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겪은 사건과 감정을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림에 등장해 보여주는 이제혁 개인전 ‘열정시대’가 종로구 수송동 갤러리고도에서 3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이제혁의 그림은 인생의 파노라마이자 일기이며 반성이다. 때문에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반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반성의 삶속에 사건의 소재가 생겨나서 그림에 옮겨진다. 특히 그는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선의 자유로움을 자신의 몸에서 캔버스로 전달하는데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작품은 무척 투박해 보이고 거칠다. 이 점이 바로 눈여겨 볼 작품의 매력이자 특징이다. “대학 시절 붓보다는 손가락으로 직접 그려보자 생각했고 손가락으로 작업하니 더 자유롭고 강약 조절이 쉬워 감정의 전달과 질감이 잘 표현됐어요. 하지만 깔끔하게 나타내고자 할 때는 붓도 사용하는데 그건 어쩌다 한 번 정도죠. 손가락으로 그리면 빨리 그리는 대신 집중력이 많이 필요해 체력 소모가 커요. 물론 손가락으로 그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데 손바닥으로도 그려본 적도 있어요.” 그에게 어쩌면 캔버스 안은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과 심신 단련실 일수도 있다. 강렬한 색채의 고흐나 초현실적 묘사의 샤갈 같은 화가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삶과 열정에 끌렸다는 그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경험, 일상, 상상으로 항상 실험하는 소재의 작품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그것이 그림을 끝까지 그리게 하는 자신만의 목표이며 철학이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