의 등장에 루저로 몰렸다는 의미였다. BMW는 바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재규어 광고가 ‘말’로 BMW에 모욕을 주려 했다면, BMW의 반격은 그냥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에는 BMW 차와 재규어 차가 마주보고 있다. 앞만 보고 질주하던 재규어가, BMW가 나타나자 꼬리를 내리고 황망히 뒤돌아 달아난다는 이미지였다. 상대방의 도전을 이미지 하나로 제압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100점짜리 광고가 아닐 수 없다.

명차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재규어는 벤츠에 도전장을 내민 적도 있다. 이 광고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두침침한 공간 속에서 의문의 손이 차키를 쥐고 재규어의 차체를 긁고 있다. 남의 차에 못된 짓을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못된 사람이 쥐고 있는 차키를 보면 벤츠 로고가 선명하다. 벤츠 소유자가 재규어를 시샘해 흠집을 낸다는 콘셉트다. 경쟁업체 광고 패러디로 소비자 호응 ‘2배’ 기왕에 나온 타사의 광고를 패러디한 경우도 있다. 폭스바겐은 ‘작지만 강한 폴로(small but tough, polo)’라는 카피를 내세운 지면 광고를 내놨다. 폭스바겐 폴로 차량 뒤에 수많은 경찰관들이 몰려 있는 모습을 담았다. 그 어떤 총알이나 위협도 ‘단단하고 강한’ 폭스바겐 폴로가 막아줄 수 있기 때문에 경찰들이 폴로 뒤에 몰린다는 의미였다. 이 광고는 2004년 칸느 광고제 인쇄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에 닛산은 곧 패러디 광고를 제작했다. 닛산 350Z의 ‘경찰(Cops)’ 광고였다. 장면은 경찰관의 복장, 주변 자동차들의 종류와 색상 등 폭스바겐 광고와 똑같다. 다만 딱 하나 다른 게 있다. 폭스바겐 광고에서는 경찰관들이 폴로 뒤에 숨어 있지만 닛산 광고에서는 350Z 앞으로 몰려나와 권총을 전방으로 겨누고 있다. 방패막이 삼는 차가 아니라, 지켜주고 싶을 만큼 특별한 차가 350Z라는 의미였다. 두 개의 광고 중 어느 쪽에 호감이 가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닛산 쪽의 손을 들어줬다. 권위를 인정받은 광고를 재빨리 패러디함으로써 더 큰 호응을 끌어낸 결과다. 게다가 원작 광고와 브랜드, 모델을 위트 있게 깎아내리는 효과를 더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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