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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출마선언문을 보니…‘박근혜보다 오른쪽’으로 소구력 가질 수 있을까

‘민중 중심 역사관’ 돋보여…재벌-대기업은 단 한마디도 언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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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2호 최영태⁄ 2012.07.12 15:28:04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선 출마선언문이 12일 나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선언문과 비교해 보면 김 지사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 지사는 박근혜보다 오른쪽에 서길 선택했다. 이는 그간 그가 줄곧 견지해왔던 자세다. ‘노동 운동계의 전설’ 중 한 명으로서 그는 마음만 먹으면 새누리당 인물 중 가장 왼쪽에 설 수도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후 줄곧 ‘가장 오른쪽에 서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그런 그의 특징은 이번 선언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김 지사의 민주화운동 경력, 그리고 그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록 그가 박근혜 전 위원장보다 더 오른쪽에 서길 택했으면서도 언뜻언뜻 드러난다. '민주화-산업화 이룬 것은 국민' 분명히 해 한국의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보자. 선언문은 “대한민국의 기적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하고 지켜낸 국민들의 헌신, 수출을 위해 흘린 국민들의 피와 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이룩하려는 시민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고 했다. 경제화와 산업화의 주역을 엘리트가 아니라 민중임을 분명히 밝힌 내용이다. 산업화에 대해 "(올해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지 50주년 되는 해"라면서 '위로부터의 산업화'를 강조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선언문보다 분명히 왼쪽에 서는 역사관이다. 그간 한국에서는 웃기는 쇼가 벌어져 왔다. 수많은 민주투사가 있었고 사라져갔지만 떠나간 사람은 말이 없고, 끝까지 남아 권력의 끝자락이라도 붙잡은 사람들만이 “내가 민주화를 했네”라고 민주투사 행세를 했다. 예컨대 한국의 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전태일 열사는 아무 말도 않고 있는데, 전 열사를 멀리서 지켜보거나 뒤늦게 움직였던 사람들이 “내가 했어”라고 나서는 모양새다. 산업화세력이니 민주화세력이니 하는 거짓말은 이제 제발 그만 산업화로 가면 그림은 더욱 가관이다. 산업화를 이룬 것 역시 손가락이 잘리면서,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이겨내면서 기업발전-수출을 이뤄낸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름없이 몸과 마음을 바친 노동자들은 서민으로 고통받는 반면, 부모 덕에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좋은 학교를 나와 정치판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우리 산업화 주역들은…”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선언문에서 분명히, ‘이 모든 것을 이룬 것은 바로 국민’이란 점을 명백히 했다. 민주화세력이니 산업화세력이니 하는 거짓말 좀 그만 하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새누리당의 두 대선 경선 후보가 이렇게 선언한만큼, 앞으로 새누리당 사람들은 "우리 산업화의 주역들은~"으로 시작하는 잠꼬대 또는 거짓말을 제발 그만 좀 해주길 바래본다. 경제민주화-재벌 언급하지 않고, 성장론-규제완화 등 전통적 보수 주장 이어가 김 지사의 선언문은 그러나 이렇게 역사를 해석하고 나서는 바로 보수우익의 논리로 돌아간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선언문에서 ‘국민들의 땀과 눈물로 이룩해 온 나라’라는 성격 규정 이후 바로 경제민주화 논의로 들어가는 반면, 김 지사는 낯익은 우익의 성장론, 성장을 기반으로 한 복지, 규제완화로 돌아간다. 그래서 당연히, 김 지사의 선언문에는 재벌 또는 대기업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없다.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과감하고 단호하게 개입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박근혜의 선언문보다 오른쪽에 서기를 선택한 결과다. 이처럼 ‘박근혜보다 오른쪽에 서는’ 자세로는 물론 전통적인 보수우익의 지지를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자체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국민 10명 중 7명이 “경제민주화를 지지한다”는데, 과연 김 지사가 이런 자세로 중간층을 파고들어가는 확장력을 과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김 지사를 보면서 항상 ‘가장 왼쪽으로 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오른쪽에 서기를 택하는’ 그의 이른바 스탠스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지만, 그의 그런 특성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 지사의 이런 스탠스는 ‘당내 경선에서는 오른쪽에 서야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오른쪽에 선 토끼(김문수)가 왼쪽에 선 사자(박근혜)를 얼마나 괴롭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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