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길을 가다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 사람을 도와줘야 할까요? 어떤 사람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접 도와줘야 하나요?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요? 최근에 한 시민이 성폭행을 당하는 여자 분을 도와주다가 범인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여자 분은 범인과 합의를 해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그러자 범인은 오히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시민을 고소해 형사처벌을 받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민은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성폭행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서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여자 분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결국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인터넷에서는 “피해자를 도와줘야 하는지, 도와줘야 한다면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쳐야 한다는 의견,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견, 자신에게 위험이 없는 한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한 가지의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길가다가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를 구조하고 범인을 검거합니다. 이때 신고자는 참고인의 자격으로 경찰에서 진술조서 또는 진술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진술서는 범인의 유죄를 증명하는 증거가 됩니다. 범인이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처벌을 받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범인이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다툰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고를 한 사람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렇지만 평일 낮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증인으로 참석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소정의 증인 여비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자신이 일을 하지 못해 생기는 손해를 보상해 주기에는 너무나 적은 액수입니다. 다른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폭행을 당하는 피해자를 구해주다가 범인으로부터 상해를 입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 범인을 상대로 민사, 형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협조적이라면 그래도 괜찮지만, 피해자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재판은 진행하기 어려워집니다. 만약에 도와주려던 사람이 사망했다면? 선한 의도로 했던 행위이지만 자신이 입은 피해는 회복할 수 없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적용, 나라마다 차이 선한 취지 장려하기 위한 면책규정 존재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Good Samaritan Law)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신약 성서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강도를 당해 길에서 죽어가고 있는 유대인을 보고 당시 사회의 상류층인 제사장과 레위인(이스라엘의 부족 중 하나)은 그냥 지나쳤지만, 당시 유대인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사마리아인은 유대인을 구해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어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처해졌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을 때 이를 알고도 그냥 지나친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합니다. 즉, 비도덕적 행위를 법을 통해 처벌하는 것입니다. 다른 몇몇 나라들은 위와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보통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구조하지 않은 경우가 처벌대상이 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나라에 따라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법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요? 형법에는 도움이 필요한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를 유기죄의 주체로 함으로써, 원칙적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착한 사마리아인법의 취지가 반영됐다고 보이는 법률이 있습니다. 과거에 프로야구선수 임수혁이 제대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식물인간이 된 사건으로 인해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응급환자에 대한 신고 및 협조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응급의료종사자 등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자가 아닌 사람이 응급의료행위를 하다가 재산상 손해를 끼치거나 사망, 상해를 입게 한 경우에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경우, 구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고 선한 취지의 행위를 장려하기 위한 면책규정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외에 의사상자(義死傷者)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이 법은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그 희생과 피해의 정도 등에 알맞은 예우와 지원을 하도록 돼있습니다. 선한 일을 하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국가에서 도와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도덕으로 해결해야할 일을 법률로 의무화 시켰기 때문에 과거부터 논쟁이 많았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고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반대하는 견해와 윤리적인 측면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률에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취지가 반영되는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로써 처벌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