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안철수답다. “대통령이 목표는 아니다”라는 그의 발언은 시대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이 말의 속 의미는 ‘대통령이 되건 안 되건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를 정치판으로 부른 것은 ‘한탄이 하늘에 가 닿은’ 국민들이다. 그를 불러낸 국민들은 그를 현재의 도탄에서 벗어날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지, 그에게 대통령 타이틀을 주기 위해 안달이 난 것은 아니다. ‘뭘 위한 정권교체냐’에 대한 답을 얼버무리던 한나라당은 결국… 도대체 왜 정권을 잡으려 하는지,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에 대한 한국의 토론 중 최고봉은 지난 2007년 11월 KBS가 방영한 이른바 ‘대폿집 토크’ 아닐까 싶다. ‘대폿집 토크 - 4인의 政客, 시대를 吐하다’는 이 방송에는 당시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대통합위원장,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위원장, 정범구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이 참석하고, 조영남이 사회를 맡았다. (기사 끝에 동영상 링크) 논리와 이성으로 맞서는 ‘100분 토론’ 같은 형식 말고, 편안하게 고기 안주에 대포 한 잔 나누며 털어놓고 말해보자는 이날 토크의 백미는 “도대체 왜 정권을 잡으려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위원장은 이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우리도 다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정도로 얼버무린다. 그 답을 이제 우리는 안다. 바로 돈이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굶었던 보수 세력이 ‘떼돈 벌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쉬워 그렇게 정권을 잡으려 했음을 4년 6개월 동안 유감없이 보여줬다. 선거란 이런 거다. 겉으로는 정의니 공평이니를 놓고 싸우지만, 사람과 집단은 욕망이 있기에, 그 욕망을 정의나 공평 따위로 치장하며 말싸움을 벌이고, 정권을 차지하려 들 뿐이다. 선거판의 핵심은 ‘우리 당 위한 집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무엇무엇’이 돼야 그래서 선거판의 핵심은 항상 ‘무엇을 위한 집권이냐’가 돼야 한다. 집권 자체가, 대통령병 해소가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이제 다 안다. 이런 면에서 쉬지 않고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어리석다. ‘대통령을 바꾸기 위한 정권 교체’에 국민들은 아무 관심없기 때문이다. “바꿔 봤더니 별 볼일 없더라”는 게 공지사항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금 안 교수를 따라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닙니다”고 말해야 한다. 대신 “이런 이런 일을 꼭 해내겠습니다”라고 약속해야 한다. 집권하든 못 하든,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목표 말이다. 그 목표가 국민의 뜻과 맞으면 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그게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