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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곧 시대”

색다른 사진전 기획한 이기명, 최요한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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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0호 왕진오⁄ 2012.06.25 10:51:46

2012년 미술계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대형 사진 전시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어 사진 애호가들이나 전공자들에게 눈의 즐거움과 함께 학술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통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팝아티스트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들은 대상을 바라본 작가의 관점, 이미지의 차이 등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뤄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순수 사진으로 통하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데이비드 라샤펠의 전시를 기획한 두 기획자를 통해 사진으로 세상과 교감하려는 그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어보았다. 사진 미학의 거장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모든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으로 통한다. 살아서 신화였고 죽어서 전설이 된 위대한 사진작가. 그는 한 시대를 직시한 시대의 눈이었으며, 그 자신이 하나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르티에-브레송은 20세기 근대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대 사진의 문을 연 선구자이다. 또한 세계적인 사진 거장들의 협회 ‘매그넘’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하다. 카르티에-브레송은 뉴스 중심의 사건-사고 사진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채택된 사진의 일상성을 내세웠다. 삶에 대한 개혁보다는 인식을 강조한 시도다. 일상의 시선과 크게 다른 장면을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앵글을 거부하고, 표준계 렌즈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누구나 보는 평범한 시선의 궤도를 유지했다. 과장이나 강조, 특이한 표현들을 철저히 배격함으로서 평범함을 통해 일상성을 보다 분명하게 표출하고자 했다. 그의 독특한 르포르타주 접근법은 동시대의 세계 문화와 시각예술에 불멸의 고전이 됐다. 이번 전시는 사진을 ‘찍는 기술’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사진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포착한 사진 미학의 정수 250여 점을 보여준다. 카르티에-브레송과 최고의 기획자 로베르 델피르가 엄선한 작품들이다. 이와 더불어 그의 작품 세계와 관련한 인쇄물, 어린 시절의 가족 사진, 기자증, 편지와 자필원고 등 인간 카르티에-브레송을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 125점과 데생 작품 2점 등을 9월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세계 사진계의 가장 중요한 10인으로 뽑힌 도발적 사진작가-팝아티스트, 라샤펠 1980년대 초반 앤디 워홀에게 발탁돼 그와의 특별한 인연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데이비드 라샤펠은 현재 세계적인 사진작가이자 팝아티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전시에 이어 올해는 부산에서 그의 특별한 전시가 9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부산 전시는 2010년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뒤 서울을 거쳐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서울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 20여 점 이상이 새로 등장되며, 최근작이 세계 최초로 부산에서 공개된다. 극적 현실주의 미학을 심오한 사회적 메시지와 결부시키는 그의 재능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그, 베니티 페어, 롤링스톤 등 많은 잡지사들과 함께 작업했으며, 마이클 잭슨, 마돈나, 레이디 가가, 안젤리나 졸리, 우마 서먼,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그의 사진들이 선보인다. 순수회화, 음악, 철학, 미술사로부터 뒷골목 거리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은 라샤펠의 작품은 그의 풍부한 경험을 담아내며, 대중문화의 모든 측면을 기록하고 반영한다. 그는 타협 없이 자신만의 독창성과 개성을 강조한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경쟁적이고 엄격한 패션, 영화, 광고, 예술 사진계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이기명 총감독 “인간 브레송을 본다” 이기명 총감독은 세계적인 사진 거장들의 모임인 매그넘의 한국에이전트로서, 순수 정통 사진만을 한국에 알리고 있는 기획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련한 이번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전시는 위대한 사진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포착한 사진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전이다. 올해 들어 사진전이 많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통 사진으로 승부수를 띠운 이기명 감독은 “사진 미학의 교과서, 사진의 톨스토이, 전설적인 사진 작가, 근대 사진 미학의 최고봉 등으로 불리는 작가의 사진을 통해 예술로 승화된 작품 세계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한 장의 사진이 부여하는 진정한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볼거리만 주는 사진전이 아니라 교육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기획자로서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의 홍수 속에서 어떤 사실의 의미, 그 사실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가리키는 형태의 엄격한 구성 등을 한 순간에 인지되는 브레송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역점을 뒀다는 말이다. 또한 아날로그로 만들어진, 즉 인간적인 감성을 품고 있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이번 전시의 중요한 점이다. “오리지널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역사적인 인물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기획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사진 교과서에서 보던 눈에 익은 작품들이 오리지널로 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을 애호하고, 이제 사진을 시작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왜 카메라를 들고 대상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전시가 되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요한 총감독 “사회적 발언을 경쾌하게” “파격적인 사진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전시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전시 총감독 최요한의 첫마디다. 도발적인 사진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와 주목을 받고 있는 라샤펠을 수차례 만나면서, 작가의 선구안과 한국적 정서를 매치시키는 작업에서 흠뻑 고민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8년부터 기획된 이번 전시는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너무 수위가 높았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공간들이 기피하는 걸 확인하게 됐죠. 사진에 대한 예술계의 평가, 그리고 대중인기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진에 대한 폄훼도 한 몫 한 것이죠.”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을 보면, 포르노그래피를 보는 느낌의 사진들이 많다. 화면 가득 유명 여배우가 전라로 등장한 것에 대해 세간에서는 그렇게 평가를 하곤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사진 속에 담겨진 의미를 알게 되면, 단순히 적나라한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문화, 허영심에 대한 비판, 현대 인간들이 외형만 추구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실제로 레이디 가가를 모델로 촬영한 작품은 전라의 레이디 가가가 화면을 압도하지만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문구는 비난하는 기사나 문구들이 가득하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가수지만, 세상은 그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최 감독은 라샤펠이 한국 전시에 주문한 말도 덧붙였다. “작품에 제목과 텍스트를 없애라”는 것이었다. “내 작품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 라샤펠의 뜻이었다. 라샤펠 사진의 특성은 ‘색’에 있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화려한 색채입니다. 화려함으로 덮인 아름다움의 이상을 확실히 세상에 인식시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나타나죠. 작품에 등장하는 잔인한 모습조차도 우리가 일상에서 듣고 보는 뉴스보다 덜 잔인합니다. 사건-사고의 뉴스는 충격이지만, 작가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이면에 담겨진 진실을 대중과 교감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 스스로 자성을 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입니다.” 최 감독의 이력은 라샤펠의 사진만큼이나 독특하다.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한류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런칭시키면서 문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업, 관공서 등과 손잡고 문화 중심의 프로모션을 하던 그는 2006년부터 전시에 눈을 돌렸고 데이비드 라샤펠 사진전을 만들어냈다. 최 감독은 이번 사진전을 마치면 또 다른 극사실적 표현의 사진작가 전시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수많은 전시들이 유치되고 있어 후원이나 흥행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휴머니티가 담겨 있는 작품을 위주로 한국에 선보일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기부와 인간성, 사회 참여 등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처럼, 올 가을 우리의 눈을 번뜩이게 할 그의 다음 기획 작품을 기다려 본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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