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전세시장은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12일 부동산114는 20세 이상 성인남녀 수도권 거주자 349명을 대상으로 ‘2014년 하반기 주택거래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 수준을 평가하는 ‘주택가격평가지수’가 12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3반기 연속 100을 넘어선 수치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주택가격전망지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택가격평가지수가 100 이상을 기록하면 거주하는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는 미래가격을 전망하는 전망지수가 수요자들의 기대심리 작용에 따른 현재가격을 평가하는 평가지수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의 시장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매매시장은 6개월 전과 가격이 비슷하거나(49.0%) 6개월 후 비슷할 것으로 전망(47.0%)하는 응답이 전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상승했거나(44.7%) 상승할 것으로 전망(45.0%)하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올해 상반기와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가 역력하다. 매매가격 평가의 경우 상반기 조사에서는 ‘하락’하거나 ‘비슷하다’는 응답이 각각 6.8%포인트, 11.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상승했다’는 응답은 18.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 전망도 ‘하락’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4.4%포인트, 6.1%포인트 감소했지만, ‘상승할 것이다’는 응답은 10.5%포인트 늘었다. 이는 6개월 전 하락세와 관망세로 응답했던 수요자들이 이번 조사에서는 일제히 상승세를 점친 것으로,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세시장의 경우 가격상승을 선택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6개월 전보다 가격이 상승했거나(64.2%) 6개월 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60.2%)한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각각 13.9%포인트, 17.2%포인트 증가했다. 수요자들이 6개월 새 전세시장의 가격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시장에서 거주형태별 가격평가와 전망에 대한 응답이 크게 갈렸다. 세입자의 전세가격평가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47.9로 집주인의 133.3보다 14.6포인트 높게 나왔다. 이는 세입자들이 전세가격 상승을 더 높게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말 2억2496만 원이던 수도권 전세가격은 올해 10월 2억3864만 원으로 1000만 원 넘게 상승했다. 이중 서울은 1844만 원, 경기 1100만 원, 인천 1131만 원으로 올랐다.
장용훈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수요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적극 반응하며 매매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책 기조가 매매시장 활성화에 편중되면서 전세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이제는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후속정책과 수요자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