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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자동차 칼럼]세계 5위 자동차 대국에 조상이 없다

국산 첫 모델 포니는 어디에? 자동차박물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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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0-331호 박현준⁄ 2013.06.17 11:38:23

며칠 전 ‘포니, 신화를 쏘다’ 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1975년 국산차 첫 모델로 선보인 현대자동차 포니는 약 3년 동안의 짧은 노력으로 탄생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이를 기점으로 30여 년 동안 도약을 계속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자동차 대국이 됐다.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모든 첨단 공학이 모인 종합 산업인 만큼 그 파생 효과가 엄청나다. 자동차 산업 하나로 전 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얘기할 정도이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어떻게 해서든지 자체적으로 자동차 생산국에 진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도 세계 최대의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완전한 국산화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엔진이나 변속기 등 핵심기술을 보유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만큼 자동차는 녹록찮은 분야다. 이를 이룬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 자동차 생산은 세계 5위를 유지하고 있고 세계 시장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무역장벽이나 각종 규제로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반 대중차가 아닌 프리미엄 차의 개발은 필수적이고 향후 생존과 직결된다. 수익모델이 훨씬 크고 기술의 집약화가 가능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최근 해외에서 ‘우주인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우리의 자동차 수준이 갑자기 우주에서 떨어진 우주인과도 같다는 얘기다. 조상도 모르는 이상한 메이커가 등장한 게 신기하다는 얘기다. 듣기에 따라 기분이 묘하다. 세계적인 브랜드 차량, 특히 명차 반열에 있는 차종은 역사와 조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역사적 사건과 결부시키면서 자랑한다. 이를 통해 명품이 탄생하고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른바 명품 자동차 역사다. 이를 위해 선진 메이커는 어느 브랜드이든 자동차 박물관이나 관련 시설 등을 갖춰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선전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다. 매출이 오르고 역사는 누적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가 극대화되면서 명품 반열에 오른다. 물론 차량의 완성도는 모든 면에서 극대화되고 완벽하게 변한다. 이를 통해 마니아가 등장하고 대대로 충성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는 어떠한가? 자동차 역사가 거의 40년에 이르지만 박물관 하나 없는 후진 문화다. 국산차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의 경우 조상이나 다름없는 최초의 국산 모델인 포니 하나 변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축하고 해체하면서 조만간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나 아직은 걱정이 앞선다. 이미 대부분의 클래식 카가 없어지고 해외로 나간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자동차문화의 산 증인 전영선, 백중길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 국내외 자동차에 대한 역사적 사료 등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문화연구소의 전영선 소장과 이승만 대통령 방탄차 등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국내외 자동차 5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금호상사의 백중길 대표다. 이 두 사람이 없으면 근대 시대물을 촬영하지 못할 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벌도 아니고 모든 일생을 자동차에 매진하면서 모든 재산을 쏟아부어 간간히 유지하고 있다. 전영선 소장은 여의도의 조그마한 사무실을 자료보관실로 함께 사용하면서 저술활동에 여념이 없다. 백중길 대표는 2년 전 경기도 북부쪽 물난리로 150여대에 이른 보유 차량에 수해를 입어 큰 손실을 보았다. 모든 차량을 최근에야 경기도 여주로 옮겨 자동차 역사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다. 보유 차량 몇 대는 이미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노후한 몸을 이끌고 매진하고 있으나 재정이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이 두 사람이 없으면 우리 자동차 역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세계 5위의 생산대국이라는 자랑을 하면서도 막상 자동차 역사를 보면 어느 하나 멀쩡한 것이 없다. 챙기지 못하는 정부도 문제이지만 현대차 그룹도 문제다. 자신의 자동차 역사를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려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천문학적인 수익을 보면서도 막상 조상 찾기는 외면했다. 앞의 두 사람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자동차 역사적 가치의 복원은 상기한 두 사람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연세가 들면서 한계점에 와 닿고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도움이 없는 것이다. 창피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것뿐이 안될까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엊그제 문화재청의 근대 문화재급 실태조사로 백중길 대표의 여주 현지를 찾아갔다. 포니의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정부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실태조사와 보고서를 작성 제출했다. 막상 해당 메이커는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에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전에도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전 소장의 경우는 제대로 된 사무실 마련과 사료 정리 기능이 필요하고 최소한 사단법인화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백중길 대표의 경우는 지자체와 메이커 등을 통한 박물관 건립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자동차는 이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산물이다. 하루 속히 우리 것을 찾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 확신한다. 우리 주변 모두가 관심을 갖고 모든 것을 잃기 전에 갖추었으면 한다. 특히 현대차 그룹의 관심을 촉구한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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