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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정우범]“유화 뛰어넘는 수채화 어때요?”

유년기 먹과 화선지 접해, 수채화 대작만 고집하는 색채의 요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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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2호 왕진오 기자⁄ 2014.08.21 09:12:52

▲정우범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한국의 독보적인 수채화 화가인 정우범(68) 작가는 1990년 전업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수채화는 색깔이 풍부하지 못하고 중량감이 덜하다”라는 편견에 맞서 그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수채화 표현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어린 시절 서당의 훈장으로 생활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먹과 화선지를 접하게 된 작가는 먹의 농담을 익혔고 다양한 물성에 대해 일찍이 깨닫게 된다.

뼈 속까지 전해져온 수묵에 대한 정신은 서양화를 접한 이후에도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양한 수채화의 표현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온 작가는 “수채화는 크기에 제한이 있다”는 편견을 깨고 주로 대형작품인 100호∼500호 짜리 캔버스에 대담한 붓질로 섬세한 감성을 드러냈다.

작품의 주된 주제는 ‘자연’이다. 자연과의 교감을 더욱 극대화한 표현으로 그려진 반추상적 특징이 강한 작품 ‘판타지아(Fantasia)’는 그를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의 상징이라 말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 농가, 95X55cm, Aqua Acryl Arches Canvas, 2014


“자연의 모든 대상을 좋아했어요. 어린 시절 고향이 산과 들을 접하고 있는 동네에서 살았던 것이 제 작품의 주제로 표출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화분에 핀 꽃보다는 산과 들판에 이름 없이 피어있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서 그것들을 그리게 됐죠. 바로 ‘판타지아’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작가가 야생화에 매료된 것은 7∼8년 전 터키로 여행을 갔다가 터키의 국부 ‘아타튀르크 묘’(터키에서는 ‘아느트 카뷔르’라 불림)를 방문했을 때 앞마당에 피어있는 야생화의 모습이 마치 천국의 모습처럼 느낀 이후라고 말한다.

눈에 들어온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후 이 장관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소재가 됐다고 말한다.

▲Fantasia-Summer, 250X124cm, Aqual Arches Canvas, 2014


붓에 힘을 주어 그려낸 작품 ‘판타지아’는 자연과의 교감을 더욱 극대화한 표현으로 그려진 반추상적 특징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수채화 고유의 투명, 우연 효과 뿐 아니라 색을 더하거나 빼기를 반복해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색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기법과 도구로 작업을 펼치는 작가의 작업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손으로 만든 고급수채화용 종이를 물에 적시고 , 예리하고 탄력이 있는 거칠거칠한 유화 붓을 짧게 잘라 만든 갈필붓 끝에 안료를 발라 툭툭 치면서 반복적으로 문지르면서 화면을 완성한다.


야생화에 매료된, 터키에서의 추억

이때 색깔은 벌어진 종이의 흠으로 스며들고, 종이가 마를 때 틈새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착색되어 굳어진다. ‘색을 모세혈관까지 침투시키는’ 그 만의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채화가 맑고 투명한 느낌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수채화는 마치 유화 물감을 사용한 것과 같이 색의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형태를 스케치하고 그려내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붓을 들고 순간에 반응하는 미적 감성이 지시하는 대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작가 자신의 의지를 떠난 표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련된 조형의 틀은 그 자신의 미감이 지시한다고 하지만 인위성이 억제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세부적인 표현의 자연스러움은 바로 물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Fantasia, 53X33cm, Aqua Acryl Arches Canvas, 2014


작품에 드리운 색채와 색채가 만나는 접점에서 만들어지는 미묘한 색조의 아름다움은 회화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색채의 요술을 실감하게 만든다. 조작된 색채가 아니라 색채끼리 만나서 저절로 완성되는 우연의 색채의 변화는 그 자신의 색채 감각에 의해 인도된다.

바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어진 접점이 생명의 빛을 발산하는 색채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루엣과 같은 이미지로 파악되는 교묘한 형태미는 언제나 불확실한 상태로 유지되며, 마치 꿈속의 풍경처럼 아련한 이미지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형식에 얽매지지 않은 형태와 색감으로 매진해 온 작품들이 8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 걸린다.

이번 전시에는 그 동안 작가가 야생에서 대자연의 신비함을 만나며 느낀 환희의 순간을 표현한 수채화, 아크릴 작품 30여 점이 함께 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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