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호 김원식 현대증권 지점장⁄ 2014.10.09 07:39:1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18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는 다산 정약용이 첫손에 꼽힌다. 그는 실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학자이자 저술가, 시인, 철학자, 과학자, 공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정조의 총애를 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지만 당쟁과 천주교 박해에 휘말려 오랜 기간 귀양살이를 하는 불운에 휘말리기도 했다.
방대한 저술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사상과 철학의 일단을 알 수 있다. 특히 아내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진솔하고 소탈한 태도와 성실한 끈기 등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귀양살이 20년 동안 날마다 저술만 일삼아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났습니다. 제게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 몸으로 가르쳐주시고 직접 말씀을 내려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귓가에 쟁쟁합니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다산이 아꼈던 제자 황상의 증언이다. 황상의 자질을 눈여겨 본 다산이 그에게 학문을 권했을 때 그가 스스로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막혀 답답하고, 미욱해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하자 “둔한데도 열심히 하면 지혜가 쌓이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꾸준히 하면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며 황상을 격려했다.
“외우기를 빨리하면 재주만 믿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이 있고, 글 재주가 좋은 사람은 속도는 빠르지만 부실하게 되는 폐단이 있으며 이해가 빠른 사람은 한번 깨친 것을 대충 넘기고 곱씹지 않으니 깊이가 부족하다.” 다산이 학문하는 이의 세 가지 문제점을 적시한 말이다.
다산은 그 해법으로 “둔한 것이나 막힌 것이나 답답한 것이나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면 풀린다”는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것을 일컬어 삼근(三勤, 세 가지 부지런함)이라 한다.
다산은 원래부터 머리가 좋은 분이지만 누구 못지않게 많은 노력을 한 분이다. 늘 돌부처처럼 앉아 책읽기와 저술에 힘쓰다 보니 방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날 정도였다. 위대한 그의 성과는 천재성이 아닌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날 정도로 잠시도 쉬지 않은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가 매순간 만나는 주식시장은 정보비대칭이 현격한 레몬마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양과 질이 우리 개인투자자들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배움을 위해 스스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개인투자자로서 우리가 갖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면 막힌 것은 풀린다.
- 김원식 현대증권 지점장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