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호 최영태⁄ 2012.08.30 09:46:37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로 나가자”고 한다. 좋은 얘기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은 어두웠던 과거 얘기보다는 밝은 미래 얘기를 더 듣기 좋아하기 때문에 표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효과는 거기까지다. 이런 식으로는 박 후보 캠프가 원하는 ‘중도파의 대거 월경’은 이뤄지지 않는다. 반대로 박 후보의 이런 행보에 반대파나 일부 중도파는 더욱 똘똘 뭉친다. “표 얻으려 쇼만 한다”며. “왜 촌스럽게 과거사에만 매달리나? 갈 길이 구만 리인데….” 한국인이 지난 67년간 들어온 소리다. 일본과 친일파로부터. 그러나 과거사 ‘정리’가 안 됐는데, 일본이 한 나쁜 짓이 잊히는가? 오히려 일본이 그런 소리를 하면 할수록 일본에 대한 나쁜 기억은 한국과 중국에서 확대재생산 된다. 일본이 ‘자기 문제조차 해결 못하는 나라’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한국인, 지난 67년간 일본-친일파로부터 “과거 잊어라” 소리 들어왔어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캠프가 국민통합과 관련해 지금과 같은 행보만 계속한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기 문제를 해결 못하는 캠프’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이성적인 존재라면, 그리고 진정으로 국민화합을 원한다면 “과거를 잊자”라는 말을 할 때 종군위안부 논쟁을 먼저 떠올리면 된다. 만약 일본이 독일처럼, “무릎 꿇으라면 몇 번이라도 꿇겠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면, 현재의 독일을 “나치 놈들”이라고 욕하는 사람이 머쓱해지듯,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에 힘이 빠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박 후보 캠프가 진정으로 과거사 정리를 원한다면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공과 과를 모두 내놓고 “이건 정말 잘못했다”고 참회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박정희 시대의 공이 더욱 빛을 받는다. 우리 민법 그대로 부모의 부채와 유산을 모두 물려받을 생각을 해야지, "부채 빼고 유산만 달라"고 하면 법원은 유산마저 불허한다. 우리에게는 과거사 정리에 대해 일본이라는 좋은 '타산지석'이 있다. 이런데도 똑 같은 과거사 문제를 놓고 국내에서와 일본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좀 정신분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