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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한도전 외주화’ 진짜 기다려지는 이유

“멤버와 끝까지 함께 간다”가 무한도전의 인기 근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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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8호 최영태⁄ 2012.06.12 14:41:44

MBC 경영진이 ‘무한도전’의 외주화를 거론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적극 권하고 싶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멤버들 사이의 끈끈한 인연이다. 연출자 김태호 PD의 특징은 “한 번 정한 멤버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안고 간다”는 게 있다. 그리고 이렇게 끝까지 함께 간다는 게 무한도전 감동의 한 축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을 돌이켜보면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에 시선이 확 쏠린 계기가 된 것은, ‘도저히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한 사이’인 정형돈과 하하가, 그런 어색함을 그대로 TV 화면에 털어놓은 ‘친해지길 바래’ 편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재미없다고 핀잔을 바가지로 들었고 지금 듣고 있는 전진, 길을 진짜 무리스럽게 캐릭터를 부여해 가면서라도 끌고 가는 게 무한도전의 특징이다. 대개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멤버 사이가 겉돌면 피디 입장에선 멤버 교체를 하게 된다. 당장의 시청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달랐다. 서로 안 맞아도, 그 안 맞는 것을 까놓고 보여주면서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무한도전은 그간 웃기기도 많이 웃겼지만 울리기도 많이 울렸다. 그 눈물의 정체는 ‘함께 함’에서 나왔다. 난생 처음 레슬링을 하면서 부상을 입은 멤버가 링 밖에 서서, 링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료를 보고 눈물짓는 장면, 물 안과 밖의 멤버 모두가 요트를 저으며 눈물 섞인 고함을 지르는 모습 등은 무한도전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화면 안팎의 그 눈물의 근원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가는 동료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무한도전 광팬’도 끈끈하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외주를 준다면, 설사 무한도전의 일곱 남자가 전원 출연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피디가 김태호 아닌 다른 피디가 맡아서 할 것이다. 한번 해보라고 그러고 싶다. 공정성 상실한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는지 좀 보자 지상파 TV의 오락프로그램이 재밌는 것은 엄청난 물량-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중파라는 신뢰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뉴스를 그런대로 공정하게 하는 방송이기에, 신뢰감이 있기에. 오락프로그램이 재밌어진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믿을만한 사람이 농담을 하면 재밌다. 반대로 사기꾼이 농담을 하면? 살떨린다. 공정방송이라는 바탕이 깔려야 무한도전 같은 오락이 재미있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무한도전의 멤버를 깨가면서 방송 재개를 검토하는 모양이다. 사태가 재미있어진다. 공정성을 상실한 방송의 오락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미없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 같다.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한 번 보여다오. MBC,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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