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우성 김종영(1915∼1982)의 조각, 드로잉, 서예에서 접할 수 있는 노장사상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전시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마련된다.
김종영의 작품세계는 무위적 동양의 예술 이상인 '조각하지 않는 아름다움'인 '불각(不刻)의 美'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으며, 그가 남긴 200여점의 조각과 달리 3000 점이 넘는 드로잉과 800여점의 서예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매일 글을 썼다는 김종영의 서예가 선필이라 찬탄해 마지않았던 작품들에는 노자와 장자의 문장이 자주 보인다는 사실에 그의 은둔 자족했던 삶에 비추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서구의 모더니즘과 추상조각에 더해진 무위 자연적 접근이 조형화된 작품들을 살펴보며 불각도인 김종영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정이자 그의 시각에서 오늘을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위의 풍경'전은 작가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하나로 묶어 보고자 예술가의 품격과 작품의 조형미 그리고 그 철학적 사유를 후학에게 남겨 한국 현대미술의 지표로 각인된 김종영의 삶과 예술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준비한 서원영 김종영미술관 학예사는 "한국 근 현대사에서 6.25 동란을 시작으로 4.19 의거와 5.16 혁명 등 폐허나 다름없던 척박한 환경 속에 안정을 찾기 어려운 격변의 시기였다. 혼탁한 시류 속에서도 고고한 삶의 발자취를 남기고 한국근대추상조각의 선구자로 기억되는 우성 의 작품과 글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살이 지혜는 무엇인지 살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무위의 풍경'전은 김종영이 추구했던 초월적 예술의 필요조건과 함께 그의 통찰이 뿌리내린 불각의 예술철학을 조망한다. 김종영이 남긴 서예의 '불각도인'(不刻道人)이라는 서명들은 그의 예술론에서 노장사상이 철학적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로 여길 수 있다.
조각의 길을 걸어가며 남겨진 도인의 삶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하늘을 담아 낸 호수의 표면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다. 무위라는 궁극의 허정을 거쳐 태어난 작품들은 한결같이 순수하고, "한정된 공간에 무한의 질서를 설정하는" 절대를 향한 그의 또 다른 분신일 수 밖에 없다.
오는 6월 1일까지 김종영미술관 본관 불각재와 신관 사미루 전관에서 열리는 '무의의 풍경'전은 기교의 세련됨을 경계한 김종영의 작품들에서 재료를 넘어선 물질의 승화, 정신성과 예술성의 추구가 깃든 작품과 세속적인 것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예술의 질을 높이는 사람으로서의 김종영 작품에 드러나는 교훈을 엿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