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회벽 위에 안료를 채색해 발색과 보존성을 극대화시키는 프레스코 기법에 음각을 이용해 무채색의 식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김유정 개인전 ‘침묵의 정원’이 이랜드스페이스에서 5월 3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김유정의 화판에 발라진 회벽은 커다란 정원이다. 순백의 회벽이 어두움으로 덮이고 난 뒤에 예리한 칼날은 작가의 손끝이 되어 서서히 작품의 소재인 식물의 몸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파리 하나가 세상에 드러나기 위해 패이는 회벽은 생명 탄생의 거름이 되고 바닥에 쌓이는 가루는 시간의 축적을 알린다. 일반적으로 무언가가 더해지면서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지만 자꾸 덜어낼수록 무엇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다. 나를 비워내는 행위는 내 안에 더 큰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작가의 눈으로 새로운 관심의 범주에 들어온 식물은 자신의 고유색을 버리고 한결같이 평소에 말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다른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유정은 지난해 이랜드문화재단의 ‘이랜드작가공모 3기’에 선정되고 올해 전시를 하게 된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한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