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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삼성이 발굴한 신진작가, 국내 미술계 새롭게 조명

기존 해외 유명작가 위주에서 탈피, 젊은 신예 등용문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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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9-390호 왕진오 기자⁄ 2014.08.04 14:36:28

▲삼성미술관 플라토전시장 입구의 슬기와 민의 ‘수정주의 A’ 설치 모습. 사진 = 삼성미술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종이 낙하 장치’에서 일정 시간 단위로 바닥에 뿌려진 종이를 주워들고 앞으로 나아가면 스펙트럼을 영문 그래픽으로 써놓은 액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컴컴한 실내로 들어가면 대형 스크린에 알 수 없는 자막이 등장하는 광고영상같은 비디오가 상영된다. 맞은편 화면에는 이상한 기구를 몸에 걸치고 전시장을 말처럼 뛰어다니는 작가의 모습이 CCTV 화면으로 보는 것처럼 반복 재생되고 있다.

친절한 설명이 없다면 이들 작품을 대면하는 관람객들은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라는 유행어처럼 고뇌에 찬 탄성을 지르며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의 난해하고 기괴한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을 가득 채우며 관람객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다.

삼성미술관이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유명 해외 작품 위주로 전시를 진행하던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플라토의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을 통해서다.

▲삼성미술관 플라토에 설치된 길종상가의 ‘아 귀에 걸면 다르고, 어 코에 걸면 다르다’. 사진 = 삼성미술관


‘아트스펙트럼’은 리움 큐레이터들이 현대 미술에 대한 시각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를 선정했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한국 미술의 역동적인 변화를 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7월 24일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막을 올린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은 2001년 이후 5회의 전시를 통해 총 48명의 전시 작가를 배출한 아트스펙트럼展을 모티브로 했다.

이번 전시는 이미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 7명이 나머지 작가를 선정했다. 7명은  김범(51)·미나(41)Sasa[44](41)·지니서(51)·오인환(50)·이동기(47)·이형구(45)·정수진(45) 이 다. 길종상가·슬기(최슬기, 37)와 민(최성민, 43)· 홍영인(42)· 이미혜(45)·이주리(28)·경현수(45)· 정지현(28) 등 참여작가들은 한국 미술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서로 응원하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하는 작가들이 모여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풍성한 전시가 완성됐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현실의 경험으로부터 추상회화를 도출하는가 하면 삶을 난해한 퍼즐풀기로 인식하고 예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는 등, 다양한 현실인식을 회화, 영상, 설치, 디자인, 퍼포먼스 등으로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리움과 플라토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물론, 두 개의 스펙트럼이 교차하는 것처럼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의도이다.

▲삼성미술관 플라토에 전시된 이동기 작가의 ‘파워 세일’ 설치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그동안 리움 전시회는 저명한 작가의 개인전이거나, 여러 작가들을 모아 새로움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형 화랑들조차도 ‘돈 되는‘ 해외 작가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리움의 새로운 시도는 향후 국내 미술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리움의 ‘아트스펙트럼’은 삼성 비자금 사건의 여파로 중단된 후 6년 만인 2012년 7월 다시금 막을 올렸었다. 올해 4월 전시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조용히 관계자들의 눈길만 받으며 지난 6월 29일 막을 내린 바 있다.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안소연 부관장은 ‘스펙트럼-스펙트럼’전에 대해 “명실공히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아트스펙트럼’전을 전시의 표본으로 삼으면서 차용과 변형의 방식을 도입해 일종의 메타 전시를 시도했다”며 “전시모델의 확장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고 원천으로부터 가지치기한 지류가 생동감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플라토에 모인 스페트럼-스펙트럼 참여작가들을 삼성미술관 플라토 안소연 부관장이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가능성 있는 국내 작가 지속적으로 키워야

이번 전시는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새롭게 조망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전시다. 유명 해외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끊이지 않고 선보였던 리움이 한국 현대미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엄청난 변화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한 젊은 차세대 작가들이 과연 한국 현대미술의 다음 세대를 걸머쥐고 나아갈 아티스트들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아직 미지수다. 그들이 만들고 자신들만 느끼는 난해한 현대미술을 컬렉터와 일반 관람객들이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직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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