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드넓은 초원과 숲속의 요정 아라곤이 바로 튀어나올 듯 한 나무숲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드러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색채도, 특이한 무늬도 없다. 우리 일상에서 보던 뒷동산이나 소풍을 떠나 만났던 푸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화면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네덜란드 현대 사진작가 킴 보스케(36)가 붓과 물감 대신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그려낸 디지털 느낌이 쏙 빠진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다.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4월 23일부터 5월 23일까지 진행되는 ‘당신의 풍경을 거닐다’전을 위해 설치된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세상과 분리된 고요한 정원에 놓인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보스케는 시간과 공간에 놓인 무수한 순간들이 어떻게 함께 작용해 인간의 의식을 완성하고 현실을 규정하는지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시간의 시스템’에 관해 연구한다.
“시간의 시스템은 개별적인 하위 구조들의 조합이며, ‘지금’은 과거와 현재의 영향 요소들의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녀의 작품 속에서 하나의 풍경을 따가 가다 보면 어느새 다른 한 겹의 풍경을 따라가게 되는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동일한 공간을 여러 겹으로 중복시켜 만들어낸 시간의 새로운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매핑(Mapping)'시리즈는 작가가 나무의 주위를 돌며 나무를 둘러싼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이미지를 촬영한 작업으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인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당신의 풍경을 거닐다’와 ‘무제’ 시리즈에서는 공원을 거닐며 우리가 ‘시간의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자연을 바라보는지에 대해 작가만의 시각으로 화면을 완성했다.
보스케는 이 작업에서도 다차원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시점들을 이차원 표면상에 옮겨 놓는데, 내면의 겹과 겹 사이에 뒤섞인 자연의 혼돈과 질서를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화로운 모습으로 담아낸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 킴 보스케는 네덜란드 왕립 미술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고 있다.
졸업 이후 줄곧 현대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유럽의 저명한 폼 매거진 영탤런트 상을 수상했으며, 스테르담 폼 사진미술관(Foam Fotagrapfiemuseum)에서 개인전을 비롯해 모스크바 멀티미디어 미술관, 네덜란드 국립 사진미술관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네덜란드 국립 사진 미술관, 힐버줌 미술관, AMC 아트 콜렉션, 주미 네덜란드 대사관 등에 보스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문의 02-549-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