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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 미래 칼럼]나라의 미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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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2호 박현준⁄ 2013.11.11 13:11:14

고위공직자 자녀가 국적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병역을 기피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연례행사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10월에도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기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대상만 달랐지 수법은 똑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위공직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는 것은 불문율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래 의미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이는 로마시대 초기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 등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했는데,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연이은 전쟁에서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귀족들의 높은 도덕적 책임감은 시민들의 모범이 되었다. 이는 로마가 작은 도시국가에서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 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요구되어왔다. 실제로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는데, 이러한 수치는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의 8배라고 한다. 그리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류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또한 미국은 6·25전쟁 때에도 142명의 군 장성의 자제들이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장남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 전·현직고위공직자들의 경우는 허구한 날 갖은 비리에 연루되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에 있었던 불법행위로 인하여 낙마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군입대를 하지 않은 비율이 일반 국민들보다 훨씬 높고, 자녀마저도 그러하다. 설령 공직자들의 자녀가 군입대를 하더라도 비전투 보직을 받는 비율이 일반인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연합과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스라엘의 미국 유학생들이 참전하기 위해 귀국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스라엘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나라 유학생들은 어떤 행동을 취하겠는가. 핀란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법제화한 국가 중 하나이다. 똑 같은 불법을 저질렀다할지라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이들의 처벌수위가 훨씬 높다. 핀란드의 어느 재벌이 규정 속도보다 40km 과속으로 운전하여 우리 돈으로 7000여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한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엄연히 존재했던 적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아들도 임진왜란 때 전사당했다고 하니 옛 어른들의 솔선수범은 과히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그동안 불법을 일삼고도 타고난 사주팔자 덕으로 운 좋게 살아남아 입신출세를 거듭해 온 이 나라 탐관오리들은 이제라도 더 이상 훌륭한 조상님들 욕 먹이는 일 그만두고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공직을 떠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그래야 이 나라에도 미래가 있지 않을까. - 구병두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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