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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한효석]고깃덩어리와 인간의 욕망

죽은 돼지 캐스팅, “껍질 벗기면 창녀든 신사든 모두 다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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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4호 왕진오 기자⁄ 2014.04.14 13:06:00

▲한효석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미술의 영역으로 올 수 없는 것을 끌어 오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대중들의 시각에 맞춰서는 차별화가 되지 않죠, 예술의 독창성이 없는 것입니다.”

한효석(42) 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깃덩어리, 흉측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얼굴의 껍질을 벗겨낸 모습의 대형 얼굴 그림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작가의 초상작업에는 확고한 사상이 들어있다. “백인이나 흑인이나 동양인이나 5mm 만 벗겨내면 모두가 똑같은 모습을 한 인간이다”라는 것이다.

그가 2009년 전시 이후 5년 만에 대형 얼굴 작품 6점과 죽은 돼지를 캐스팅해 천정에 걸어놓은 입체 작품 4점을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대표 이동재)에 4월 10일부터 공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작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돼지농장에서 죽어간 사체를 이용해 보여준다. 삶과 죽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실제 크기의 돼지를 전시장 천정에 매달았다.

▲Unmasked exposing what lies beneath17, 207x146cm, Oil on canvas, 2010-2012


“돼지는 사육되는 동안 자유가 억압되고, 죽어서야 자유를 얻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난다.”며 “돼지를 키우는 사육농장 주인들도 사료회사의 구조적인 폭거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죠.”라며 육신의 자유보다는 정신적 억압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것은 독특하다. 대중들이 거북하고, 혐오스럽게 생각해 회피하는 것을 그들의 시각으로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작가로서 치열함이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예술의 본질이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려내고, 흉측하리만큼 실물과 동일한 가축의 주검을 관객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전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에 작가만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 관람객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작품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편식하지 말고, 작품에 담긴 정신도 두루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죠. 진정한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한 발작 더 작품 앞으로 다가섰으면 합니다.”

한 작가는 관람객의 반응과 함께 미술평단의 오래된 관습인 해외 미술사조를 무조건적으로 비교하며, 한국미술을 그들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속내를 드러냈다.

▲Unmasked exposing what lies beneath18, 218x148cm, Oil on canvas, 2011-2013


“그분들은 작품과는 상관없는 18세기 책자에 나온 사조를 가지고 오늘의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하곤 합니다. 기법이 서양 미술가의 아류처럼 보인다. 부족하다는 등으로 폄하하는데, 기득권층의 잘못된 문화사대주의의 대표적인 오류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가 걷고 있는 길이 그만의 감성으로 그만의 작업 세계를 펼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들이 꺼리지 않고 찾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잘 팔리는 것 보다는 작가만의 정신이 올곧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한 시대의 정신이 작품으로 만들어진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욕망의 멍에를 내려놓고 삶을 되돌아 봐야

한 작가는 어린 시절 양돈 농장을 하던 부모님의 일을 도우면서 또래 친구들이 상상할 수 없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돼지와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작가에게 돼지는 삶을 영위하는 근간인 동시에 연만의 대상이 됐다.

또한 미군기지촌에서 성장하며 살기 위해 미군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집창촌의 여성들도 지켜봤다. 3년간 군복무 이후 막노동 등 삶의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았고 이 경험이 작품에 생생하게 담기게 된다.
작품에 그가 겪은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고의 융합적 깊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론 불편하고, 때론 거북하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기 때문이다.

▲자본론의 예언, 가변설치, 2014


이번 전시를 통해 용광로의 불덩이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욕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욕망의 멍에를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공중 부양된 돼지들의 웃음과 고통이 교차하는 돼지들의 표정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009년 이후 5년 만에 갖는 그의 개인전 ‘그들에게 있어 자유란 죽음뿐이다’ (Crematorium-Prophecy of Das Kapital)전 이후 작가는 동물이 아닌, 백인 남자와 여자의 실제 몸을 적나라하게 캐스팅해 성의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뛰어넘고자 하는 신체적 표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가 한효석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그의 도전정신과 숨기지 않는 인간 욕망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가주의에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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