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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비즈니스로 50억 달러 계약 성사”

[연속기획 _ 글로벌 CEO는 와인을 즐긴다 2탄]LG출신 구덕모, 롯데 신동빈, 신세계 정용진 ‘와인사랑’ 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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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3-304호 이진우⁄ 2012.12.10 13:26:53

비즈니스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최근에는 와인 대중화시대를 맞아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와인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 경제를 이끄는 재계의 거물들은 일찌감치 ‘와인사랑’을 보여줬다. 재계 CEO들의 ‘와인사랑’은 와인 그 자체의 맛은 물론 비즈니스 수단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이에 따라 “와인은 이제 비즈니스의 기본”이라는 말이 당연시 여겨진다. 특히 재계 CEO들 가운데 일부는 전문가 수준의 와인 지식을 가지고 있고 글로벌 경영활동 중 ‘와인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사업성공을 이룬 소중한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CEO는 예상외로 일반 대중들이 즐기는 와인을 선호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CNB저널이 그들만의 ‘와인사랑’을 짚어본다. 재계의 많은 CEO들이 와인을 즐겨 마신다. 단순한 술만 아니라 교류와 비즈니스의 ‘채널’로 여기며 와인을 즐긴다. 와인과 그 문화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기도 한다. 재계를 이끄는 CEO들 가운데 와인 마니아로 세간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와인사랑’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 부회장은 와인 애호가로도 유명하며, 자신이 마신 와인을 페이스북에 소개하기도 했다. 신세계L&B를 통해 와인을 직접 수입하고 이마트에서 와인을 유통하는 그룹의 총수인 만큼 이런 행동은 자연스러운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정용진 부회장, SNS 통해 ‘와인 전도사’ 나서 정 부회장은 또 와인에 관해 전문가급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업계의 한 유명 소믈리에는 “정 부회장은 프랑스 와인 외에도 아르헨티나, 남아공 와인 등 아직 국내에 많이 익숙하지 않은 와인에 대한 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소믈리에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질문을 많이 하는 재계 인사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와인사진은 십여 개가 넘는다. 이는 그가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 십여 개의 와인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와인으로 재계는 물론 와인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특히 정 부회장이 지난 6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그랜드 빈 드 샤또 라뚜루(grand vin de chateau latour)’ 1961년 빈티지의 사진은 단연 압권이었다. 이 와인은 와인 마니아들이 최고급 명품의 하나로 손꼽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최고로 평가되는 프랑스 와인 중 하나다. 프랑스 보르드의 5대 샤또 중 하나로 가격 또한 보르드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다. 특히 1961년산은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 만점을 줬던 와인으로도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샤또 라뚜르’에 대한 감상으로 “혀의 재부팅…”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남겼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샤또 라뚜르’ 1961년산은 20세기 최고의 와인으로 꼽히는 상품”이라며 “국내에서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와인으로 ‘샤또 르 팽(Chateau Le Pin)’ 1994년 빈티지가 정 부회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와인은 한 병에 약 230만 원을 호가한다. 정 부회장은 이 와인에 대해 “숨이 막히는 와인이다. 옆에 있는 것 만해도 즐겁다”고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와인 가운데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소비뇽(Araujo Eisele Vineyard Cabernet Sauvgnon)’이라는 한 병(750㎖)에 약 80만 원을 호가하는 5대 컬트 와인(Cult Wine: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된 최고급 와인)을 선보여 프랑스 와인뿐만 아니라 미국 와인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의 ‘와인사랑’이 고가 와인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5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와인 ‘피노누아(Pinot Noir)’를 비롯해 중저가 와인도 두루 섭렵하고 있다. 한 와인 마니아는 “정 부회장의 와인 취향을 보면 신대륙과 구대륙을 구분하지 않고 고가 와인부터 저가까지 다양하게 많은 양을 즐기는 것으로 보아 정말 와인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정 부회장이 지난 2009년 5월 9일 부산조선호텔에서 같은 해 만 60세가 된 계열사 CEO들에게 와인을 선물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와인을 받은 CEO는 석강 신세계백화점 대표, 이경상 이마트 대표, 최병렬 신세계푸드 대표, 최홍성 조선호텔 대표, 이석구 스타벅스 대표 등 5명이었다. 정 부회장이 선물한 와인은 ‘샤토 라투르’ 1949년 빈티지였다. 이는 CEO들의 출생연도를 고려한 선물이라 감동이 매우 컸다. 특히 샤토 라투르는 프랑스 메독 지역에서 생산하는 1등급 와인으로 유명하다. 김제세 웨스틴조선호텔 상무는 “이 와인은 앞으로 10년간 가장 좋은 품질을 보일 정도로 전통 있는 고급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찾기 힘들고 그나마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WS통상이 지난 2007년에 소량을 수입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 시세는 약 800만 원이었다. 김소영 와인나라 강남점장은 “보관상태가 좋다면 1200만 원을 호가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로만 따지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사랑하는 와인…‘옐로우테일’ 롯데그룹은 와인을 수입하는 계열사만 2개를 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즐기는 와인은 예상외로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CEO들이 수백만 원대의 컬트와인을 즐기는 것에 반해 신 회장은 일반인들도 즐겨 찾는 대중적인 와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롯데주류BG와 롯데아사히주류가 와인을 취급한다. 이 가운데 신 회장이 즐겨 찾는 와인을 취급하는 곳이 롯데아사히주류다. 