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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안창홍]발효된 자연을 담다

25년간 지닌 ‘심상’ 맨드라미 통해 세상사 탐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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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기자⁄ 2014.12.01 14:07:14

▲안창홍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꽃을 그려보니 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 예쁘다고 생각한 꽃보다 꽃을 이용해 내 발언을 유도하고 이끌어간 꽃이 더 많다”

‘한국 미술계의 이단아’, ‘아웃사이더’라는 수식어를 달고, 매 전시마다 강렬한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안창홍(61) 작가.

그가 적나라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누드화가 아닌 양평 작업실 뜰에 핀 맨드라미 그림과 함께 11월 28일부터 성동구 왕십리로 갤러리아포레 더페이지갤러리를 찾는다.

▲안창홍, ‘뜰’. Oil on canvas,65 x 91.5 cm, 2014.


양평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줄곧 계획해온 자연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쏟아냈다. 지금껏 살아온 예술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풍경화를 그려냈다.

다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난 세월의 작품에 비해 마치 자신의 뜰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 하듯 한걸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풍경화로 또 한 번의 메시지를 전한다.

안창홍은 이번 전시에 출품한 신작 20여점에 들어 있는 맨드라미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자신이 25년간 지니고 있던 심상풍경이라고 한다.

“순간에 그리는 것보다 오랜 시간 머릿속에서 발효된 자연을 그리는 것에 욕심이 낳지, 가장 익숙하게 끄집어 낸 것이 맨드라미 같았다. 이 식물은 꽃으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육적인 느낌, 바로 동물적인 이미지가 강했지”

작가는 맨드라미라는 꽃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했다. 1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맨드라미를 처음 접할 당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고, 국내외에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로 인해 생명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심리적 고통이 너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전시된 작품 중에는 화사한 자연풍광이 아니라 검은 비가 내리는 것 같은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도 함께 했다. 여기에 캔버스마다 점들을 찍어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는 것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풀어냈다.

꽃이 아닌 꽃, 유일하게 좌우 대칭이 되지 않고 비정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줄기의 모습마저도 각기 다른 제멋대로의 모습의 꽃 ‘맨드라미’에 주목한 것이다.

무겁고 짙은 기운을 뿜어내는 핑크빛 색채는 아름다우면서도 그림자가 드러난다. 그는 사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 아니었고, 자연의 본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도를 했다.

“모든 것은 음과 양이 있지, 자연의 본질은 치열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냉혹하고 치열한 자연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안창홍 작가의 뜰 전이 열린 더페이지갤러리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링거 8병 맞으며 고단한 작업

그가 그렇게 캔버스에 펼쳐낸 뜰의 모습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의 뜰은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맨드라미는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이 담겨있다.

무심코 바라본 작업실 바깥뜰에서 드리운 자연은 먹이사슬의 치밀한 경쟁이 만연했고, 세상사의 참혹함과 잔인함이 중첩된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 내면에 맺혀있는 세상사, 인생의 여정, 시간 그리고 생성의 소멸과정이 녹아 들어있다. 그리고 시간의 영원함 속에서 사라지는 모든 실존적인 것들을 나타낸다.

“꽃의 향기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그 향기를 발산하기 위해 꽃이 전력한 에너지는 목숨까지 건 것이다”
그는 이 시대의 모습을 맨드라미라는 매개체 안에 작가 자신의 자아를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병원에서 링거 8병을 맞아가며 365일 고단한 작업을 통해 평면적인 회화의 영역을 넘어선 공간을 만들어 냈다.

한국 미술계의 이단아로 불린 안창홍. 1973년 동아고등학교를 졸업 후, 정형적이고 수직적인 대학의 교육방식을 거부하고 본인만의 회화방식으로 미술계에 당당히 등장했다.

자신만의 예술의 길을 묵묵하게 걸으며, 자신만의 주제와 여러 시리즈를 통해 한국 미술계를 향해 출사표를 남겼고, 결국 그의 업적은 2009년 이인성 미술상과 2013년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게 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나는 내 예술 전체를 통해 발언한 내용들이 그래도 대중과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생각하는 그의 새로운 시리즈 ‘안창홍의 뜰’은 오는 12월 28일까지 전시장에서 관람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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