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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는 물론 살아남는다. 그렇지만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환경과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강한 자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과 같다. 궁극적으론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강한 자다. (자승자강 自勝者强) 지난 11월 4일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넘버 2에 뛰어오른 SK하이닉스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는 게 최고의 덕목이다.
증시 시가총액 1위는 삼성전자로 2000년부터 14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1월 4일 현대자동차가 SK하이닉스에 2위를 내줬다. 이날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4만7450원 시가총액은 34조5437억원, 현대자동차는 각각 15만5000원, 34조1428억원을 기록했다.
살아남은 하이닉스반도체…SK가 인수 새 생명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0년 11월 포스코를 제치고 2위에 올랐으나 4년 만에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 로 불린다. 이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제치고 우리나라 대표 산업의 위상을 되찾았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6이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에 D램을 공급하는 삼성과 SK의 반도체 실적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변신한 SK하이닉스는 애초엔 구제불능 애물단지였다. 10년 전만해도 회생 가능성이 없어 문 닫는 게 시간문제였다. 2003년 주가는 135원이었으니, 11년 만에 351배 성장했고 급기야 세계 D램 메모리반도체 최강자가 됐다.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SK그룹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질곡(桎梏)의 약사를 간직하고 있다. 1983년 세워진 현대전자가 모태다. 1990년대는 세계 반도체시장의 격변기였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20개 업체가 난립했고 원가이하로 경쟁하는 치킨게임에서 치명타를 입었다. 1999년 정부의 빅딜조치에 따라 LG반도체를 인수했는데 이때 부채가 무려 17조3000억에 달했다.
2001년에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름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통분담, 비용절감으로 자구책을 강구했다. 임직원은 2만2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순환 무급휴직제로 돌렸다. 구내식당 반찬 수도 줄이고 신규 투자할 여력이 없어 반도체장비도 낡은 걸 고쳐 쓰기 일쑤였다.
기로에 선 무상복지…“유보금 과세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2012년 2월, 하이닉스반도체는 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내부 반대를 물리치고 3조3000억에 인수했다. 부채와 누적결손액 10조를 떠안았다. 최 회장은 창업주(최종건)와 부친(최종현)에 이어 3대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무모한 도박’이란 비판도 있었으나 인수 다음 해부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승부수’가 결실을 본 거다.
하이닉스의 변신은 최 회장의 기업가정신과 선행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승부수를 던진 후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미국 컨트롤러업체 LAMD와 이탈리아 플레시메모리반도체업체 아이디어플레시를 인수해 현지 기술센터로 전환했다. 전체 D램 반도체 물량 50%를 생산하는 중국 우시공장에도 전폭적으로 투자했다.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결국 마중물이 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국익창출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힘이다. 상반기에 법인세 3510억원을 냈다. 올해 7000억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법인세 7000억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세금 8조5000억이 덜 걷혔고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상된다. 세수를 늘리려면 세무조사나 유보금 과세보다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이익을 더 내게 해야 옳다. 예산부족으로 무상복지가 기로에 선 지금, SK하이닉스의 변신에서 얻을 게 많다. 역경을 극복해야 진가가 나온다. (질풍지경초 疾風知勁草)
(CNB저널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