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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안심(安心)사회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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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4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4.06.26 08: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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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과학의 문제이나 ‘안심’은 신뢰의 문제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아무리 완벽하게 안전 대책을 세웠더라도 그 일을 수행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안심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은 국가를 경영하도록 위임받은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공직자들의 전관예우와 관피아에 의한 도덕적 해이와 부패사슬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만연하여 있음을 국민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두들 답답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출발에서부터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부담을 안고 있다. 그 시절 친일파를 완전히 제거하면 국가를 경영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전관예우로 얽혀있고 관피아로 결탁되어 있는데 어느 누가 거기에 칼을 댈 수 있겠는가? 전관예우의 문제는 민주화 이후 모든 정부가 중요 이슈로 제기하였고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관피아의 폐해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 원전비리, 저축은행 금융사고 등 나라가 뒤집어질 대형사고들을 계속 몰고 왔지만 아무도 손을 못 대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권력기관이 국회이지만 당리당략과 의원세비 올리고 이권을 챙기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전관예우와 관피아 부패사슬은 섣불리 다루면 환자가 생명을 잃게 되는 고질병이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로 현 정부가 이 사슬을 끊어야 하는 책임을 지게된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온 국민이 숨죽이고 걱정하는 이유이다.

지금 우리는 고도의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다. 비행기로 지구 반대쪽을 반나절에 갈수 있고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KTX를 타고 서울에서 3시간도 안되어 부산으로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층이 넘는 아파트나 사무실을 오르내리며 살고 있다.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속도와 고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밀하게 계획된 운전수칙과 관리지침을 어기면 대형 참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충 관리해서 되는 사회가 아니다. 전관예우나 관피아의 부조리가 끼어들 수 없는 사회이다. 이 사실을 우리 온 국민이 인식하고 깨달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관행으로 만연되어 있는 부정과 부패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척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오늘의 난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중국의 문화혁명과 같은 전근대적인 과격한 방법으로 개혁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대 수출국이고 삼성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질병은 국민 의식의 선진화로 고쳐야 한다. 선진국들은 투명하고 정직한 관리 관행으로 탈바꿈한 나라들이다. 전관예우와 관피아의 부정부패 사슬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세월호참사가 이 나라 국민의식의 전환점이 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로 남기를 기원한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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