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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재의 세상보기]김연아와 아사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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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9호 글·유용재 (정리 = 박현준 기자)⁄ 2013.12.31 18:53:11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피겨여왕 김연아는 “올림픽을 즐기면서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 관련 얘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고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피력했다. 그 동안 김연아와 아사다에 대한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김연아는 우승에 대한 집념이 강하고 눈매도 매서웠다. 이에 반해 아사다는 온순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금메달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보니 놀랍도록 흥미롭다.

1986년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으로 우리나라가 36여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어느 외국 기자가 우리나라 선수촌을 보고 기고한 글이 떠올랐다. 연습 말고는 숙소에서의 휴식만이 전부인 생활이 신기하다는 것이다. 지구촌 축제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문화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대비된다는 내용이다. 축구의 변방 동양에서 온 무거운 표정의 선수들….

당시 우리 선수단은 어렵게 진출한 본선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1승, 아니면 무승부라도 올릴 수 있을까?’ ‘현란한 개인기를 가진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마주해 망신당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천근만근의 무게감에 눌려 표정이 어두운 건 당연하다.

그때 우리 선수들이 가진 압박감이 지금의 아사다와 같지 않을까? 차원 높은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를 바라보며 느낀 생각이다. 수능시험장에서 풀지 못하는 수학문제를 마주한 재수생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여유가 없는 아사다의 절박한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아사다는 언제 부터인가 “최고, 금메달, 자신감” 이라는 말을 했다. 목표지향적으로 우승을 향한 결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진 = 연합뉴스

반면 김연아가 던지는 화두는 늘 즐거움과 행복이다. 여기에 그의 담대함과 현명함이 숨어 있다. 선수 이전에 인간으로서 추구해야할 가치, 지향해야 할 인생에 있어서의 목표, 이런 표현들이 김연아의 말속에 녹아 있다.

23살, 아직은 풋풋하고 미숙한 나이인데도 이미 인생에서의 절정을 한 번 겪어 보았기 때문일까? 그녀의 호흡은 길고 시야는 넓으면서도 멀다. 흔히 유행하는 말 중에 “열심히 하는 자! 결코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가 있다.

아사다는 자신의 전용링크에서 오늘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많은 선수들로 북적이는 태릉선수촌에서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며 유쾌하게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소치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궁금하지 않다. 승패와 기록은 다음다음 문제다. 다만 김연아와 아사다가 펼칠 우정어린 연기가 궁금할 뿐이다.

- 유용재 동원대학교 호텔관광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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