이 회사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와인인 ‘옐로우테일’이 바로 신 회장의 와인으로 불린다. 신 회장은 옐로우테일 중 ‘옐로우테일 까베르네소비뇽 리저브’를 주로 즐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임원이라면 와인의 ‘와’자는 몰라도 ‘회장님 와인’은 안다”면서 “이 와인은 12병들이 한 상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 회장에게 공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산 대표 와인인 옐로우테일은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체형이 작고 꼬리가 긴 왈라비가 그려져 있어 한눈에 봐도 호주 와인임을 알 수 있다. 가격은 2만 원 내외지만 신 회장이 즐기는 리저브급은 3만 원대로 다소 비싼 편이다. 호주 카셀라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옐로우테일은 현재 미국 내에서 호주와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미국에 수입된 전체 와인 중 4위에 오를 만큼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이다. LG출신 구덕모, ‘와인 비즈니스’ 전설…50억 달러 계약 따내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와인바 ‘와인과 친구들’의 구덕모(62) 대표.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을 역임했던 구 대표는 지난 2006년 직장을 떠나자마자 와인바를 열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며 “영업과 비즈니스를 위해 마시던 와인으로 사업을 하게 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탤런트 전광렬씨와 오페라 가수 한규원씨도 처음에는 단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호형호제하는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는 “저보다 30년 이상 젊은 회사원부터 기업가, 대학교수, 의사 등과 직업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어 소원하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단골을 확보하고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와인 지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지난 1976년부터 와인 공부를 시작해 벌써 36년째 와인 분야에 대한 내공을 쌓고 있다. 당시는 한국 최초의 와인으로 불리는 ‘마주앙’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구 대표는 KOTRA 뉴욕무역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와인 문화를 접하고 와인이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울러 사업차 알게 된 빅 바이어로부터 와인에 대한 기본지식을 배웠으며 이후에는 와인 관련 책을 읽고 와인을 직접 마시며 독학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식사하면서 업무 얘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와인은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도와준다. 특히 외국 바이어들은 와인 얘기를 하면 눈이 반짝인다. 이때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얘기를 꺼내면 일처리가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지난 1981년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시작해 LG전자 상무, LG반도체 영업본부장을 거쳐 2000년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됐다. 20년 넘게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으며 영업을 담당한 그는 이러한 와인 비즈니스 덕분에 수많은 계약을 따냈다고 회고한다. 특히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시절 HP본사로부터 단일 계약으로는 최고 금액인 50억 달러 규모의 액정화면(LCD) 공급물량을 따낸 것은 지금까지도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당시 구 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HP사장을 소개한 곳은 제주도의 허름한 횟집이었다. 이 바이어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국내에서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곳으로 초대한 것이다. 식사를 하면서 미리 준비했던 59년산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 와인인 샤토 랭쥐 바주를 내놨다. 바이어가 1959년생임을 알고 일부러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구 대표의 탁월한 정성에 바이어는 감동했고, 그 인연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구 대표는 자신의 와인 비즈니스 성공 비결을 고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와인은 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며 잘난 척해서도 안 되고 와인 지식을 자랑하기보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와인과 함께 그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올해로 만 6년을 넘어선 지금, 하루아침에 유행이 바뀔 만큼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종에서 6년을 넘게 사업을 유지해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그는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와인바를 창업한 이후 구 대표는 “얼굴 좋아 보인다”, “부럽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그런가 보다. 친구들은 부러워한다”는 그는 “자영업 하는 친구 빼곤 대부분 은퇴했는데, 그 중 80%가 집에 있는데 시간 보내며 노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지금 일은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와의 성취욕과는 다르다. 제 만족도가 매우 높다. 고객들이 제가 추천한 와인을 마시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LG 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이라는 그의 화려한 전직 꼬리표가 지금도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어, 그는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경험담을 얘기해 줄 것을 부탁받는다고 한다. 은퇴 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구 대표는 “퇴직하는 날이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며, 가급적 6개월 내에 승부를 내야 한다”면서 “의사결정 기간이 너무 길면 늘어지게 되고 너무 짧으면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현직에 있을 때는 다음 삶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만 생각은 해두고 퇴임하자마자 교육기관 등을 찾아서 전문지식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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