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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작가 - 이승령]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행복

리서울갤러리서 6월17일까지 ‘사랑’ 주제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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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3호 안창현 기자⁄ 2014.06.19 13:14:31

▲이승령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사랑의 묘약(妙藥)/ 못난이도 어여쁘게 보인다/ 유리조각도 품을 수 있다/ 그 무거운 짐도 다 들 수 있다/ 모든 허물을 덮을 수 있다/ …/ 사랑은 위대한 장막이다.”

지난 30여 년간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독창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온 이승령 작가가 ‘사랑’을 주제로 리서울갤러리에서 6월 17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2012년 이후 2년 만에 여는 6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현대사회의 주요 문제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의 묘약과 같은 회화를 통해 이런 소통의 부재, 사람들 사이의 회의와 의심을 극복하기를 희망했다.

이승령 작가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물질적 삶에 집착하고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욕심을 부려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지 않을까? 이번 작업은 자연적 질서 안에서 욕심 없는 사랑의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한국 전통의 다양한 표현 방식에 관심을 갖고 이를 현대적인 색채로 재해석했다. “한국의 전통 민화에서 표현된 나무 같은 것을 살펴보면, 사실적이지 않고 굉장히 조형적으로 느껴진다. 궁중화 등에서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이런 점들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LOVE’, acrylic on canvas, 116.8x91.0cm, 2013.


박물관에서 본 빨간 자개장이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목단 등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런 점은 작가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이래 지속되었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그려온 그림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7살 즈음에 하늘에는 뭐가 있을까, 사람은 어디서 나왔을까 같은 의문들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죽으면 모든 것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어린 나이에도 죽은 이후에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하니 너무 슬프고 허망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 사라지는 것들을 그림을 그려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꽃, 사람 등 현실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작가는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그림을 그렸다.

▲‘LOVE’,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2013.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가치가 그림에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서 그림의 소재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문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고 조금씩 한국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작가는 자신이 자라고 성장한 한국의 문화를 공부하면서 무속 신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 문화의 근간이 무속 신앙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업 초기에는 주술적인 분위기의 무속 신앙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무속 신앙은 그림 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도 풍부하고 처음 6, 7년 동안 너무 재미있게 작업했다. 신화와 전설 같은 이야기들도 풍부하고 색채도 다채롭게 표현이 가능했다.”

그러다 조금씩 작품세계에 변화가 왔다. “10년쯤 작업하면서 조금씩 그림이 칙칙해지는 것을 느꼈다. 밤마다 무서운 꿈도 자주 꾸게 되고, 그즈음 너도 힘들어 작업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작가는 2002년 4번째 개인전을 가진 이후 10년 동안 개인전을 갖기 못했다. 종교를 가지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2012년에 5번째 개인전을 ‘거울’이라는 주제로 열게 됐다. 내게는 일종의 신앙고백과 같은 것이었다.”

이 작가에게 거울은 자신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추어 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5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다채로운 마음의 색깔을 마음이 충천한 상태로부터 허전한 상태, 짙은 여운이 남는 상태, 부침이 심한 우리의 내면,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가는 의연함, 고향 또는 순수한 시절에 대한 회상 등을 담아냈다.

▲‘LOVE’, acrylic on canvas, 116.8x91.0cm, 2013.


“거울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도 한국적인,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수나 목단은 작품을 표현하는데 많은 영감을 줬다. 작품에 표현된 어머니가 쓰시던 바늘과 실 같은 것은 내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와 연속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도 작가는 자개, 목단 등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작가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우고 자란 문화를 바탕에 두는 한편,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불신과 회의의 시대에 내 그림 속 세상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내게 감사한 일이고, 내 그림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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