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반복적인 일상에서 자의든 타의이든 고정되어 있던 각자의 사회적 정체성을 벗고 새로운 시도와 표현을 찾는 건강한 일탈을 꿈꾸는 것일 것이다.
아마도 모든 현대인들이 바라지만 초대받을 수 없는 짧은 봄날 저녁의 가장무도회와도 같은 전시가 서울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 1층에서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서교실험예술센터 지하 1전시장에 걸린 전시 타이틀 'TEST'에 참여하는 작가들 김융, 김훈범, 오얘슬은 모두가 가명이다.
이들은 중첩된 텍스트의 내리닫이 반복문이 전부인 포스터에서 나타나듯 이들은 전시에 대한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자존감을 공유한다. 전위적이면서 동시에 소박해 보이기까지 한 일러스트가 나란히 전시장을 채우는 야누스적인 감상의 방식도 설비 외엔 아무 장식 없는 전시공간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본질에 집중할 것을 바라는 탓인지 모른다.
김융의 채집된 영상물과 하루 한장의 일기처럼 아카이빙된 엽서 크기의 드로잉들로 벽면을 가득 채워 자신을 드러낸 김훈범. 그리고 짧은 메모와 느낌을 기록했던 텍스트를 의미의 해석 보다 디지털 음향과 영상의 병치로 작곡 작사하며 소통의 부재를 넘어 공감각으로의 확장에 이르고자 하는 오얘슬의 매체작품까지 둘러보고 나면 어리둥절함은 차라리 암호나 수수께끼같은 미소로 남을 뿐이다.
실마리라면 이들 각자는 디자인을 전공한 20대 직장인들이며 단지 4일간의 짧은 전시를 위해 문화재단의 지원심사를 거친 당돌하고도 잔망스런 계원예술대, 홍대, 서울여대 출신 여성들이라는 공통점뿐이다.
제도권의 지원을 통해 꽃피운 전시라도 이들의 지향점은 자유롭고 신선한 인디컬쳐를 숨기지 않는다. 기획은 치밀하지만 목적은 전슬적인 상업성과 무관하고 오로지 실험하고 그 값을 토대로 더 알찬 지속과 개선을 약속할 따름이다.
결국 예술이란 작가의 명함보다는 그 작품의 아우라가 더 오래 남는 것이란, 모두가 다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않은 원칙을 깨닫게 하는 전시이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관람가능. 5월 30일까지. 문의 02-333-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