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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문화유산을 지키는 힘

한국의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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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5-396호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2014.09.18 08:48:4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영국에는 100여 년 전에 시작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라는 시민운동이 있다. 1980년대 말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되면서 오래된 유산과 자연이 사라지고 훼손되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운동이다. 대부분 시민의 자발적인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몇 백 명으로 시작된 회원 수가 현재는 260만에 육박하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단체가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바로 문화유산국민신탁이다. 이 기구는 후손들에게 남겨 할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정부에게만 책임을 넘길 수 없는 현실에서 문화재청을 감독기관으로 두고 2007년 3월에 출범했다.

서울 도심 중심에 광화문, 경복궁, 고즈넉한 한옥이 있는 북촌과 인사동, 덕수궁 있는 정동 등 전통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은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문화재로 등록하고 보호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미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문화유산이 곳곳에 있다. 독립문은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고, 한국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경성주식현물취인소도 사진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근대 문화유산으로 보존될 역사적 사료가 제자리를 잃거나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도시라는 특성상 편의시설의 개발과 자본주의적 구조에 눌려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연이 사라지고 훼손되고 있는 것을 막고자 하는 목표로 시작된 모금운동이 국민신탁이다.

국민신탁은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와 같은 개념으로 회원으로 등록받고 자발적인 회비와 기부금, 재능을 모으는 운동이다. 필자가 국민신탁을 접한 시점은 5년 전이다.

▲중명전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250만 회원 가진 영국의 사례 본받아야

삼성출판박물관 김종규 관장님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국민신탁에 대한 홍보를 위해 선화랑에 이를 소개하면서부터이다. 2009년, 당시에는 회원 수가 1000명 미만으로 무엇보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운영을 위한 회원모집이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그가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현재는 그때보다 5배 많은 회원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의 250만 명의 회원과 비교하면 미비하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무관심 속에 사라질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문화유산을 영구히 보전, 관리하고 국민신탁운동을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증여, 성금을 모아 문화유산을 매입하고 소유자와 관리협약을 통해 보전지원하고 있다. 꾸준한 교육 및 홍보활동과 보전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 및 연구도 활동에 포함된다.

▲덕수궁 석조전 복원공사 현장. 사진 = 왕진오 기자


서울 종로구 통의동 154번지에 위치한 한옥은 천재시인이라고 불리는 작가 이상이 2살 때부터 23살까지 살던 집 일부이다. 그의 본가는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매입해 작품과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후,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과 윤경열 옛집을 기탁 받았다. 또한, 전남 보성군에 위치한 보성여관, 울릉도 도동리와 부산 동구 수정동 일본식 가옥, 중명전을 위탁받아 보존·관리하고 있다.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은 우리 세대가 다 써버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보관 받은 자산입니다.”라는 글귀가 문화유산국민신탁소개서에 쓰여 있듯이 문화유산은 나누는 것이고, 함께 지키는 것이다.

▲덕수궁에서 진행된 문화유산신탁 사은의 날 행사장의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사진 = 왕진오 기자


기부금을 내는 것도 좋지만, 보존 관리하는 재능기부와 운동에 대한 홍보도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매달 소액의 기부금을 신탁에 맡기고 있다. 회원이 되면 카드가 발급되는데 쓰임이 많다.

서울 도심 속 4대 궁(宮)을 무료입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유산답사 및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법정 기부금 단체로 등록돼 있어 기부금 소득공제를 받는다.

다양한 혜택도 좋지만, 다음 세대에 중요한 유산을 남기는데 조그마한 힘이 되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여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큰 힘이 더욱 많이 모이길 바란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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