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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수 작가 “그림 속 개는 이 시대 작가의 자화상”

두텁게 칠한 깊이로 마음의 치유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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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6호 김대희⁄ 2012.10.15 11:14:12

최근 고용 상황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지만 청년 실업은 여전히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 덕에 전체적인 고용 상황은 나아졌다지만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20대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취업 적령기인 25~29세의 취업자 수가 2009년 9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고 실업률은 넉 달 연속 올랐다고 한다. “청년 실업, 고용난 등 일반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취업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미술가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아요. 사실 알고 보면 현실의 문제는 작가들도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이에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 또한 작가로 살아가면서 괴리감을 느꼈기 때문이죠. 예술과 현실,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죠. 작품에 등장하는 개는 저를 포함한 젊은 작가들의 자화상이며 상징물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상징적으로 저 자신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어요.” 경기도 장흥 가나아뜰리에 작업실에서 만난 구교수 작가는 작품에 메시지를 담지 않는다. 특별한 바람이 없다. 그저 현재 작가로서의 삶을 작업으로서 치유 받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그림은 아니다.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작업으로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각자가 알아서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이 그가 바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개가 등장한다. 이 개는 바로 자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신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유난히 개를 좋아했다는 그는 개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자신도 모르게 점점 소중해졌던 그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안타깝게 떠나보낸 개들에 대한 기억과 상처가 맞물리며 작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사실 그는 개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사물이나 동물, 사람을 그렸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습관적으로 개만을 그리게 됐다. 이 또한 개를 좋아하고 지난날을 함께 했던 아픈 기억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작품으로 나오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현실과 작가 사이의 그 모호한 불편과 불안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느꼈어요. 젊은 작가이건, 중년의 작가이건 그림을 지속하기 위해 부딪히는 현실의 문제는 만만치 않아요.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소수의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삶은 늘 치열하죠.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이에요. 일상의 삶이 현실인지, 작가로서의 삶이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 모호한 경계에 있는 불편하고 불안한 심리가 작업에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그의 작품을 직접 보면 두텁게 칠한 마티에르(질감)가 눈길을 끈다. 최근의 작품은 평면적인 배경에 입체적인 요소를 더해 더욱 공간감을 높였다. 다시 말해 주위 배경은 놔둔 채 중심이 되는 개의 모습만을 물감으로 두껍게 발라 표현했다. 이로 인해 작품에 더욱 몰입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의 작업에 유화만 있는 건 아니다. 이전에는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아크릴 작업도 했었다. 재료마다 특성이 있게 마련인데 아크릴은 가벼워 보이면서 색이 주는 강렬함이 있지만 깊이감이 부족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외적 형상으로든, 아니면 그림이 담는 내적 형상으로든 깊이감과 무게감을 주고 싶었다는 그는 그림에 두께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차례의 실험과 노력 끝에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마티에르를 주게 됐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계속된 시도로 노하우도 생기고 원색보다 물감을 섞어 쓰니 재미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화면에 두께감이 있는 반입체 작업이다 보니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한때는 화면 전체를 두텁게 발라 작업했는데 너무 무겁고 처지는 기운이 강해 배경은 놔두고 중심이 되는 개만 마티에르를 주게 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개들은 종류와 모습도 다양하다. 자료를 찾거나 자신이 직접 촬영해와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표현한다. 작품의 배경 또한 현실에 있는 장면이지만 색감과 분위기 등을 바꿔 나타낸다. 그림을 통해 바라는 점은 없지만 그는 제목에 의미를 담는다. ‘시간 죽이기’라는 제목은 쉽게 ‘시간 때우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단계, 준비의 시간들로서의 ‘시간 죽이기’다. 이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간의 틀을 깨고 바꿔보자는 의도다. 앞으로도 지금 그대로의 유화작업을 유지해나가겠지만 개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동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또한 기법적으로도 더 연구해나가며 기존의 아크릴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기도 하다. 색감을 화려하게 쓰면서 밝게 생활하고 싶은 의지를 담은 그는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봐도 좋다”고 했다. 다만 깊이감과 무게감을 줌으로써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고 오래 머물러 바라볼 수 있는 작업으로 열린 소통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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